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을 위해, 가수를 위해 한 목소리 내는 가수협회 만들 것

협회 위해 응애 울고, 가수들 위해 마구 들이대~

 

 

가수 김흥국은 깔끔한 싸나이다. 호랑나비 하나면 통하니까.

예능인 김흥국은 용맹한 싸나이다. 거침없이 들이대니까.

기러기 아빠 김흥국은 지고지순한 싸나이다. 13년째 한 곳만 바라보니까.

그리고 대한가수협회 회장 김흥국은 까칠한 싸나이다. 할 말은 할 줄 아니까.

최근 제5대 대한가수협회장으로 취임한 김흥국 회장은 협회 관련 얘기를 할 때는 상당히 진지했다. 협회와 가수들을 위한 강도 높은 비난과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에게서 가수협회를 한 번 제대로 만들어보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엿보였다. 해병대 정신으로 무장한 김흥국 회장. 그가 만들어갈 가수협회의 심상치 않은 행보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 대한가수협회 회장 취임식에서 선후배 연예인들과 케익 커팅을 하고 있는 김흥국 회장

조금 늦었지만 대한가수협회장 취임을 축하드립니다. 대한가수협회는 주로 어떤 일을 하는 단체인가요?

대한민국 모든 가수의 권익을 보호하고 선배들의 노후복지와 품위 유지는 물론 후배들에게 자랑스러운 가수의 위상을 물려주기 위해 조직된 단체입니다. 또한 선후배간의 우애와 존경으로 가수 대화합에 동참하고 자기 연마와 상호협력으로 대중음악발전에 기여하며, 소외된 이웃을 위한 사회봉사, 국민화합 그리고 문화민족으로서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데 이바지하는 것이 가수협회의 제1목표이기도 합니다. 이밖에도 가수 권리찾기 추진을 통한 가수위상 정립, 원로가수의 노후복지 및 지원대책 마련, 가수의 자질 및 품위향상, 대중음악 각 장르간의 균형발전, 체계적인 지원정책으로 국제 경쟁력 확보, 대중음악 발전을 통한 문화 선진국 지향, 가수 선후배간의 우애와 화합을 통한 친목 도모, 소외된 이웃을 위한 사회봉사로 더불어 사는 사회상 구현 등 다채로운 활동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언뜻 보기에 예산도 많고, 영향력도 큰 단체인 것 같습니다.

물론 전직 회장님들이 열심히 하셨지만, 제가 와서 업무를 파악하다 보니까 예산이 너무 열악하더군요. 회원들은 많은데 회비는 제대로 걷히지 않고 후원금을 원활히 받을 수 있는 시스템도 구비돼 있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가수들이 똘똘 뭉쳐야 큰 목소리를 내고 영향력도 커질 텐데, 저희 가수들은 아무래도 개인적인 성향이 강하다보니 다른 분야의 연예인들에 비해 단합이 잘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배우들이나 개그맨들은 함께하는 작업이 많은데 반해 가수들은 혼자 무대에 오르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런 성향이 생긴 것 같기도 합니다만, 그래도 가수들이 제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가수협회의 힘이 절실하고 또 우리 가수들의 단합 역시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사업을 하려면 예산이 필요하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선배님들 또는 스타들이 앞장서서 협회에 도움을 주면 좋을 텐데 아직은 제가 강요할 입장은 아니고, 지금은 차분히 협회의 가야할 방향을 구상하고 추진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그런데 가만 보니 가수들이 권리를 찾아와야 할 부분이 많더군요. 잘 알고 계시는 저작권 협회가 있죠. 그쪽은 살림을 잘 살아서 예산이 매우 풍족합니다. 그리고 저작권협회와 관련해서 다섯 개의 단체가 더 있는데, 이들에게도 그럭저럭 수익 분배가 잘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정작 우리 가수들에게는 돌아오지 않고 있습니다. 쉽게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만약 어떤 분이 노래방에서 김흥국의 <호랑나비>를 불렀다고 가정 해봅시다. 그러면 그 분은 김흥국에게 저작권료 또는 인접 저작권료가 들어갈 거라고 생각하실 겁니다. 그런데 실상은 작사·작곡·편곡·연주 쪽으로는 수익이 분배되는데, 가장 중요한 가수, 주인공인 가수에게는 수익이 거의 없거나, 있어도 아주 형편없이 책정돼 있습니다. 잘못돼 있습니다. 누가 이런 법을 만들었는지, 그동안 우리 가수들은 뭐하고 있었는지 제 스스로도 상당히 분통이 터지고 화가 납니다. 이 부분을 바로 잡지 못한다면 가수협회는 물론 가수들의 살림살이는 점점 더 어려워질 겁니다. 문제를 바로 잡으려면 우리 가수들이 공부도 열심히 해야 하는데, 가수들이 노래하러 다니느라 바빠서 그런지 이런 문제에 대해 도통 관심을 가지려고 하지 않습니다. 우리 몫을 당당히 찾아야 합니다. 하루 빨리 가수들이 똘똘 뭉쳐야 합니다. 저 혼자서는 할 수 없습니다. 가수들의 힘을 모아 문제를 바로 잡는 일, 이것이 바로 제가 해야 할 의무이고, 2016년이 바로 본격적인 문제 해결을 시작하는 한 해가 될 것입니다.

 

▲ 포토라인에서 프래쉬 세례를 받고 있는 김흥국 회장

최근 방송 프로그램에 가수들이 설 자리가 없다고 하던데, 이 부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그나마 아이돌이나 한류 스타들은 형편이 나은 편입니다. 사실 우리 협회 회원들의 대부분은 트로트 쪽입니다. 공중파에서 트로트를 소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KBS의 ‘가요무대’가 거의 유일합니다. 하지만 출연료가 너무 빈약합니다. 심지어 유명 가수가 출연해도 상황은 다르지 않습니다. 노래 몇 곡만 부르고 가는 것도 아니고, 하루 종일 녹화하는데 말이 안 됩니다. 배우와 개그맨들의 출연료는 우리와 비교하면 양반입니다. 가수들의 출연료 개선은 반드시 해결되어야 합니다. 도저히 생활이 되지 않는 금액입니다. 요즘 저는 노래는 거의 하지 않고 예능에만 출연하는데요, 그 쪽은 처우가 좋습니다. 하지만 가수들이 모두 예능에 설 수도 없고, 자리도 잘 나지 않습니다. 방송국 측에서도 진정으로 가수를 사랑하고 가수가 필요하다면, 생각을 바꿔야 합니다. 써주는 것만으로도 고맙게 생각하라는 사고방식은 구시대적입니다. 요즘 문제되고 있는 열정페이에 다름 아닙니다. 케이팝과 한류 스타만 문화가 아닙니다. 국내 가수, 트로트 가수들도 챙겨야 우리 문화가 균형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습니다.

 

젊은 가수들은 가수협회 소속이 아닌 가요?

젊은 친구들은 연예제작자협회라는 단체에 상당수 가입돼 있습니다. 그런데 그쪽에서 풀어주지를 않아서 저희 쪽에 가입할 수 없는 실정입니다. 가뜩이나 제 목소리를 못 내는데 갈라져 있기까지 합니다. 이거 얘기 하다 보니 문제가 너무 많은데요. 제 어깨가 점점 더 무거워집니다(웃음).

 

가수들 간의 인기격차와 빈부격차가 상당하다고 들었습니다. 이런 간극을 줄일 수 있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저도 무명 시절을 오래 했잖습니까. 그래서 제가 그 심정을 잘 압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가수가 원하는 만큼의 인기와 부를 거머쥘 순 없습니다. 다만, 인기 가수든 무명 가수든 자신이 노력한 만큼의 댓가를 받는다면 적어도 억울하지는 않을 겁니다. 바로 이 지점이 우리 가수협회의 존재이유입니다. 그리고 제가 더 열심히 해서 가수협회를 힘 있는 단체로 만들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하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또한 고단한 무명 가수들이 다시 노래를 부를 수 있도록 힘을 불어 넣어주는 것도 저의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요즘 협회로 찾아오는 많은 가수들이 저를 보고 힘을 얻는다고 합니다. 그럴 때마다 기분도 좋고 보람도 있습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회장님을 예능인으로 알던데, 노래나 무대에 대한 그리움은 없나요?

왜 없겠습니까. 무대에 대한 그리움, 있습니다. 하지만 예전만큼 설 무대가 마땅치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후배들에게 자리를 양보했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종편, 케이블TV 등 다양한 채널들이 생겨났지만, 사실상 우리 성인 가수들이 설 자리는 별로 없습니다. 가수 뿐 아니라 원로 연예인들의 자리도 없죠. 선배님들 중에 송해 선배님만 버티고 계시지 다른 연세 많은 분들이 설 땅이 없습니다. 기회가 주어지면 참 잘 하실 텐데... 그리고 가수가 아닌 예능인으로 사랑 받는 것도 행복합니다. 제가 가수치고는 유행어가 꽤 많잖아요. 으아, 응애에요, 들이대~ 개그맨도 유행어 하나 만들기 힘든데 이 정도면 아주 훌륭하죠.

 

임기 3년 동안 꼭 이루고 싶은 일이 있다면?

가수는 점점 늘어나는데 대중 앞에 설 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아예 협회 사무실 한 쪽에 개인 방송국을 차릴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요즘엔 그런 시대잖습니까. 인터넷으로 노래도 듣고 홍보도 하고. 아시다시피 저는 라디오 경력이 꽤 있기 때문에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방송하면서 가수들 소개도 하고 노래도 틀어드리고 싶습니다. 여기서 홍보가 잘 된다면 굳이 방송국 갈 필요 없습니다. 그리고 가수협회에서 오디션도 보고 싶습니다. 좋은 가수, 좋은 노래라면 우리가 도와드리겠습니다. 우리 한 번 힘을 합쳐봅시다. 그러니 많이들 찾아오세요. 제가 여러분을 적극적으로 돕겠습니다!

 

▲ 김흥국 회장과 신현두 본지 대표가 악수를 나누고 있다.

가수회관을 짓고 싶은 포부도 가지고 계시다고요.

협회 사무실은 원래 여의도에 있었는데 임대로도 비싸고 좁아서 얼마 전에 이대 근처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말씀 하신 가수회관은 제 임기 내에 꼭 만들고 싶은 희망사항이자 목표입니다. 제가 가수회관 건립에 대해 여러 사람에게 자문을 구했더니, 몇 몇 분들이 관심을 가지고 도움을 주려고 하시더군요. 녹음실과 휴게실, 그리고 공연장까지 구비한 가수회관에서 가수들이 마음껏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고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녹음까지 공짜로 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저는 가수회관은 물론이고 박물관과 기념관도 건립해서 우리나라 가요 역사를 널리 알리고 싶습니다. 한류 스타들을 보러 한국에 온 해외 팬들이 우리 가요를 배워 가면 가요계에 몸담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정말 뿌듯하고 보람 있을 겁니다.

 

기러기 아빠 생활을 오래 하셨는데, 외로움을 어떻게 견디시는지 궁금합니다. 어떤 프로그램을 보니까 주병진씨는 강아지와 함께 사시던데요.

주병진씨는 왜 결혼을 안 하는지 몰라... 참 훌륭한 사람인데 말이죠. 혼자 산다는 게 참 힘들고 외롭습니다. 주병진씨야 오랫동안 혼자 살아왔으니 나름대로의 방법이 있겠지만, 저는 와이프와 아이들이 있다가 없으니까 참 외롭습니다. 주위 보기도 그렇고. 올해로 기러기 아빠 13년차에 접어들었는데, 늦둥이가 이제 막 고등학생이 돼서 아직 몇 년 더 기다려야합니다. 그저 애들이 얼른 커서 학업을 마치고 우리 가족이 하루 빨리 합치는 날을 고대할 뿐이죠.

 

연예계에 회장님의 양아들이 꽤 있습니다. 후배들과 친하게 지낼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인가요?

가수 후배이자 해병대 후배 이정이 제1대 양아들입니다. 그리고 헨리, 잭슨 같은 아이돌도 제 양아들로 들어와 있고, 사유리양은 제 양딸입니다. 물론 프로그램의 재미를 위해 과장한 부분도 없지 않지만 저는 후배들과 친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아마 후배들도 저한테서 아버지나 옆집 아저씨 같이 푸근하고 친근한 느낌을 받겠지요. 하지만 양아들 딸들이 워낙 바빠서 자주 만나지는 못합니다. 사실 후배들과 친하게 지내는 비결이란 게 별거 있겠습니까. 그냥 자연스럽게 대하고, 선배로서 과하지 않게 충고하고 조언해 주면 그만이죠. 아 그리고 밥도 사야하고요 하하하. 녀석들과 가끔 통화하면 제가 그럽니다. “니들이 시간만 내 줘. 그럼 내가 밥 살게. 술도 사고.”

 

오랜만에 해병대 자랑도 해주셔야지요.

제가 해병대 401기인데, 해병대가 참 좋은 게 말이죠. 들어가서 훈련받는 동안에는 힘들고 내가 왜 여기 왔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제대하고 나서는 그만한 군대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디를 내놔도 먹고 살거든요. 생존력이 강합니다. 해병대 정신이 딴 게 아닙니다. 강한 생존력이 바로 해병대 정신이거든요. 그래서 이번 가수협회 회장직도 특유의 해병대 정신으로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 각종 트로피 앞에서 포즈를 취한 김흥국 회장

회장님의 노래방 애창곡이 궁금합니다.

제 노래 <59년 왕십리>를 즐겨 부릅니다. 이 곡은 제 노래 중에 <호랑나비> 다음으로 인기 있었던 곡인데, 나름 센세이션을 일으켰습니다. 아직도 인구에 회자되고 있고요. 사실 이 곡의 원래 제목은 그냥 <왕십리>였습니다. 그런데 제가 앞에 59년을 넣자고 강력하게 주장했죠. 작사 작곡가는 반대했지만 제가 밀어 붙였어요. “노래에 50년대 분위기, 추억과 향수가 묻어 나오지 않느냐”고 하면서요. 결국 저의 생각이 맞아 떨어졌고 이 노래는 저를 비롯한 59년생들에게는 자랑스러운 곡이 됩니다. 솔직히 그때까지만 해도 59년 돼지띠들이 58년 개띠들한테 많이 밀렸거든요. 이 노래 덕분에 기가 좀 살았죠. 당연히 6자들은 우리한테 들이 되면 안 되고요 하하하.

 

김흥국 회장님 하면 축구와 정치가 떠오릅니다. 공교롭게도 올해 리우 올림픽도 있고, 총선도 있습니다. 특별한 계획이라도.

맘 같아선 리우 올림픽에 달려가고 싶습니다만, 협회를 비울 수 있나 모르겠습니다. 뭐 임원 분들이 허락만 해주시고 여건만 되면 가고도 싶지만, 당장은 협회 일에 충실해야 되지 않나 싶습니다. 대신 TV로 우리 대표 팀 열심히 응원하겠습니다. 그리고 말씀하셨다시피 총선이 다가오고 하니까 주위에서 이번엔 안 나가냐고 자꾸 물어보십니다. 하지만 역시 한 눈 팔지 말고 가수협회 회장직에 충실해야겠지요. 정몽준 전 의원님과의 관계도 궁금해 하시는 분들 많으신데, 가끔 만나서 함께 축구도 하고 사우나도 하면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제가 가수협회장에 당선됐을 때 가장 먼저 축하난을 보내주기도 하셨고요.

 

마지막으로 저희 애독자 여러분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오는 5월 1일이 저희 대한가수협회가 설립된 지 꼭 10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그래서 김포 걸포중앙공원이라는 아주 널찍한 곳에서 가수협회 회원은 물론 가족들을 모두 모시고 시끌벅적한 체육대회를 열어볼까 합니다. 또 작년 연말에 처음으로 송년의 밤도 치렀는데, 이걸 계기로 해서 연말이 되면 꾸준히 행사를 개최하고 여름에는 시원한 콘서트도 마련할 계획이니까 여러분이 많은 관심 가져주시고 찾아와 주시기 바랍니다. 여러분, 제가 이번에 대한가수협회 회장으로서 정말 큰일을 하려고 합니다. 대한민국에 없던 멋진 쇼를 보여드릴 테니까 우리 가수들 애정 어린 시선으로 지켜봐 주시고 응원해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저작권자 © 컨슈머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