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넘어오면서 대한민국 구성원들은 백성이라는 호칭이외에 소비자라는 호칭이 추가되었다. 모든 백성이 시장에서 상품을 구입해 사용해야하는 자유시장 경제체제에 살게 되면서 얻은 별칭이다.

이제 우리 모두 ‘시장’과 ‘소비자’라는 단어 없이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삶이 되었다. 우리 헌법도 자유시장 경제체제를 대한민국 국가질서로 천명하면서 국가행정은 이제 ‘시장경제 발전행정’이라는 큰 축을 보유하는 시대가 되었다.

소비자행정은 시장경제를 발전시키는 행정가운데 소비자를 지원하고 소비생활을 진흥하는 행정이라 할 수 있다. 즉, 공급자행정이 물품과 용역을 시장에 공급하는 생산자를 지원하고 산업을 진흥하는 행정인 것과 대별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광복 이후 70년간 우리나라는 압축경제 성장을 이루면서 공급자행정은 눈부신 발전이 있었던 반면 소비자행정은 공급자중심의 시장구조 아래에서 발전 동력이 약화되면서 행정의 전문화가 느리게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

생산자를 위한 수출지원행정도 상당한 발전이 있었지만 소비생활을 위한 수입지원행정은 생산자의 원자재 수입지원행정과 혼동되면서 발전이 지연됐다.

우리나라도 소비자행정의 시작이 늦은 것이 아니다. 소비자보호법이 1980년에 제정되어 지금까지 각 부처별 소비자보호시책이 매년 수립 시행되어 왔고, 피해구제를 위한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도 1987년부터 운영되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소비자행정의 경우 공급자행정 강화를 요구하는 경제인과 산업계의 목소리에 밀려 늘 정책적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현상이 반복되면서 소비자행정의 발전과 전문성이 강화될 기회가 지연되곤 하였다.

지난 30년 동안 각 부처는 매년 품목별 소비자보호시책을 수립 추진해왔고, 지난 28년간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가 피해구제업무를 담당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소비자로부터 튼튼한 신뢰기반을 확보하고 있지 못한 것이 이 때문이다.

최근 한 조사를 보면 기초자치단체에서 소비자행정에 대한 조례를 제정한 경우는 전체의 30.5%에 불과했고 소비자 관련 팀을 둔 곳은 2.5%, 소비자행정 업무전담 인력을 둔 곳은 3.5%에 불과하다고 발표했다. 관할 구역에 소비자상담실을 둔 곳도 18.5% 뿐이라고 했다.

따라서 지금은 소비자와의 소통과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도 소비자행정의 전문성 제고와 발전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소비자행정의 전문화와 발전을 통해 하루 속히 시장의 신뢰가 쌓여 간다면 선진국으로 가는 문턱도 그리 높게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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