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독일의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사태로 온 지구촌이 시끄럽다. 이는 세계적 거대기업도 소비자피해를 유발함에 있어 예외가 아님을 보여준 사건이다. 즉, 영세 소규모 악덕상술 업체만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소비자피해에 대한 사후구제행정이 매우 중요하다. 또한 시장경제의 지속가능한 선순환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만일 사후구제가 소홀하거나 전문성이 없다면 소비자피해가 증가될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 즉, 해당 상품의 시장 퇴출이나 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지난달 9일 광주에서는 한 남성 소비자가 시동 꺼짐이 발생하는 차량을 교환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자신의 벤츠승용차를 골프채로 파손하기도 했다. 이와 같이 자동차피해의 사후구제 지연이나 분쟁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은 날로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2일 국회의원회관에서는 ‘교환·환불 소비자 피해 어떻게 할 것인가?’ 라는 주제로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업계와 학자들의 공통 화두는 ‘한국형 레몬(Lemon)법’ 도입 여부였다.

미국 레몬(Lemon)법은 많은 주에서 차량하자에 대한 해결기준으로 활용되고 있다. 예컨대, 자동차 구입 후 18개월 이내 또는 주행거리 1만8,000마일(약 2만9000㎞) 미만 차량에서 결함이 반복되는 경우 제조사가 이를 교환·환불토록 명시한 법이다.

물론 우리나라에 미국과 같은 레몬(Lemon)법은 없다. 그러나 미국과 달리 법원에 가기 전에 소비자기본법에 의거 피해구제 행정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를 근거로 국토교통부,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 지방자치단체 등이 피해구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문제는 자동차라는 상품이 최첨단 과학기술이 복합된 하이테크 융합제품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최첨단 제품하자를 소비자가 어떻게 입증한다는 말인가? 현행과 같이 소비자에게 하자나 결함의 입증책임을 부담시킨다면 소비자의 교환 환불은 거의 불가능하다.

다만, 소비자들은 피해구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전담 행정기구들을 통해 자동차하자나 결함의 과학적 입증을 지원받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전문 행정기구조차 자동차와 같은 최첨단 융합제품의 하자나 결함입증이 쉽지 않다.

그렇다고 하여 국가가 자동차소비자 피해와 분쟁에 대해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 특히 자동차, 금융, 보험, 의료, 법률, 건설 등 소비자 입증능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분야, 소비자 스스로 권리구제가 어려운 전문분야말로 국가역할 강화가 요구된다.

국가 및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가 피해구제를 시작한지도 어느덧 28년이 넘었다. 이제부터라도 기업과 소비자간 역량 불균형이 큰 분야에서 국가의 프로다운 참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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