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밍고의 한국사랑, 한국과의 연이 여기서 그치지 말기를!

Another Enchanted Evening(또다른 황홀한 저녁)으로 손색없는 콘서트의 밤을 플라시도 도밍고가 선사, fabulous(멋지다) 하다는 외국 관객의 평과 75세의 나이에 어떻게 저런 성량이 나올 수 있는지 놀랍다는 관객들의 평이 쏟아졌다.

플라시도 도밍고의 공식 홈페이지(http://www.placidodomingo.com/us-en/biography)에 가보면 플라시도 도밍고는 그가 부르는 무대와 음악을 장악한다고 씌여있다. 그랬다. 이번 서울공연을 끝내고 줄지어 있는 플라시도 도밍고의 공연 스케줄들, 로스앤젤레스 오페라의 맥베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나부코, 내년 Wien Staatsoper의 로미오와 줄리엣및 토스카, 내년 4월에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라 트라비아타와 돈조바니, 2017년 6월에 있을 Wien Staatsoper의 돈 카를로와 바이에른 Staatsoper의 라 트라비아타 공연등 플라시도 도밍고의 숨가쁜 공연 여정에 함께 한 것 같은 벅찬 감정에 솟아올랐다는 고백이 옳을 것 같다.

Fabulous한 Another Enchanted Evening(또다른 황홀한 저녁)을 선사한 플라시도 도밍고 Concert in Seoul에서 도밍고가 열창하고 있다. (사진: 플라시도 도밍고 페이스북)

10월2일 저녁 7시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있은 플라시도 도밍고 Concert in Seoul은 서울에서의 그의 마지막 콘서트가 될지도 모른다는 홍보 문구가 무색하게 주먹을 불끈 쥐고 마무리하며 흰머리와 휜수염은 세월을 비켜갈 수 없는 플라시도 도밍고였지만 노련미로 커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어서 역시 전설의 목소리, 세기의 거장다웠다.

온다 만다 하며 한국에 사반세기전인 25년전 1991년 11월 세종문화회관에서 이탈리아의 매력적인 소프라노 루치아 알리베리티와 함께 전율의 공연을 펼쳤던 기억이 아직도 새롭다. 가장 최근 플라시도 도밍고가 서울에서 공연을 가진 2014년 11월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선 1부에선 베르디의 다섯곡 오페라 아리아를 주축으로, 2부에선 ‘Tonight’등 뮤지컬 노래 위주로 국내관객이 보다 친숙히 접할 수 있는 것들을 불렀다.

이번에도 도밍고는 1부는 이탈리아 오페라 아리아의 정수를 보여주는 프로그램을 선택, 베르디의 ‘가면무도회’ 중 ‘그대는 내 명예를 더렵혔도다’로 시작했다. 이어 도밍고가 개최하는 ‘오페라리아 더 월드 오페라 콩쿠르’에 2016년 우승한 테너 김건우와 함께 비제의 ‘진주조개잡이’ 중 ‘성스러운 사원 안에서’, 테너 문세훈과 베르디의 ‘돈 카를로’ 중 ‘우리는 함께 살고 함께 죽는다’, 소프라노 박혜상과 도니제티의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중 ‘창백한 빛이 내 얼굴에 비치네’를 불러 신예 한국 성악가들의 기량을 맘껏 뽐내도록 하는 배려를 했다.

소프라노 강혜명의 ‘어떤 개인 날’(오페라 나비부인중)의 깊은 맛으로 열린 2부에선 플라시도 도밍고는 스페인 작곡가 모레노 토로바의 ‘사랑, 내 삶의 모든 것’(오페라 ‘마라빌라’), ‘승리를 위해 믿음으로 싸웠노라’(오페라 ‘루이사 페르난다’), 파블로 소로사발의 ‘그럴 리가 없어요!’(오페라 ‘항구의 선술집’)를 매끄럽게 부르며 건재함을 과시했다는 평을 받았다. 레하르의 오페라 '유쾌한 미망인'의 '왈츠 듀엣'을 박혜상과 함께 부르는 등, 친숙한 작품들로 과거 루치아 알르베르티와의 추억의 공연 장면들이 오버랩되기도 했으며 70대 중반의 나이로 노래를 많이 하지는 않았으나 , 기품있는 목소리로 7천여 청중을 휘어잡았다.

당초 2부에선 도밍고가 지휘대에 올라설 것으로 보도됐지만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춘희)의 ‘축배의 노래’에서 전 출연자가 노래를 부르고 지휘 유진 콘이 가세한 마지막 앙코르곡에서만 지휘봉을 잡았을 뿐 베사메무초, 그리운 금강산등 앵콜곡이 짧아 1991년 25년전 당시 무려 40여분에 가까운 앙콜곡들을 선사했던 것에 비하면 아쉬울 수 밖에 없었다.

올해 플라시도 도밍고 내한공연의 특징이라면 신예 한국 성악가들을 다수 출연시켜 세계 무대에 설 수 있는 교두보 역할을 도밍고가 했다는 점에 한국과의 특별한 연결고리를 삼을 수 있을 듯 한데 이런 점이 호세 카레라스등과는 대비되는 요소여서 플라시도 도밍고의 한국사랑과 한국과의 연이 여기서 그치지 않기를 기대하는 것은 콘서트에 참석했던 관객들의 일관된 바램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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