‘인천당원’으로서 순수한 인천사랑 운동에 전념

 

세상이 흉흉하다. 뉴스를 보기 겁날 정도로 끔찍한 범죄들이 잇따라 보도되고 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사랑’이 실종된 사회의 이면을 보여주는 방증에 다름 아니다. 사랑에는 여러 종류가 있겠지만 우리는 종종 지역에 대한 사랑, 즉 ‘애향심’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민선 지방자치가 어느덧 20년이 넘었으나 오히려 애향심은 이전보다 덜하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는 어쩌면 지역민의 자발적인 사랑운동이 부족해서인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인천사랑운동시민협의회(이하 인천사랑운동)’의 다양한 활동은 타 도시의 모범이 되기에 충분하다. 독일 소설가 헤르만 헤세는 사랑은 가장 오래된 것과 가장 새로운 것을 나란히 묶어놓은 다리와 같다고 했다. 마찬가지로 인천사랑운동은 오로지 지역을 사랑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민·관·사를 이어주고 있다. 지극한 ‘애인(愛仁)’의 자세로 40여년 공직생활의 모든 것을 쏟고 있는 인천사랑운동 유필우 회장. 취임 1년째를 맞이한 그의 인천사랑이야기를 들었다.

 

먼저, 인천사랑운동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인천은 인구 300만의 전국3대 대도시입니다. 인천은 개척정신의 뿌리 깊은 역사와 개항기 이후 한국근현대사의 중심적 위치에 있던 곳이며, 21세기 동북아의 중심도시로 도약하고 있는 역동적인 도시입니다. 그러나 사실 여부를 떠나 애향심이 부족하고 시민의 자부심이 약하다는 지적들이 있어왔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오신 분들이 함께 모여 사는 곳이므로 도시의 중심축이 약하다는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한편 해불양수(海不讓水)의 정신으로 지역 편견 없이 함께하는 도시라는 긍정적인 의미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민들이 자기가 살고 있는 곳에 얼마나 애정을 가지고 있느냐가 도시발전의 요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을 따른다면 애향심이 부족하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제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런 배경에서 2002년에 <인천사랑운동 실천지원조례>가 제정되었고 2003년에 <인천사랑운동시민협의회>가 출범하게 되었습니다. 순수한 민간 차원의 인천사랑운동으로 설립된 것입니다.

 

회장님이 생각하시는 인천의 강점과 약점은?

처음에 말씀드린대로 인천은 대표적인 개항도시로서 근대화의 선구적 도시이며 북한, 중국과 인접한 지정학적 비교우위와 21세기 소통, 융합, 퓨전, 다문화시대에 이미 역사적으로 형성되어온 인구학적 다양성과 역동성 등 타 지역이 갖고 있지 않은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세계적인 인천공항, 인천항(인천신항 등), 경인운하, 3개의 경제 자유 구역, 산업단지, 168개 섬 등 뛰어난 경쟁력을 갖고 있으며 인구가 계속 늘어 300만이 되었고 면적도 울산을 넘어 전국 제1의 큰 도시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반면에 수도권의 위성도시, 관문도시, 낙후된 원도심, 서울과 가까워 교육, 문화적인 인프라가 취약하고, 시민의 정체성이 부족하다는 약점 등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2015 인천인 친선교류의 밤 행사에서 유필우 회장(우측 세번째), 유정복 인천시장(우측 네번째), 탤런트 최불암(좌측 네번째) 등이 기념촬영에 임하고 있다.

현재 인천이 당면한 최대 현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지난 10여 년간 인천은 매우 큰 변화 속에서 많은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세계적인 인천공항, 인천경제자유구역, 인천대교, 경인 아라뱃길, 인천 신항 및 북항 등이 타 지역의 부러움 속에 건설되었고, 중국 무역과 남북 협력의 중심 도시로 발돋움했습니다. 또한 인구 300만의 가능성과 다양성, 포용성 그리고 역동성을 갖춘 국내 3대 도시로 변모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인천이 지니고 있는 지정학적 비교우위, 물적 요건 등 잠재력에 비해 그동안 인천이 창출해낸 성과는 상대적으로 미흡했음을 여러 통계가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전문가들의 분석에 의하면 잘나가는 도시 그리고 번창하는 도시는 유형적 자산 외에 구성원들의 상상력, 그 상상력을 생산적으로 활용하는 지역 시스템, 그리고 이것을 효율적으로 밀어주는 정치와 시민을 갖춘 곳이라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분석에 따른다면, 우리 인천은 과연 지역을 사랑하는 인재가 제대로 활동하며 시민들이 인천의 목표와 비전을 위해 얼마나 힘을 합치고 밀어주고 있는가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취임 이후, ‘인천가치재창조’를 시정의 제1목표로 설정하고 여러 정책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습니다. 「인천의 꿈」을 이루어내는 것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한다는 분명한 사실을 자각하고 이를 위해 인천인들이 자긍심과 애향심으로 힘을 합쳐야 한다는 것이 인천가치재창조의 기본 철학입니다. 인천이 갖고 있는 하드웨어적 강점을 제대로 발전시키려면, 인천인의 관심과 참여 그리고 인천에 대한 자부심과 인천 사랑 등 소프트웨어적 가치가 합쳐져야 한다는 것이 그 배경입니다. 올바른 방향설정이요 적절한 판단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을 제대로 알고 올바르게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이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최근 급격한 인구 유입으로 인천을 알지 못하는 인구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인천의 장점들을 어떻게 살려낼 것인가에 대한 매우 세심하고 지속적인 노력이 있어야 하며 인천을 더  많이 알게 해서 태어난 곳보다 살고 있는 도시에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가질 수 있도록 다양한 과제를 발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천의 마음들이 한데 모아지도록 노력하는 것이 현재 인천이 당면한 최대 현안이라고 생각합니다.

 

▲ 인천사랑운동 진로모색을 위한 토론회 개최

아무래도 젊은 세대들의 지역에 대한 관심은 기성세대들보단 덜 할 것 같습니다. 젊은 세대들의 애향심 고취를 위해 어떤 일들을 하고 계신지요.

사실 저도 젊은 세대들의 애향심이 약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만, 그렇지 않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작년 11월 우리 시와 비슷한 지리조건을 가지고 있는 일본 요코하마시를 벤치마킹해 인천시민의 정주의식 조사를 실시한 바 있습니다. 의외로 젊은이들의 지역에 대한 관심과 애향심이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조사결과를 토대로 인천시정과 인천사랑운동의 방향을 정립하고 있습니다. 금년 하반기부터 인천교육청과 협의하여 초중생들을 대상으로 인천 역사 교육과 현장체험 교육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최근 인천대학교와 업무협약을 맺고 ‘인천사랑아카데미’ 정규 교육과정을 개설했는데, 이 과정을 통해 시민, 학생들에게 인천의 역사, 현안문제, 현장견학 등을 꾸준히 실시할 계획입니다. 또한 지역대학교 및 지역언론(방송)과 함께 ‘인천사랑포럼’을 개최해 인천지역의 현안사항을 중심으로 정책 방향 등을 토론할 예정에 있습니다. 이밖에 인물정보시스템을 활용해 분야별 인천인물발굴데이터를 구축(현재 7,726명 발굴)하고 인천사랑박람회, 인천출신대학생 취업지원 사업, 인천의 소리 찾기(뱃고동 소리) 등 각종 콘텐츠 개발, 인천유나이티드FC 등 스포츠를 통한 인천사랑운동 전개, 박두성(한글점자), 유희강(서예) 선생 등 인천인물 기념사업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작년 10월에는 ‘生生(생생) 아이디어 공모대전’을 실시해 총 136건의 아이디어 및 정책 제언을 받은바 있는데, 이는 젊은 세대의 인천시정에 대한 관심과 정책 참여 기회를 부여하는데 의미가 있었습니다.

 

▲ 인천사랑 로고 공모전을 통해 선정된 공식 로고

최근 여러 단체들과 MOU를 맺으셨는데요, 향후 어떤 활동을 전개해 나갈 계획이신지 궁금합니다.

인천대학교와의 MOU외에도 작년에는 인천상공회의소와 업무협약을 맺고 인천사랑운동을 함께 펼치고 있습니다. 지난 3월에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인천사랑 로고 공모전’을 통해 인천사랑의 새로운 로고를 확정하고 배지와 홍보물을 제작·배포할 예정입니다. 지난 4월에는 인천시, 인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와 함께 ‘300만 인천시대, 시민이 행복한 인천 비전’을 주제로 제2회 애인(愛仁)토론회를 개최했습니다. 인천시민들이 시정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여 새로운 정책아이디어를 발굴하는 의미 있는 자리로 진행됐습니다. 인천에는 향우회 조직이 활성화되어 있습니다. 향우회 연합회를 만들어서 두 달에 한 번씩 함께 모임을 갖는 등 향우회간 소통의 폭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다양한 워크샵을 추진하는 등 향우회가 인천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함께 논의해 나갈 계획입니다. 지난달에는 고교동문연합회도 구성한 바 있습니다.

 

▲ 유필우 회장(좌측)과 이강신 인천상공회의소 회장이 업무 협약을 맺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와카이 슈지’ 한국닛켄 사장이 인천사랑운동시민협의회 부회장으로 위촉됐다고 하던데요. 그 배경이 궁금합니다.

저희는 지역의 주요기관과 기업인들을 부회장에 위촉하고 자주 간담회를 개최하였습니다. 그중에 한국닛켄(주) 와카이 슈지 사장이 부회장으로 임명됐지요. 와카이 슈지 사장은 일본인으로 인천에서 50여년째 사업을 이어 오면서 인천에 대한 애향심이 매우 깊은 분입니다. 본인 회사에 인천광역시기를 계속 게양하고 있었는데, 와카이 슈지 사장의 제안으로 인천시기 보급 및 게양운동을 시작했고, 점차 많은 기업들이 동참해주고 있습니다. 와카이 슈지 사장 외에 인천화교번영회장도 인천사랑회부회장으로 위촉됐습니다. 국적을 넘어 인천을  사랑한다는 상징적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 인천광역시기 게양식 및 공장 현장 방문 격려

인천사랑 회장직을 수행하시면서 특히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먼저 작년 10월부터 있었던 해양경비안전본부 인천존치를 위한 범 시민대책위 활동입니다. 정부는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해경본부를 세종시로 이전한다는 방침을 갑자기 추진했는데, 이는 해경의 현장대응역량에도 반할뿐만 아니라 해양주권과 서해 NLL을 중심으로 하는 국가 안보에도 역행하는 잘못된 방침이라는 판단 하에 인천의 37개 시민과 단체와 지역 여·야 정치권도 함께하는 궐기대회 등 각종 활동을 전개 했습니다. 비록 우리 주장이 관철되지 못했지만 이 과정에서 여.야, 보수와 진보 할 것 없이 모두가 인천의 현안 문제에 뜻을 같이했다는 의미 있는 활동 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난 1월에는 유정복 시장을 중심으로 ‘인천 가치 재창조 범시민 네트워크 발족 및 가치 재창조 비전 선포식’을 가졌습니다. 인천 가치 재창조 사업은 ‘우리는 인천’이란 슬로건과 “인천을 흔들어 보자.” “마음속의 인천을 깨우자.” 라는 추진 전략아래 10대 정책과제, 47개 실천과제를 선정 한 바 있습니다. 매우 뜻 깊은 출범이었습니다.

 

▲ 해경본부 이전 반대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유필우 회장

중국 관광객 등, 외국인들에게 친근한 인천이 되기 위해서 어떤 문제들을 해결해야 할까요?

유정복 시장이 작년부터 중국 여러 도시들을 방문해 인천을 널리 알린 노력의 결실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난 3월 중국 아오란 그룹 임직원 6천여 명이 인천을 방문해 관광 및 쇼핑을 하고, 이중 4,500여명이 월미도 문화의 거리에 모여 치맥파티를 즐긴 것이 화제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인천은 그냥 거쳐 가는 곳이란 인식이 강합니다. 인천은 중국과의 연관성이 어느 지역보다 많은 곳이기 때문에 조금만 더 노력하면 타 지역에 비해 높은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단편적이 아닌 구체적, 종합적 대책이 세워져야할 때입니다.

애향심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입니까?

저는 10여년전 인천 송도지역 등의 투자유치를 위해 미국의 여러 회사를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LA공항에 도착했을 때, 먼저 우리를 놀라게 한 것은 마중 나온 미국회사의 리무진 자동차였습니다. 하얀색 리무진은 그야말로 마피아 영화에서나 보던 길고 큰 자동차였는데 차안에 TV, 칵테일 바(bar)도 구비된, 생전 처음 타보는 의전용 차였지요. 미국 회사의 사장은 바쁜 일정 중에도 우리 일행에게 식사대접도 하고, 사업 현장도 구경시켜주며 성심 성의껏 대접을 해주었습니다. 저는 식사를 하면서 이렇게 물었습니다. “당신은 미국에서도 굴지의 큰 회사 대표인데 인천에서 온 우리를 이렇게 환대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그랬더니 사장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당신들이 중요해서라기보다 인천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사장은 이어 인천의 중요성에 대해 우리에게 상세하게 설명했습니다. “인천은 동북아의 핵심 지역 중 하나입니다. 우리는 오래전부터 동북아의 경제적 부상과 인천의 중요성에 대해 주목하고 있습니다. 아시아 사업에 있어 인천은 빼놓을 수 없는 지역입니다.” 그는 제가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있던 인천의 중요성을 상세하게 설명했습니다. 인천의 지정학적, 역사적 중요성 그리고 동북아의 급격한 부상을 세계의 전문가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간파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저는 그들을 만나면서 인천의 중요성을 새삼 재인식하고 인천 시민이라는 것이 자랑스러워 말할 수 없는 자부심과 사명감을 느낀 적이 있습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우리 스스로 인천의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인천의 장점과 잠재력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음을  반성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제가 경험했듯이 애향심이란 본인이 살고 있는 곳에 대한 자부심을 스스로 인식하는데서 출발한다고 생각합니다.

▲ 유필우 회장이 인천지역 고교동문 연합회 결성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과 포부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는 인천사랑운동시민협의회 회장직을 저의 40여년 공직생활의 마지막 봉사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어떤 공직이나 정치를 할 때 보다 훨씬 무거운 책임과 사명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인천의 가치를 재창조하고 인천시민의 자긍심을 높이는 것이 인천발전을 위해 얼마나 중요한 것이며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렵지만 반드시 이루어내야 할 과제라는 점도 명심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인천사랑은 실현가능한 작은 일부터 챙겨 나가겠습니다. 시민요구를 시정에 반영하고 시정을 시민에게 알리는 소통의 역할도 하겠습니다. 인천시민의 정주의식을 주기적으로 조사하여 시민이 바라는 것들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고 인천사랑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많은 분들이 힘을 합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챙기는 일도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인천사랑운동은 순수한 지역사랑 운동입니다. 어떠한 정치적, 개인적인 의도도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저는 새로운 당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인천 당원입니다. 부족하지만 인천당원으로서 인천의 많은 선후배들과 함께 인천발전을 걱정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저작권자 © 컨슈머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