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새벽 B씨는 딸이 정신을 잃을 것 같아 응급센터에 갔다가 황당한 일을 당했다. 접수창구 직원이 응급진료비로 6만원 이상이 청구될 것이라고 했다. 창구 옆 응급진료비 게시판을 보니 제일 비싼 응급진료비가 5만원대라고 표시 되어 있었다.

안내 직원에게 물어보니 새해부터 응급진료비가 인상되었다고 했다. 인상 전 진료비 게시판을 그대로 두고 영업을 했다. 응급실내에도 수정되지 않은 게시판이 그대로 있었다. B씨가 겪은 응급센터 모습은 응급환자를 볼모로 한 병원의 군림 그 자체였다.

응급센터가 B씨에게 군림한 모습은 대략 다음과 같았다. 응급센터 진료비는 응급과 비응급으로 분류되었다. 비응급으로 분류되면 진료비만 6만원에 달하는데 판단 기준이 무엇인지 사전에 알려주지 않았다. 응급진료비와 비응급진료비의 차이는 두 배에 달했다.

간호사가 B씨 딸에게 투약을 시작했으나 투약내용이 무엇인지 알려주지 않았다. 응급진단명도 알려주지 않았다. 링거로 투약하는 약물이 무엇인지 물어보니 진통제라고 했다. 왜 진통제를 맞는지도 알려주지 않았다. 부작용 가능성과 내용에 대한 설명은 당연히 없었다.

링거 투약 중에 검사실로 간다고 했다. 검사목적이 무엇인지 검사 종목은 무엇인지 알려주는 사람이 없다. 최근에 검사받은 사실이 있는지 여부도 묻지 않았다. 검사비용도 알 수 없었고 검사방식에 대한 선택의 여지도 없었다. 검사종목별로 결과가 몇 시간 후에 나오는지도 알려주지 않았다.

응급진료 환자와 비응급진료 환자의 진료체계도 구분되어 있지 않았다. 응급센터 종사인력의 현황도 알 수 없었다. 누가 의사인지, 누가 응급구조사인지도 알 수가 없었다. 응급구조사로 실습 나온 학생들도 흰 가운을 입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직의사가 몇 명인지, 인턴이 몇 명인지, 간호사가 몇 명인지도 알 수 없었다. 응급센터 당직근무자 현황표가 게시된 곳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입실한 환자 침상에 담당의사 표시도 없었다. 진료하는 의사가 인턴인지, 레지던트인지도 알 수 없었다.

응급센터엔 24시간 응급의사만 근무하는 것인지, 진료과목 전문의도 진료가 가능한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응급센터 이용에 따른 안내문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침이 되니 응급센터 의료인들의 교대가 시작되었다. 환자들은 몇 시에 인력 교대가 시작되는지 알 수 없었다.

교대한 의사가 와서도 자세한 설명이 없었다. 환자들은 눈치로 담당의사가 교대되었나 보다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 환자에 대한 응급진료경과가 의사끼리 인수인계되겠지만 무엇이 인수인계 되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이제부터라도 B씨가 겪은 응급센터의 고충은 시정되어야 한다. 환자중심경영을 위한 병원의 마인드 전환과 사회적 관심을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컨슈머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