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없는 하위 조직 떠 넘기기 심각

지난 7월 양씨는 SK텔레콤의 개념 상실 업무처리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철렁하다.

요금 납부에 대한 오류로 해당 통신사에 약 3주간 시달린 것인데 SK텔레콤 홍보팀조차 고객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과 배려가 없다는 것을 몸소 확인하고 나서는 더 이상 할 말도 없다고 푸념했다.

사건의 내막은 이렇다.

양씨는 통신 요금을 매달 지로를 통해 납부하고 있으며 지난 7월에도 휴대폰 판매점에 요금을 납부했다.

그리고 영수증은 당시 판매점 PC는 전산 오류로 인해 수기로 받아 두었다.

양씨가 이날 납부한 요금은 두달치로 약 23만원이었다. 하지만 양모씨를 황당케 한 것은 몇 일 뒤 걸려온 상담원 통화였다.

상담원은 두달치 요금이 미납되어있는 상태이니 조속한 납부를 바란다는 안내를 하였다.

몇일동안 요금독촉 문자가 오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양씨는 뭔가 착오가 있을 것이라 말하면서 몇 일전 판매점에 요금을 납부한 사실을 상담원에게 알려 주었다.

상담원은 아직 전산상에 요금 납부 처리가 되지 않았다면서 전산상 업로드가 다소 지연될 수 있음을 고지해 주었다.

그런데 일주일 뒤 전혀 다른 상담원이 다시 요금 납부를 종용하면서 양씨의 신상 파악을 하기 시작했다.
채무자를 대하는 특유의 압박적인 말투도 거슬리기 시작했다.

전산 처리가 늦을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 양씨는 지난주 했던 말을 반복하면서 판매점 납부를 확인하라는 안내까지 해주는 친절함까지 발휘했다.

상담원은 확인 해 보겠다며 전화를 끊었고 양씨도 더 이상의 전화는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였다.

문제는 3일후 또 다른 상담원이 요금관련 독촉을 시작하면서 양씨는 인내심에 한계를 드러나기 시작했다.

상담원은 이전과 같이 양씨의 신상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양씨는 채무자에 대한 SK텔레콤의 매뉴얼과 프로세싱이 묘하게 거슬리기 시작했고 더 이상 수동적으로 대처해서는 해결이 어렵다는 판단을 한 양씨는 급기야 가던 길을 집으로 돌려 영수증을 통해 판매점 상호를 언급하면서 다시 한번 정확한 확인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상담원은 양씨에게 상황을 파악하고 연락할 것을 얘기하였지만 3일뒤 4번째 또 다른 상담원에게 같은 전화를 받는 순간 양씨는 상담원에게 화를 내고 말았다. 같은 상담원의 연속된 업무도 아니고 처음부터 다시 얘기 하는것이 짜증을 유발함과 동시에 신상을 캐는 것도 거의 스토커 수준이니 배겨낼 재간이 없었다.

상담원 통화를 정리하면 요금미납으로 연락했다. 전화받는 사람은 누구냐? 주민번호가 뭐냐? 주소가 뭐냐? 등 이전과 동일 패턴의 질문이 반복되니 양씨는 언성을 높여 그 동안의 과정을 이야기 하고 3번째 상담원에게 판매점 전화 번호까지 일러 준 것을 언급했다. 물론 고래 고래 소리까지 질렀다.

이때부터 양씨는 소비자 입장에서 뭔가 우롱당한듯한 기분이 들기 시작해 강하고 분명한 어조로 SK텔레콤 고객센터 팀장의 사과 전화를 요구했다.

양씨의 격한 반응에 상담원은 이내 저자세로 돌변 다시 전화를 하겠다면서 황망히 전화를 끊었다.

그날 오후 4시경, 양씨는 미팅 중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고 고객센터 팀장의 사과 전화일 것이라 직감한 양씨는 미팅중임을 알리고 1시간 뒤쯤 다시 연락할 것을 문자로 통보해 주었다.

이후 약속한 시간에 전화가 왔지만 미팅이 길어진 양씨는 잠깐 통화로 시간이 길어짐을 알리며 추후 다시 한번 전화 해 줄 것을 부탁하니 상대는 6시 40분쯤 다시 하겠다면서 통화를 마쳤다.

양씨는 조금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고 했다. 사과를 위해 이리 노력하는 모습에 마음이 풀리기 시작한 것이다.

7시가 넘어 저녁 일정을 소화 하던 양씨에게 다시 전화가 왔지만 통화 할 상황이 아님을 알리니 상대는 다음날 오전에 다시 전화 한다는 말을 남겼다.

하지만 다음날 오전 통화 상대가 지난달 판매점에서 양씨 요금 처리를 해주던 사람임을 알고는 고객센터의 업무처리에 기가 막히고 말았다. 분명 고객센터 팀장의 사과를 원한다고 얘기했는데 판매점에서 전화를 한 것이었다.

어제부터 3번이나 어긋난 통화의 상대가 고객센터 팀장이 아닌 판매점 사람임을 확인한 양씨는 상황이 짐작 되었지만 일단 상대 얘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그런데 상대는 자초지종 설명보다는 무조건 잘못했다. 모든 원인이 자신인 만큼 책임을 지겠다는 등 마치 죽을 죄를 진 것처럼 저자세를 보이는 모습으로 오히려 양씨를 당황케 했다.

상대를 진정시킨 양씨는 판매점에서 요금 전산 처리를 까맣게 잊고 있었다는 사실을 들으면서 전체 윤곽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판매점에서 영수증을 발급하고 전산처리를 않 하니 당연 고객센터 상담원들은 계속 전화를 했던 것이다. 하지만 두 번째 상담원부터는 판매점에 요금 납부 사항을 알렸으니 고객센터의 관리책임이 더 문제가 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고객센터 책임있는 분의 사과 전화를 요구했건만 깡그리 무시하고 모든 원인이 판매점이 있다는 듯 떠민 고객센터의 처사를 도저히 이해 할 수가 없었다.

양씨는 자신도 판매점에서 전화 할 줄은 생각치 못했다면서 사람인만큼 실수할 수 있고 1차 책임이 판매점에 있을지는 모르지만 지금 화가 난것은 4번이나 안내를 하였는데도 고객을 괴롭힌 고객센터에 문제로 판단한다고 했지만 상대는 연신 자신의 책임이라며 사과를 했다.

양씨는 판매점이 사과할 일이 아님을 다시 한번 언급하고 고객센터와 통화한다고 하니 판매점은 고객센터에 이 사실을 그대로 전달해야 된다고 언급했다.

전화 통화를 마친 양씨는 순간 기만 당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고객의 요구를 철저히 무시하고 상대적 약자인 판매점에 책임을 떠 넘기는 고객센터의 처사도 용납하기 힘들었다.

생각할수록 기분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고객센터에서는 마치 자신들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판단한 듯 했다.

분명 상담원들의 처사는 사과받을만한 사안이었고 그것에 대한 고객센터 팀장의 사과를 요구했는데 모든 책임을 판매점에 전가해 버린 것이었다.

자신들의 잘못은 일언반구 없이 말이다. 한마디로 고객센터 관리책임은 깡그리 무시한 채 말이다.
고객센터 팀장의 사과 전화를 요구한 양씨는 오히려 만 하루 동안 고객센터에 철저히 농락당한 셈이었다.

양씨는 고객센터에 이런 류의 민원이 자주 있었고 언제나 상대적 약자인 판매점이 고객에게 사과하고 무마한 전력이 많을 것이라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간이 배 밖에 나온 행동이 설명이 되지 않았다.

결국 양씨는 SK텔레콤 홍보팀에 전화를 해서 그간의 상황을 설명하면서 이런 처사는 굉장히 잘못된 행동임을 어필하였다. 하지만 전화를 받은 직원은 일단 상황 파악을 먼저 해야된다면서 늦어도 퇴근 시간까지는 양씨에게 연락할 것을 약속하였다.

이미 고객센터의 농간에 한번 놀아난 양씨는 만약 이번에도 연락이 없을시 방통위에 민원을 넣을 거라고 추가로 언급하였다.

이와 별개로 고객센터 부팀장에게 전화가 온 것은 그로부터 한 시간이 조금 지났을 때였다.

양씨는 자신이 기만당한 사실을 주지하니 상대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약간 겸언적인 태도를 취했다. 하지만 양씨가 상대적 약자인 판매점에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굉장히 비겁한 행동임을 언급하자 상대는 태도를 돌변해 판매점이 왜 약자냐며 따지기 시작했다.

휴대폰 판매점을 하는 지인들이 고객 클레임 하나로 통신사 기기 공급 우선 순위에서 밀려 늘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것을 알고 있는 양씨는 사과하는 사람의 태도에 문제가 있음을 언급하고 고객센터 책임자의 사과를 요구 했다.

하지만 이후 고객센터 책임자의 연락은 없었다. 물론 SK텔레콤 홍보실에서도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양씨는 다음날 하루를 더 기다린 끝에 방송 통신 위원회에 해당 사건을 정리해서 민원을 넣기로 하고 사건 일지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사건 일지를 작성하면서 양씨는 SK텔레콤의 기업 문화 자체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깨닫기 시작했다.

자신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었고 SK텔레콤의 고객 기본 인식의 변화가 없이는 추후 문제가 계속 반복 될 것 같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고객센터 책임자에게 사과 전화가 온 것은 방통위 민원 접수 후 9일만이었다.

그간 사항에 대해 전적으로 사과를 표명한 고객센터 책임자는 홍보실에서 공지가 내려와 전화를 한 것이라 언급하면서 양씨와 관계된 해당 직원들의 징계를 언급하기 시작했다.

순간 양씨는 충격을 받았다.

민원을 제기한 것은 해당 기업이 문제를 개선하고 발전하라는 취지였는데 해결 방식 자체가 완전 넌센스였다.

또한, 고객센터에서 판매점에 책임 전가하는 패턴이 홍보팀과 고객센터에서 그대로 반복되고 있었다.

더구나 상대가 관리 책임자라는 사실은 더 없는 충격이었다.

양씨는 직원들 잘못은 분명하지만 징계를 거론하면 그 모든 원망이 누구에게 떨어지는지 생각해 본적이 있는지를 물으니 책임자는 그런것은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답변이다.

양씨는 징계가 결정되는 순간 그 모든 원망이 양씨에게 돌아 올 것이 뻔함을 언급하면서 원한것은 바꿔 고쳐 발전하라는 생각이니만큼 직원들 징계는 절대 언급하지 말것을 오히려 부탁하기에 이르렀다.

고객센터 책임자는 사후 교육에 좀 더 철저할 것을 약속하는 선에서 양씨와 마무리를 지으려 했고 양씨는 9일전 사과 전화 요구를 전달 받지 못했는지를 물어 보았다.

고객센터 책임자는 자신의 입장을 이해해 줄것을 말하면서 양씨와의 통화 역시 바로 홍보팀에 보고 될 것임도 알려 주었다.

양씨는 홍보팀 역시 그 이후 아무런 연락이 없음을 책임자에게 설명하면서 판단을 유보한다고 언급하고 통화를 마무리 했다.

얼마 후 방통위에서 양씨 민원 처리가 2주 늦게 처리됨을 문자로 통보 해 주었고 2주뒤에는 해당 민원이 처리되었다는 문자를 양씨에게 통보해 주었다.

도대체 해당 민원이 어떻게 처리되었다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양씨는 못 내 답답 하였지만 양씨는 자신의 일에 충실하기로 마음 먹었다.

자신의 어필이 통신사에 도움이 되기를 바랬던 마음과는 전혀 다르게 전개되는 것에 아예 생각을 달리 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양씨는 조만간 통신사를 바꿀 계획임을 분명히 했다. 힘 없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취할 수 있는 것은 그것 뿐이었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하는 것을 언급한 양씨는 그나마 통신사가 3개여서 다행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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