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부터 병원을 이용한 환자와 그 가족들은 소비자상담실 설치를 원하고 있다. 그것은 병원에 상담실이 없어 불편하다는 것이다. 상담실은 공급자에 비해 정보 비대칭과 조직 비대칭에 있는 소비자고충을 해소해 주는 곳이다. 많은 병원이 환자고충을 전담하는 소비자상담실이 없다보니 원무행정을 보는 원무부서에 고충을 상담하라고 안내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원무부서는 통상적인 병원 입∙퇴원 사무를 비롯해서 기타 병원관리를 위한 총무, 서무행정 등 다양한 임무가 부여되어 있다. 심지어 병원 환자의 법적 권리행사에 대응하여 병원입장을 대변하는 의료소송 업무까지 담당하기도 한다. 이러한 곳으로 의료서비스피해나 병원시설 고충을 입은 소비자보호업무를 맡기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

병원장이나 의료법인 개설자는 병원을 이용하는 소비자고충을 피드백 받아야 병원을 발전시킬 수 있다. 병원이 발전해야 의료법인 설립자나 의료인, 행정인력 모두 좋은 일임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고충을 해소하고 고충의 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피드백 시스템을 가동하지 않는 것은 병원의 발전을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

물론 당장은 소비자고충처리시스템을 가동하지 않아 코스트 절감이익이 있을 수도 있다. 또 고충을 겪은 환자나 가족들이 상담창구가 없어 포기하고 지나칠 수 있는 점이 병원 입장에서 유혹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장기적인 측면에서는 병원 발전을 저해하고 병원 개설자 입장에서 의료사고 방지나 서비스 개선 정보를 사장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소비자 Y씨는 얼마 전 부산 A대학병원에서 만성 폐쇄성 폐질환으로 진단받은 모친을 간병하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하루는 모친이 구토를 했는데 내용물에 약품액이 섞여 나왔다. 이후 Y씨는 A대학병원에서는 모친 치료가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한 뒤 부산대학병원을 찾아가 호흡기내과 교수를 면담했다.

Y씨로부터 증세와 분당 호흡수, 산소포화도 등 환자 상태를 들어본 교수는 처음엔“환자 상태가 비교적 양호하고 어느 대학병원이나 비슷하니 그냥 그곳에서 치료하라”고 권했다고 했다. 아들 Y씨가“환자 구토 내용물에 약품액이 섞여 나왔다”고 말하자, 교수는 얼굴색이 변하며 입원을 승낙했다고 했다.

A대학병원으로부터 이송의뢰서를 발급받은 Y씨는 금년 2월 1일 모친을 부산대학병원으로 이송했고, 다양한 검사 수치를 확인한 결과 환자상태가 이상하다고 판단한 교수는 즉시 암 검진을 지시하고, 컴퓨터단층촬영(CT)을 시행했다고 한다. 결국 일주일 후 기관지, 식도, 위, 간 4개 장기에 회복 불가능한 암 덩어리가 퍼진 사실이 확인됐다.

이번 사례에서 보듯이 A대학병원에 환자와 보호자를 위한 고충상담실이 있었다면 소비자와 병원 간 소통이 원활했을 것이고 그렇다면 소비자가 다른 대학병원을 통해 암을 진단받는 어처구니없는 사태는 초래되지 않았을 수 있다. 이제부터라도 고객고충 피드백 시스템 운영을 의무화해서 병원과 소비자간 소통을 원활히 해주고 생명과 관련된 환자고충을 신속히 처리해주는 소비자상담실 설치가 조속히 이뤄지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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