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이 제품불량에 대한 입증이 어려워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자동차와 같이 첨단 전자제어 장치가 많은 제품의 경우 특히 그렇다. 휴대폰의 경우에도 수리 센터에서 소비자과실이라고 수리비용을 청구하면 하소연하고 물어볼 곳이 없어 막막하다. 그동안 고장으로 불편을 겪은 것도 보상을 받아야 하는데 수리비까지 내라니 답답하다.

심지어는 의류나 신발, 가방조차도 불량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 의류, 신발, 가방에 불량이 있어 교환이나 수리를 요청하면 돈을 내고 수리하라거나 세탁과정에서 발생된 하자라고 한마디 하면 해결과정이 난감해진다. 정부나 소비자단체가 운영하는 곳을 통해 세탁과실여부를 문의해 보기도 하지만 보통 번거로운 일이 아니다.

설령 물품을 이곳으로 보내 심의위원들에게 판단을 맡겨 본다하더라도 육안으로 보고 결정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뿐이다. 강원도 영월에 사는 S씨는 인터넷에서 구입한 의류에 하자가 있어 보상을 요청했다. 판매자는 세탁소 잘못이라고 했고 세탁소는 제품에 문제가 있다고 했다. S씨는 결국 세탁물 심의하는 곳을 이용했지만 결론을 얻어 내지 못했다.

판매자가 의뢰한 세탁물 심의결과와 소비자가 의뢰한 세탁물 심의결과가 다르게 나왔기 때문이다. 이러다보니 분쟁조정절차로는 판매자와 세탁업자 모두 승복하지 않아 해결이 어려웠다. 결국 소비자 S씨는 강제집행이 가능한 소송절차도 생각해 보았지만 직장 형편상 시간 내기가 어려워 포기하고 말았다.

소비자단체관계자(소비자문제연구원 배정임 전문위원)는 모든 제품생산에는 항상 불량률이 있기 때문에 하자발생은 불가피하다며, 제품하자에 대한 소비자보상이 지금보다 쉽게 이루어 질수 있어야 쾌적한 소비생활이 가능하다고 했다. 특히 자동차나 휴대폰 등 첨단 기술 장착 제품의 경우에는 소비자가 신뢰할 수 있는 하자 심의절차 마련이 시급하다고 했다.

소비자문제전문가 허영준 소장(소비자친화경영 연구소)은 제품 하자에 대한 과학적 입증을 소비자에게 전가시키는 사업자의 잘못된 행태가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제품 불량상태를 설명하고 그러한 현상과 사실을 재현하면 되는 것이며, 불량상태 발생에 대한 사업자 과실이나 과학적 인과관계까지 입증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휴대폰의 경우 불량상태 발생이 소비자과실이라고 한 마디 함으로써 소비자가 자신의 과실이 아니라는 것까지 입증하도록 하는 사례가 잦아 소비자나 그 가족들까지 나서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며, 자동차 및 휴대폰 등 다중이용제품의 경우에는 신속하고 합리적인 심의절차가 조속히 마련되어야 소비자주권이 실현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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