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세하고 색채감 넘치는 연장선상의 오케스트레이션 일품

올해 창단 70주년을 맞은 영국 로열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내한공연을 실연으로 접한 것은 3년전 2013년 6월 30일 샤를르 뒤투아가 지휘봉을 잡았던 둘째날 공연이던 베버의 오이리안테 서곡과 스테판 피 재키브가 바이올린 협연한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Violin Concerto in e minor Op. 64), 그리고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의 기억이다. 당시 영국 로열필과 마에스트로 샤를르 뒤투아가 섬세하고 색채감 넘치는 연주를 펼치던 기억이 새롭다. 한국과 중국을 거치는 지난 9월 10일의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있었던 로열필하모닉의 극동 아시아 투어 역시 이런 섬세하고 색채감 넘치는 연장선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던 연주였지 않았나 싶다.

3년전 로열필의 내한공연시 화제의 초점은 중국 출신의 가공할 테크니션 유자 왕이 집중 스폿라이트였는데 올해는 지난 4월 수원시향과의 교향악 축제에서 인상적 열연으로 기억에 남는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이 첫날 차이콥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협연한데 이어 이튿날에는 첼리스트 제임스정환김이 차이콥스키 로코코 주제에 의한 변주곡, 작품번호 33의 따스하게 감싸는 1715년산 마테오고프릴러 첼로의 깊이있는 선율로 관객의 심성을 두드렸다.

▲ 롯데콘서트홀에서 공연이 끝난후 관객들과 셀카를 찍고 있는 샤를 뒤투아의 뒤를 잇는 젊은 영국지휘자 알렉산드르 쉘리.

핑갈의 동굴 서곡에서부터 핑갈내부의 동굴을 잘 보여주는 듯한 섬세한 연주가 인상적이다 싶더니 이어진 로코코 주제에 의한 변주곡에선 제임스정환김은 나긋나긋 첼로 활을 긋는 것이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의 다이나믹하고 파워풀한 연주에 대비되게 포근한 것이 대조를 이뤘다. 샤를 뒤투아의 뒤를 잇는 젊은 영국지휘자 알렉산드르 쉘리는 진화하는 로열필의 지휘를 이끄는데 손색없는 듯 보였다.

후반부에 이어진 브람스 교향곡4번에서도 로열필의 고양감 느껴지듯한 연주체험을 하게하는 높은 퀄리티의 섬세한 연주가 이어졌으나 연주회 수준을 깍아먹는 관객들의 악장간 박수가 최고의 음향수준을 자랑하는 롯데콘서트홀의 개관공연들 콘서트들로서는 매우 촌스러웠다. 멘델스존과 차이콥스키, 브람스의 곡들을 통해 섬세한 강점을 보였으나 한편으론 로열필이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이나 벤저민 브리튼의 ‘단순’교향곡 같은 영국 작곡가의 곡으로 자신들의 정체성의 장점을 더 보였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 올해 창립 70주년을 맞은 로열필하모닉은 9월19일 음악감독 샤를를 뒤투아와 창립 70주년겸 뒤투아 생일 80주년을 기념키위한 갈라 콘서트를 로열알버트홀에서 개최했다. (사진은 BBC프롬스에서 로열필하모닉을 지휘하고 있는 샤를르 뒤투아.)

로열필이 이번 내한공연에선 샤를르 뒤투아와 동행하진 못했지만 로열필은 창립 70주년과 샤를르 뒤투아 80살 생일을 기념해 9월19일 영국 로얄알버트홀에서 아르헤리치와 핀커스 주커만과 함께 하는 70주년 갈라콘서트를 열어 롯시니의 윌리암텔 서곡과 슈만의 피아노 콘체르토 A단조, 브루흐의 바이올린협주곡 No.1, 그리고 스트라빈스키의 불새모음곡(1919)을 연주했다. 9월19일 로열필 70주년 갈라콘서트에 대해 Classical Source지는 "로열필과 샤를르 뒤투아, 아르헤리치가 이번 여름 로열알버트홀에서 연주했던 Proms Extra같은 연주"였다고 평했고 Bachtrack지와 The Times지도 별 네개를 부여하면서 "한명도 아닌 아르헤리치와 주커만의 두 세계적 솔로이스트로 관객이 축복받는 콘서트는 드문 케이스"라는 평을 내놨다.

지난 8월3일 있었던 BBC프롬스 25번째의 샤를르 뒤투아 지휘의 로열필 연주도 텔레그라프와 더타임즈등에 의해 별 네 개를 받으며 뒤투아는 마법사(텔레그라프)였고 바르톡의 푸른 수염 백작의 성은 풍부한 현악과 함께 대담하게 아름다웠다는 더타임즈 Anna Picard 음악칼럼니스트등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

저작권자 © 컨슈머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