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동열 대표

진부한 한국형 벗어나 세계가 주목하는 ‘진짜 한국형’ 제작

융복합 가족 창작 뮤지컬 ‘캣 조르바’로 중국 진출 가시화

 

모든 일은 기획으로부터 출발한다. 처음부터 기획이 어긋나면 아무리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부어도 성공적인 결과를 얻을 확률은 떨어진다. 그래서 기획자의 역할과 역량이 중요하다. 시시각각 변하는 대중들의 취향을 적확하게 저격해야하는 공연 문화계는 말할 것도 없다. 엄동열 문화공작소 상상마루 대표는 너도나도 힘들다는 불황 속에서도 오로지 기획력과 뚝심으로 ‘작품’을 만들어냈다. 융복합 에듀테인먼트 뮤지컬을 표방하며 작년 초연에 성공한 창작 뮤지컬 ‘캣 조르바’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한 2015년 융복합콘텐츠 공모전 당선과 문화창조융합벨트 문화창조벤처단지 입주 콘텐츠작으로 선정되는 성과를 올렸다. 뿐만 아니라 정부로부터 문화벤처기업 평가인증을 받았고 중국 수출을 눈앞에 두고 있으며, 뮤지컬을 기반으로 한 2차 콘텐츠로 중무장한 재공연을 성사시켰다. 그야말로 ‘원 소스 멀티 유스(One Source Multi Use)’의 새 장을 열어가고 있는 엄동열 대표. 그의 문화공작 이야기를 들어봤다.

 

먼저 저희 독자 여러분께 인사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문화공작소 상상마루 엄동열입니다. 문화공작소 상상마루는 우리의 이야기로 세계를 감동시키는 문화상상집단으로, 감동을 디자인하는 문화 스토리텔링을 모토로 설립된 문화벤처기업입니다. 현재 공연과 ICT(Information & Communication Technology : 정보통신기술)를 접목한 융합콘텐츠 개발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언제부터 공연 기획 및 제작을 시작하셨는지, 그리고 계기는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2005년 KTB엔터테인먼트에서 처음으로 뮤지컬과 공연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주로 라이선스 뮤지컬을 회사에서 제작하거나 투자했었죠. 그 때 제작했던 작품이 정동극장 팝콘하우스에서 공연했던 <아가씨와 건달들>이었는데, 제가 그 작품을 하면서 뮤지컬에 매료되었습니다.

 

대표님의 대망의 첫 작품은 무엇이었나요? 당시 관객과 업계의 반응은?

창작 뮤지컬로 말씀드리는 것이 맞겠죠? 제가 작품 기획 단계부터 제작까지 전체를 총괄했던 첫 번째 작품은 뮤지컬 <아리랑 판타지>입니다. 한국마사회 산하 농어촌희망재단의 공모로 진행된 작품인데 2012년 6월부터 2013년 8월까지 약 1년 3개월 동안 진행된 장기 프로젝트였습니다. 문화를 접하기 어려운 지방 공연장 48개에서 투어 공연으로 진행했죠. 저희는 이 작품에서 농촌 다문화가정을 배경으로 전국 노래자랑에 나가려는 며느리와 시어머니 사이의 오해와 갈등을 다뤘는데, 48개 공연장에서 약 5만 명의 관객을 동원할 정도로 크게 히트했습니다. 작품성도 인정받아 2012년 대구국제뮤지컬 페스티벌 DIMF 개막작으로 초청되기도 했습니다.

 

뮤지컬 캣 조르바의 한 장면

4월 9일부터 재공연을 시작하는 가족 뮤지컬 '캣 조르바'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이 작품을 어떻게 기획, 제작하게 되셨는지요?

한국을 대표할 수 있고, 또 세계에 수출할 수 있는 한국형 가족 뮤지컬을 목표로 작품을 기획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의 인간과 가장 성향이 비슷한 동물인 고양이를 소재로 수학교육과 뮤지컬 스토리를 융합한 작품으로 기획한 거죠. 한국은 교육 강국인데 교육을 콘텐츠 사업과 연계하여 세계시장에 나갈 수 있다면 해외 작품과 상업적으로 겨룰 수 있는 창작 가족 뮤지컬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특히 뮤지컬은 매출 구조가 빈약하기 때문에 뮤지컬 스토리와 수학 교육을 연계한 에듀테인먼트 사업으로 진출한다면 장기적으로 시너지가 날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캣 조르바는 제가 경제적인 어려움을 딛고, 2년 반 동안의 준비 기간을 통해 완성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큰 의미를 두고 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 캣 조르바의 캐릭터들

 

▲ 캣 조르바의 다양한 캐릭터 상품들

캣 조르바는 어쩔 수 없이 뮤지컬 캣츠를 연상시킵니다.

맞습니다. 처음에는 그런 비판도 많이 받았습니다. 그러나 저희가 고양이를 등장인물로 설정한 이유는 앞서 말씀드렸듯이 고양이가 자본주의사회의 인간 군상과 가장 흡사한 모습을 지니고 있는 동물일 뿐만 아니라, 고양이를 ‘한국 문화’로 봤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은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데, 사실 주인공 조르바는 코숏(코리안 숏헤어)이라고 불리는 한국 길고양이입니다. 그리고 영국의 스코티시 폴드, 동남아시아의 샴 고양이, 중동의 봄베이 캣, 캐나다 북미지역의 스핑크스, 북유럽의 노르웨이 포레스트, 재패니즈 밥테일 등을 주변 캐릭터로 설정한 거죠. 또한 심오하고 재미있는 메시지도 심어놓았습니다. 바로, 한국 고양이가 다른 어떤 나라의 고양이들보다 더 똑똑하고 영리하다는 것! 혹시 이거 아시나요? 고양이는 자기중심적이고 개인생활을 중요시하지만, 자식에 대한 애정이 높고 다른 동물에 비해 모성애가 강하답니다. 우리 인간과 많이 닮았죠. 게다가 고양이는 위기상황이 닥치거나 자연 상태로 돌아가게 되면 모계사회를 형성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저희 뮤지컬에 여왕이 다스리는 왕국이 등장해서 혹시 정치와 관련된 것이 아니냐는 질문을 받았는데, 그건 아니고요.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고양이의 특성을 반영한 것뿐입니다. 또 캣 조르바의 포스터, 무대 조명 등을 보시면 녹색, 청색, 황색 계통을 많이 썼는데, 그 이유는 그 색들이 고양이가 볼 수 있는 색상이기 때문입니다. 즉, 뮤지컬 캣츠가 인간이 바라본 고양이의 세계라면, 캣 조르바는 고양이가 바라본 인간 세계를 형상화한 작품이고, 거기에 더해 우리 문화에 대한 가치까지 부여한 것이죠.

 

▲ 뮤지컬 캣 조르바의 한 장면. 수학 기호들이 무대 배경과 바닥에 새겨지며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왜 하필 수학입니까? 제가 수학포기자여서 그런지 거부감이 있습니다.

그러시군요. 사실은 저도 수학을 포기했습니다 하하. 하지만 우리가 수학을 내려놓았다고 해서 우리 아이들마저 수학 문외한으로 만들어서는 안 되잖습니까. 실제로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에서 수학 포기자가 가장 많은 나라라고 하더군요. 통계를 따르면 6세부터 10세까지 수학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면 나중에는 손을 쓰기 힘들어진다고 합니다. 심지어 수학 관련 비용은 공교육과 사교육을 포함해 5조원이 넘는다고 하죠. 이게 다 수학에 대한 기초가 튼튼하지 않아서 생기는 안타까운 현상들입니다. 기초는 흥미에서 유발한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한국적인 것’에 집중한다고 말씀드렸죠. 길고양이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교육열, 그중에서도 수학을 한국 문화로 생각했고 이것을 에듀테인먼트로 풀어낸 것입니다. 수학은 큰 거부감 없이 전 세계인들이 공통적으로 흥미를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에듀테인먼트의 씨앗이자 시작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던 겁니다. 우리나라가 전반적인 분야에서 고른 발전을 꾀하기 위해서는 수학을 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뮤지컬을 통해 수학에 흥미를 느끼게 하고, 2차 콘텐츠로는 수학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캣 조르바는 단순한 교육 뮤지컬이 아닙니다. 수학과 예술이 스토리텔링으로 결합하는 STEA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Arts & Mathematics) 융합 교육과 수학에 관련된 기호학이나 상징들을 무대 디자인과 영상으로 나타내는 방법으로 아이들에게 수학에 대한 깊은 흥미와 관심을 갖게 하는 작품입니다.

 

▲ 캣 조르바 수학도형 조형물

작년 초연과 비교해 달라진 점이 있다면?

드라마가 더 세밀해지고 구성이 탄탄해졌으며 전반적으로 작품이 더 세련되어졌다는 점, 그리고 배우가 2명 늘어난 점이 초연과 비교해 달라진 점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큰 차이점은 뮤지컬과 ICT 기술이 융합된 2차 콘텐츠를 개발하여 공연장에 전시, 판매 한다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 전시될 STORY MATH PLAY BOOK은 어린이들이 수학을 보다 더 재미있고 즐겁게 놀 수 있게 개발한 제품으로 3D 증강현실과 수학 교육을 결합한 책입니다. 물론 캣 조르바의 스토리와 세계관, 캐릭터 등이 책에 반영되어 공연 관람 후 수학에 대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개발했습니다. 또한 캣 조르바의 스토리, 세계관, 캐릭터와 ICT 기술(인터렉티브 어트렉션, 사물인터넷, 동작인식, 얼굴 인식)이 결합된 전시 사업 모델을 개발해 전시할 예정입니다. 작년 초연에는 뮤지컬만 보여드렸다면, 올해는 뮤지컬을 1차 콘텐츠로 발전한 2차 콘텐츠 사업 모델을 선보이는 것이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라고 말씀 드릴 수 있습니다.

 

워낙 콘텐츠가 좋아서 해외 수출 전망도 밝지 않을까 싶습니다.

현재 2개의 중국 대기업에서 관심을 가져주셔서 공연 라이선스 수출을 협의하고 있습니다. 올해 개발된 ICT 융합 출판과 전시, 그리고 캣 조르바 캐릭터 등에도 큰 관심을 보여줘서 공연 계약과 별도로 캐릭터와 출판, 전시 사업에 관한 구체적인 계약 조건을 협의하고 있습니다.

 

캣 조르바 외에 어떤 작품이 가장 기억에 남는지요.

가장 기억이 남는 것은 아무래도 전국 순회공연을 한 뮤지컬 <아리랑 판타지> 인 것 같습니다. 48개 도시를 1년이 넘게 순회공연했고, 30여명의 오케스트라와 20여명의 배우들, 그리고 20여명의 STAFF, 마지막으로 지역 다문화 어린이 합창단 30여명까지 100여명이 하나의 무대를 위해 준비하고 노력했으니 규모와 내용면에서 가장 인상 깊은 공연이었습니다. 특히 다문화 합창단은 48개 지역에서 공연을 할 때마다 2개월 전에 노래와 안무를 연습하고 무대에 올려 더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고생도 가장 많았고 에피소드도 가장 많았던 공연이었지만, 지방 9개 공연장에서 극장 설립 이래 최다 관객이 관람했다고 하니 생각할수록 보람된 작품입니다.

 

▲ 관객들이 융복합콘텐츠 전시 현장에서 직접 체험을 하고 있다.

요즘 연극과 뮤지컬을 포함한 공연 시장의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공연 시장은 메르스와 세월호 사태 등 대외 변수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시장입니다. 국제적인 스포츠 행사도 마찬가지로 공연 시장에 큰 영향을 줍니다. 결론적으로 공연 시장과 공연의 질은 크게 발전하였으나 창작 뮤지컬은 아직도 어려움이 많습니다. 저는 향후 5년이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작품을 개발하는 것만큼 새로운 공연 소비 시장을 확대하고 발전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공연의 소비 경쟁을 같은 업종인 공연 제작사와 작품들에 두는 것이 아니라, 영화, 게임, 스포츠, 가족 단위 야외 활동 사업 모델과 경쟁하기 위해 공연계가 함께 노력하고 공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작자 또는 공연 프로듀서가 되기 위한 엘리트 코스가 있을까요?

엘리트 코스는 없는 것 같습니다. 다만 다른 회사에서 10번 하는 일을 100번하고, 다른 사람이 1년 하는 일을 10년 이상하면 누구나 그 분야에서 최고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애정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 바로 공연 기획과 제작인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공연계에서 제작자, 프로듀서의 역할은 무엇입니까?

저는 창작 뮤지컬을 제작하는 사람이니까 창작 뮤지컬 기준으로 말씀 드리겠습니다. 제작자는 어떤 공연의 제작에 참여하는 기업, 기관을 대표하는 이를 말하는 것으로 보통 공연 제작사 대표와 투자사, 공연장으로 구성됩니다. 창작 뮤지컬에서 프로듀서는 CP라고 할 수 있는데, 여기서 CP란 ‘Creative Producer'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창작 공연의 아이템 개발부터 기획, 마케팅, 시나리오 개발, 배우의 선발, STAFF의 구성 등까지 공연 기획부터 제작, 마지막으로 공연 정산까지 참여하는 것이 창작 프로듀서입니다. 가장 중요한 역할은 바로 아이템 개발과 기획, 그리고 재원조성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너무 어려우시다고요? 그럼 이것만 기억해 주세요. 제작자와 프로듀서는 작품을 위해 큰 그릇이 되어주고, 스텝과 배우들이 마음껏 놀 수 있도록 판을 만들어 주는 사람입니다.

 

공연 기획을 꿈꾸는 학생과 지망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인문학에 관심을 많이 가져주시면 좋겠습니다. 인문학은 인간을 연구하는 학문으로 인간에 관한 모든 것을 학문으로 발전시킨 것입니다. 공연 역시 인간을 다루기 때문에 인문학적 깊이가 좋은 작품과 아이템을 발굴하는 토대가 된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콘텐츠와 기획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스스로를 감동시킨다면 관객 또한 감동할 것입니다. 자신을 믿으세요!

 

▲ 엄동열 대표는 우리나라 창작뮤지컬계가 힘을 얻기 위해서는 실력도 중요하지만 진정성과 노력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계획 중인 공연이 있다면 살짝 귀띔해 주세요. 혹은 앞으로 반드시 제작하고 싶은 콘텐츠가 있다면?

전부터 관광산업과 연계할 수 있는 콘텐츠 제작을 꿈꾸었습니다. 이제 공연도 단순히 공연으로만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연계산업과 함께 시너지를 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더 스트리퍼>라는 작품이 다음 프로젝트인데, 한국의 목욕 문화를 뮤지컬 콘텐츠로 만드는 작품입니다. 일본의 목욕문화는 온천이 있어서 만화, 영화, 축제, 관광상품, 여행상품 등으로 연계되어 매년 큰 매출을 올릴 뿐만 아니라 일본 관광 수입에 큰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아쉽게도 우리 전통적인 한국 목욕문화는 근대에 단절되었지만, 저희는 한국 오리지널 직업군인 목욕관리사(세신사)를 소재로 한국 목욕문화를 재미있게 알리는 뮤지컬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저는 스토리를 개발할 때 우리 문화에서 저평가된 가치들을 콘텐츠로 강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목욕관리사인 거죠. 그러나 <더 스트리퍼>에서의 목욕관리사는 때만 밀어주는 사람이 아니라 마음의 힐링까지 책임지는 인물로 그릴 것입니다. 또한 뮤지컬 제작 이후에는 해외 관광객에게 소개할 수 있는 넌버벌 버전과 캐릭터 개발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공연 애호가와 저희 애독자 여러분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과거 헐리웃 영화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되었을 때 한국영화의 붐을 주도했던 강제규 감독님의 <쉬리> 같은 작품이 지금 공연 시장에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한국형, ‘한국형 뮤지컬’입니다. 그리고 한국 영화 산업이 이렇게 성장하는 데는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한국형 뮤지컬 제작을 통해 세계 공연 시장에서 우리의 영역을 창작 뮤지컬로 구축할 수 있을 거라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모방하고 따라가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우리의 색과 우리의 느낌, 그리고 한국인의 정서를 담을 때 창작 뮤지컬은 세계로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창작 뮤지컬이 세계 시장에 우뚝 설 수 있도록 많은 사랑과 관심 그리고 관람을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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