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방살이 청산하고 나비처럼 훨훨 날아가는 서초

경부고속도로 서울구간 지하화로 新실크로드 건설하고파

 

 

근황은 어떠신지요.

제가 취임한지 벌써 1년 7개월이 지났어요. 시간이 정말 쏜살같이 빠릅니다. 구청장이 되기 전부터 제가 만일 서초구청장이 되면, 이 일을 해야지 하면서 마음속에 생각해 왔던 것들이 많은데요, 지금 그것들을 하나하나 실행해가고 있어요. 자고 아침에 눈을 뜨면 출근한다는 사실에 매일 매일이 그렇게 설레고 행복해요. 이렇게 즐겁게 일할 수 있게 기회를 주신 45만 서초구민들께 너무나 감사합니다.

 

작년 한 해 서초구에서 이룩한 성과와 올해 구정 신조(모토)는?

지난해 서초구에는 신나는 변화, 기분 좋은 일들이 많았습니다. 우선, 37년 숙원사업이었던 정보사터널이 드디어 착공됐습니다. 주민들의 갑갑한 속을 뻥 뚫리게 한 속 시원한 뉴스였지요. 둘째, 구청사 부지 소유권을 찾아와 27년 셋방살이 설움을 끝냈습니다. 이제 진짜 주인이신 구민들의 뜻을 받들어 구청사를 멋지고 편리하게 바꿔나가겠습니다. 셋째, <제1회 서리풀페스티벌>을 성공적으로 개최해 대한민국 문화예술의 1번지 서초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줬습니다. 반포대로에서 벌인 서초강산 퍼레이드 때는 구민들이 손잡고 거리로 나와 아스팔트에다 문화의 카펫을 깔았지요. 서초가 에든버러, 니스와 같은 세계적 페스티벌의 도시로 가는 첫걸음을 뗐다는 평가였습니다. 넷째, 『양재 R&D 특구 사업』이 가속페달을 밟기 시작했습니다. 서울시장님이 서초구청을 방문하여 기업 대표님들을 모시고 직접 MOU를 맺었지요. 특히 저는 취임하면서 구민들에게 ‘엄마행정을 하겠다. 살림을 잘 꾸리겠다’는 말씀을 드렸었는데요, 그 약속을 지켰습니다. 그 대표적 사례가 알뜰살림 행정으로 행정자치부 전국 지자체 재정평가에서 1등을 해서 상금을 3억 받은 것입니다. 그뿐 아니라 대통령상, 국무총리상, 행자부장관상 등 총 52개 상을 받았는데요, 이 모든 것이 우리 구민들이 믿어주시고 성원해주신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 서리풀 페스티벌에서 반포대로를 가득 메운 서초구민들

한편 서초구는 2016년 올해 목표를 ‘사귀일성(四歸一成)’으로 정했습니다. ‘사귀일성’은 넷이 모여서 하나를 이룬다는 뜻입니다. 목화 네 근이 모이면 백성을 따뜻하게 하는 솜 한 근이 됩니다. 수삼 네 근이 모이면 건강에 좋은 건삼 한 근이 됩니다. 우리 서초도 서초권역, 반포‧잠원권역, 방배권역, 양재‧내곡권역의 4개 권역이 힘을 모으면 어떤 일도 해 낼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우리 직원들에게는 사귀일성의 실무적 표현인 ‘협업’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산업화 시대인 지난 20세기가 수직적이고 직선적인 남성적 사고의 시대였다면, 디지털시대인 21세기에는 수평적이고 곡선적인 여성적 사고가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이제는 경쟁이 아니라 팀워크의 시대입니다. ‘협업’은 수직이 아니라 수평적인 여성적 사고를 바탕에 깔고 있습니다. 새해 서초구청은 여성의 유연하고 섬세한 리더십으로 업무시스템을 바꿔나가려고 합니다. 보이지 않는 부서 간 칸막이를 없애고, 권위적 업무구조도 혁신하여 협업 문화를 정착시켜 나갈 것입니다.

 

▲ 발달장애인이 일하는 늘봄카페에 방문해 직원들과 포즈를 취한 조은희 구청장

말씀하셨듯이 작년에 구청사 부지 소유권을 취득하면서 오랜 셋방살이를 청산하셨지요? 감회가 남다르시겠습니다.

제가 취임한 지 1년만이었어요. 역대 구청장들이 줄기차게 구청사부지 소유권 이전을 위해 노력했지만 성사되지 못하다가 민선 6기에 들어서야 서초구민의 품으로 돌아오게 된 것이죠. 서울시와 협력관계를 구축하여 해묵은 분쟁을 과감히 털고 오랜 숙원이던 서초구와 서울시 사이의 점유재산도 정리했습니다. 우선, 구청사 부지 16,618.4㎡(5,027평) 중 13,223.1㎡(4,000평)는 무상양여 받았고, 나머지 3,395.3㎡(1,027평)는 서초구에 소재한 서울시 관리 공원 중 구 소유 공원부지와 재산가액으로 교환했고요, 착오 이관된 양재시민의 숲 양재동 236번지 146,396.5㎡(44,284평)는 서울시로 환원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서울시와 재산양여 및 교환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고, 8월 20일 마침내 소유권 이전등기를 완료해 서초구청은 완전한 서초구민의 품으로 돌아오게 되었지요. 서초구청사 부지 소유권 취득은 주민들이 느끼는 정서적 가치 뿐 아니라 실질적인 재산적 가치도 상당합니다. 연면적 16,618.4㎡(5,027평)로 지하철 3호선과 신분당선이 지나는 더블역세권인데다 도심의 허파역할을 하는 우면산자락에 위치해 도심 속 공원 같은 환경을 갖추고 있지요. 2015년도 개별공시지가 기준은 1,884억 원이며 현재 시가는 약 5,000억 원에 이릅니다. 상생의 행정을 몸소 실천한 서울시, 구청사를 찾기 위해 함께 노력해준 구의회, 무엇보다 큰 응원을 보내준 서초구민 덕분에 가능한 성과였지요.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찾고 싶은 구청’을 만들어 구민들께 보답할 생각입니다.

 

▲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조감도

경부고속도로 서울구간 지하화, 즉 ‘나비플랜’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모두 서울시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서울시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나비플랜’은 서초구 지도 모양이 나비형태임에 착안한 명칭으로, 미래를 내다보는 서초구 도시개발 장기 프로젝트입니다. 서초구 지도를 보면 경부고속도로가 나비날개를 가로질러 상처를 내고 있습니다. 이 경부고속도로를 지하화해 나비가 날 수 있게 하자는 것, 그것이 나비플랜의 핵심입니다. 경부고속도로 주변의 소음‧분진 문제와 고질적인 교통정체는 서초구 뿐 아니라 대한민국이 널리 공감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고가나 덮개를 씌우자는 의견, 고속도로를 2층으로 만들자는 의견이 있었어요. 하지만 복층화는 추가공사비가 많이 들뿐만 아니라 교통정체 문제만 해결이 됩니다. 덮개를 씌우는 것은 환경적으로는 그럴싸하지만, 교통문제가 해결되지 않아요. 그래서 콜럼버스의 달걀처럼 발상을 전환해봤습니다. 경부고속도로 서울구간을 지하로 복층화 하는 겁니다. 지하 1층은 공방이나 쇼핑센터, 지하 2층은 강남권을 오가는 차량이 다니게 하고, 지하 3층은 지방에서 서울까지 논스톱으로 올 수 있게 하고, 대심도 저류조를 함께 건설하면 강남역 침수문제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한남대교에서 양재IC까지가 6.4km구간이고, 폭은 100m가 됩니다. 경부고속도로를 지하화하면 그 위에 20만평의 오픈스페이스가 생기게 되겠지요. 그 곳 일부를 파리의 샹제리제 거리처럼 개발하고, 복합문화예술 공간으로 조성해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랜드마크로 만들겠다는 생각입니다. 40년간 차가 주인이었던 곳을 사람들에게 되돌려주자는 겁니다. 경부고속도로 지하화는 장점이 아주 많은 착한사업입니다. 첫째는 교통지옥을 해소할 수 있고, 둘째는 국민의 세금이 안 든다는 점입니다. 부지를 개발한 이익금만으로도 충분히 사업비가 나오고 남거든요. 인천에 지하화한 곳은 민자로 운영하다보니 톨비가 비싸졌는데, 이 사업은 그럴 걱정이 없습니다. 셋째는 20만평 규모의 새로운 서초구 랜드마크가 생기고요, 넷째로는, 대심도 저류조 공사를 같이 해서 강남역 침수문제도 원천적으로 해결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는 거죠. 다섯 번째는, 방음벽이 없어짐으로써 동서간의 차단벽이 없어져 강남의 경제가 동작구를 거쳐 관악까지도 퍼질 수 있다는 것이지요. 여섯 번째는 요즘에는 굴착공법이 많이 발달해서 공사하는 동안에 주민들에게 가는 피해도 최소화 할 수 있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부지개발로 상권이 형성되면 일자리도 많이 늘어나게 되겠지요. 또 부지개발로 얻는 이익금은 서초의 상생기금 같은 것을 만들어서 다른 자치구들과 같이 쓸 겁니다. 하지만 서초가 아무리 외쳐도 서울시장이 안 해주시면 어쩔 수 없습니다. 다만 국토부는 서울시가 결정만 하면 적극적으로 해주겠다는 답변은 받아놓은 상태입니다. 여당인 정부와, 야당시장, 여당 구청장이 함께 만드는 상생의 좋은 모델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여야를 초월해서 국민, 시민, 구민을 함께 바라보는 좋은 사업이 될 것입니다. 얼마 전 서울시장님이 서울역고가에 걷는 즐거움을 주겠다 하셨는데, “경부고속도로에도 걷는 즐거움을 달라”고 하고 싶습니다. 이제는 서울시와 중앙정부가 전 국민을 위해 빨리 나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40년 가까이 서초구의 도시계획에는 변화가 거의 없었습니다. 이제는 산업화 시절과는 달라져야 하는 시기가 온 것이죠. 경부고속도로가 근대화의 상징이라면, 경부고속도로 지하화는 “21세기 문화융성의 신 실크로드”를 상징합니다. 대한민국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서울시와 중앙정부의 많은 지원과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나비플랜에는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외에 고속터미널 이전 계획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예전 터미널 기공식 사진을 보면, 저 뒤에 농부가 소로 밭가는 모습이 찍혀있는 모습이 있을 정도로 서초는 시골이었습니다. 도심지를 피해 강북 7개소 터미널이 외곽으로 왔던 거죠. 하지만, 강남 고속터미널은 문화와 상업의 중심지가 된 지 오래됐어요. 현재 터미널 부지가 5만 5천평인데요, 한전부지의 2.5배가 넘습니다. 고속터미널을 이전하고 이 일대를 새로운 상업중심지로 조성하는 밑그림을 그리고 있어요. 여기에 양재 R&D를 세계적인 실리콘밸리로 만드는 계획까지 더한 것이 바로 나비플랜입니다. 상처받은 서초 나비를 다시 날게 해 ‘나비효과’라는 말처럼, 서초구의 작은 날갯짓이 서울 전역, 대한민국을 바꾸는 변화의 태풍을 일으킬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 '은희씨와 속시원한 오후3시' 프로그램에서 구민들의 묵은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대화를 나누는 조은희 구청장

여성잡지 편집국장, 대학교수, 서울시 부시장, 청와대 비서관 등 경력이 매우 다채롭습니다. 이 같은 경력이 구정에 어떤 도움을 줬는지요.

아마 저처럼 종적‧횡적으로 스펙트럼이 넓은 사람은 많지 않을 거예요.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고 다양한 직업을 가지면서 얻은 것이 있다면 바로 연결의 미학을 깨달은 것과 유연적 사고입니다. 요즘은 “뭉치면 죽고 연결하면 사는” 시대입니다. 끼리끼리 뭉치는 조직은 발전이 없어요. 각자가 지닌 장점과 개성을 잘 연결해 조직 전체의 역량으로 만들어 계속 발전해나가야 오래 갈 수 있는 것이죠. 개개의 힘을 모으기 위해 바로 협업이 필요한 겁니다. 그래서 우리는 나무도 키우고 숲도 가꿔야 합니다. 디테일도 봐야 하고 전체 큰 그림도 봐야 한다는 거죠. 앞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서초구는 경부고속도로 지하화나 정보사터널 착공, 성뒤마을 개발 등등 큰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서초의 먹거리가 될 수 있는 미래 도시로서의 구상이죠. 이런 큰 그림과 주민생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반딧불센터, 서초 교육지원센터, 효도프로젝트 같은 디테일을 함께 챙기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 연결의 미학입니다. 또 한 가지는 유연적 사고에요. 나비플랜의 시작도 유연적 사고에서 나온 것이라고 볼 수 있어요. 경부고속도로 주변 문제는 제가 오기 전에도 많은 분들이 고민하셨던 문제입니다. 덮개를 씌우자, 복층화를 하자, 많은 아이디어가 있었지만 실행이 되지 못했어요. 투입되는 예산에 비해 장점이 너무 적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발상을 전환했습니다. 지하에 대심도 터널과 고속도로를 복층으로 뚫고 그 위의 오픈스페이스를 개발하면 강남역 침수문제, 경부고속도로 정체문제, 주변이 소음‧분진 문제까지 한 번에 해결이 가능하잖아요. 오픈스페이스를 개발하면 그 이익금으로 공사비도 충당할 수 있고요. 다양한 경험으로 만들어진 유연한 사고 덕분에 경부고속도로 지하화라는 착한 사업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앞으로 갈 길이 멀지만 요즘에는 경부고속도로 지하화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들도 제법 보이는 것 같아요. 제가 많은 경험을 통해 배운 소중한 가치들을 구정에 녹여내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서초구민 여러분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믿어주셔서 고맙고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믿음 저버리지 않고 올해도 엄마의 마음으로 안 풀리는 문제는 뻥 뚫고, 구민여러분이 부르시는 곳은 어디든 날아가 서초의 구석구석을 살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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