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필과 베를린심포니 사이의 명성의 괴리

사이먼 래틀이 아직 상임지휘자로 있는 베를린필의 내한공연은 최근 2011년과 2013년 11월에 서울에서 펼쳐진 이후 아직 소식이 없다.

5년전 말러교향곡 9번의 감동과 3년전의 가을밤을 흥분시킨 이고르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및 부르크너 교향곡 제7번을 생각하면 베를린필만이 줄 수 있는 흥분에 아직도 마음이 저려온다. 키릴 페트렌코가 2018년부터 지휘봉을 잡기로 되어 있어 그 이후에나 한국으로의 내한공연이나 잡힐 수 있을런지 현재로서는 감을 잡기가 어렵다.

베를린심포니 페이스북이 자신들의 내한공연 정점으로 소개한 서울 예술의 전당 공연직후 관객의 박수를 받고 있는 장면.(사진: 베를린심포니 페이스북)

베를린 시내의 대표적 음악 콘서트홀중 베를린필의 필하모니홀과 더불어 콘체르트하우스에 상주하는 것으로 알려진 베를린심포니의 내한공연은 이런 베를린필 내한공연이 최근 없는 아쉬움속에 가게 되었다.

그러나 역시 베를린필과 베를린심포니 사이의 명성의 괴리는 어쩔 수 없는지 합창석이 텅텅 비면서 연주는 시작되었고 코스모폴리탄 트리오 비엔나가 출연한 베토벤의 삼중협주곡에선 촌스럽게도 악장사이에 관객의 박수가 나오기도 해 아쉬움을 면키 어려웠다. 그럼에도 9월초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있었던 베를린심포니와 슬로박신포니에타 내한공연은 연주곡들도 유사한 면에서 비교할 점이 많았다. 서곡으로 베토벤 <프로메테우스의 창조물> 서곡 작품 43을 골랐고 후반부에서 교향곡 제7번, 앙콜곡으로 모차르트의 휘가로의 결혼 서곡등을 똑같이 연주했기 때문이다.

베를린필과 과거 인근 체코필의 아성을 생각한다면 베를린심포니나 슬로박 신포니에타는 앞선 두 연주단체에 비해 그렇게 명성을 비교할 바가 안된다. 더욱이 형식이나 내용의 면에서 규모가 작은 심포니를 뜻하는 슬로박신포니에타의 경우는 오케스트레이션의 성량이 풀사이즈 오케스트라에 훨씬 못미쳐 깊은 감동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거제와 부산등을 거쳐 서울에서의 연주를 베를린심포니 페이스북은 내한공연의 정점으로 소개했지만 그래서 베토벤의 작품을 통해 순수 독일 정통음악에 대한 팬들의 목마름을 해소시켜주는 오아시스 같은 공연을 기대했다면 다소 실망한 음악팬들도 많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명성은 거져 얻어지는 것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에 베를린필의 내한공연 소식을 더욱 고대하게 되고 베를린필의 세계적 명성 틈바구니에서 있는 베를린심포니 같은 연주단체는 일종의 틈새시장 같은 개성있는 곡의 연주로 승부를 걸어야 관객확보가 될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런 관점에서 50주년 기념으로 베를린심포니가 오는 10월 30일 베를린 필하모니홀에서 이스라엘 출신 지휘자 Lior Shambadal의 지휘로 50주년 축하기념 콘서트를 갖는데 1부에선 쿠스타브 홀스트의 행성조곡(Die Planeten), 2부에선 내일의 스타 특집으로 일본 출신의 피아니스트 Anna Kurasawa가 쇼팽: 연주회용 대론도 '크라코비아’ F장조 Op. 14등을 연주하고 오스트리아 출신 테너 Martin Piskorsky가 구노의 로미오와 줄리엣중 ‘아 태양이여 떠올라라(Ah! Leve toi soleil)등을 부르며 3부에선 모리스 라벨의 볼레로등이 연주되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많다.

베토벤 삼중협주곡에서 비엔나에서 거주하는 여미혜의 안정되고 경륜있는 첼로연주를 발견했다면 이번 베를린심포니 내한공연의 수확이라고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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