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 정수기 대여관련 피해가 계속 늘고 있다. 2013년 1월부터 2016년 9월까지 한소원에 접수된 정수기 대여관련 피해 건수는 총 1,187건이나 되었다. 매년 30% 이상씩 늘어나더니 2016년 들어 9월 말까지 401건이 접수되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9.1%나 증가했다.

2016년 1월부터 9월까지 접수된 401건을 분석한 결과, 정수기 관리서비스 불이행 또는 불완전이행 관련 피해가 154건(38.4%)으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 제품불량으로 인한 피해가 98건(24.4%), 부당한 거래조건 관련 피해가 51건(12.7%)으로 나타났다.

관리부실 피해는 약속 불이행, 이물질 발생, 관리 과실로 누수 및 바닥 손상, AS 미흡·지연·불이행 등이 많았다. 제품성능 피해는 냉·온수 불량, 얼음 생성 기능 미흡, 전원 합선, 기판 불량 등에 대한 불만이 많았고, 물맛 이상·냄새·소음 발생 등의 사례도 상당했다.

부당한 거래조건 관련 피해로는 정수기 대여 약정기간 불일치, 해지 시 위약금 과다 요구, 사전에 고지하지 않은 등록비・설치비 청구, 사은품 미지급, 대여비용 감면 약속 불이행 등이 많았다. 그 밖에 대여료 부당 청구나 설치 관련 피해도 있었다.

2016년 1월부터 9월까지 접수된 피해구제 401건 중 영업중단 관련 소비자 피해도 22.7%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체 영업중단으로 관리서비스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이후 채권인수 업체가 동 기간에 대한 대여비용을 부당 청구하거나 해약 시 과다한 위약금을 청구하는 피해가 있었다.

위의 피해실태에서 보듯이 소비자들은 겪지 않아도 될 시간적 손해와 정신적 고통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제 더 이상 정수기 대여로 인한 소비자피해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이 다름 아닌 민생정치이고 생활정치인 것이다.

정수기 대여업이란 종합서비스업이다. 단순히 정수기를 빌려주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기사를 파견하여 설치도 해줘야하고, 위생안전관리를 위한 가정방문인력도 제공해야 하고, 정기적으로 교체해야 하는 필터 등 재료도 공급해 주어야 한다.

즉, 신규 대여거래 조건 및 중도 해지조건이 합리적이어야 하고, 주방에 설치하는 정수기 품질 및 시공기술이 확보되어야 하며, 대여기간 지속적으로 방문하는 인력의 신원이 확실하고 친절성과 위생관리 역량이 보증될 수 있어야 시장에 출시가 가능한 업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당한 거래조건과 조악한 관리품질을 개선하라는 시장의 경고음을 무시하고 수 년 동안 대여 경쟁만 난무하는 바람에 지금과 같은 결과가 초래된 것이다. 행정 당국에서도 소비자피해 주의보를 내고 애는 썼으나 근본적인 대책은 미흡했다.

식수안전의 인프라인 정수기는 모든 가정의 관심사다. 그래서 소비자 수요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증가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수기대여 거래조건과 설치관리품질을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이제부터라도 정수기대여 표준약관과 정수기설치관리 표준매뉴얼을 소비자에게 제공해야 한다. 이를 위한 기업과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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