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에 제정되어 1982년에 시행된 소비자보호법은 행정부에 소비자피해를 구제하는 의무를 부여했다. 그리고 어느덧 35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원래 국민이 타인으로부터 입은 모든 피해는 사법부를 통해 구제받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피해자가 가해자보다 약자의 지위에 있는 경우 정책적으로 법률에 의거 행정부에게 역할을 부여해 왔다.

다만, 약자의 지위에 있는 취약계층 구제에 행정부가 참여하더라도 헌법에 명시된 삼권분립 원칙을 훼손할 수 없도록 했다. 그래서 행정부는 판결이 아닌 권고적 행정지도나 재판상 화해 정도의 절차를 통해 그 역할을 수행해 왔다. 기업으로부터 피해를 입은 소비자를 구제하는 행정구제 시스템도 이러한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통상 법원판결을 통한 구제가 아닌 제3의 기관을 통해 피해자를 구제하는 제도를 통상 대체적 분쟁해결(ADR : Alternative Dispute Resolution)제도라고 한다. 그래서 법원 외 행정 구제를 행정ADR, 또는 법원 외 민간구제를 민간ADR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물론 ADR은 판결과 다르기 때문에 ADR기관의 권고나 결정에 당사자가 동의해야 구속력이 생긴다.

따라서 소비자피해 구제를 위한 행정ADR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업자 동의가 없는 경우 소비자 입장에서는 실망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조정결정이 되는 순간까지 시간도 많이 흐르고 피해 입증을 위해 많은 자료도 제출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업자의 불 수락 한 마디에 그동안의 노력과 기대가 물거품이 되기 때문이다.

허망한 것은 소비자뿐만이 아니다. 합의권고와 조정결정에 참여한 행정ADR기관 상근임직원과 비상임 전문위원과 조정위원 등도 아쉽긴 마찬가지이고 이 과정에서 정부예산을 지출한 국가 입장에서도 재정투입 대비 효과가 미흡해 허탈감을 느끼긴 매 한가지이다. 특히, 악덕상술 업체의 의도적인 불 수락에는 무력감과 소비자에게 민망함마저 느끼게 된다.

따라서 지금의 소비자 행정구제 시스템은 변화가 필요하다. 우선 소비자가 기업에 비해 상대적 약자 지위를 전제로 지원하는 행정구제 시스템이므로 이러한 취지에 충실해야 한다. 즉, 행정조정을 민사적 청구권에 기초한 합의만 권고해서는 안 된다. 소비자 요구가 정당함에도 기업이 의도적으로 클레임처리를 기피한 경우 이에 대한 응징제도가 있어야 한다.

응징제도를 도입해야 책임회피가 줄어들고 행정기관의 보상권고에 기업의 참여 동기를 촉진시킬 수 있으며 소비자가 두 번 우는 악결과를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소비자피해 발생 과정에서 기업의 위법행위가 있었던 것이 발견되는 경우 이에 대한 신속한 처벌은 물론 해당 기업의 위법사례에 대한 공표가 체계적으로 추진되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반면에 사업자에 비해 상대적 약자의 지위를 인정하기 어려운 법인체나 공공기관은 소비자행정구제 시스템에 의한 보호대상에서 제외하여 업무 효율을 높여나가야 한다. 소비자행정구제 시스템은 취약계층을 비롯하여 약자의 지위에 있음이 객관적으로 명료한 자연인 피해자를 대상으로 강력하고도 신속하게 작동되어야 하는 정책적 구제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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