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J씨는 학교폭력 예방 활동 중 갑자기 얼굴에 대상포진(피부병의 일종)이 생겼다. 그런데 얼굴에 발생한 대상포진이 눈을 향해 번지고 있었다. 대상포진으로 고생했던 이웃들은 대상포진이 눈으로 퍼져 시신경을 손상하면 큰일 난다는 것이다.

마침 이날은 공휴일이었다. 주변에 쉬지 않는 피부과를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부득이 대학병원 응급실을 향했다. 응급실은 환자와 보호자로 북적였다. 응급실 접수창구에서 아픈 증상을 몇 가지 물어보더니 대기실에서 기다리라고 한다.

얼마나 기다리면 될까요? 접수창구 직원에게 물었다. 간호사인지 사무원인지 모르지만 이 분들도 알 수가 없다고 한다. 약 30분 정도 기다리면 의사를 만날 수 있겠지 했다. 그런데 1시간이 지나도 의사는 만날 수 없었다. 중간에 안내해 주는 사람도 없었다. 얼굴은 아프고 혹시나 눈으로 번질까 초조한 마음뿐이었다.

2시간이 지났다. 초조해진 마음으로 접수창구 직원과 응급의학 의료진에게 졸랐다. 빨리 피부과 의사를 만나게 해달라고 했다. 응급실 직원 자신들도 답답하긴 마찬가지였다. 그 직원들도 다른 일로 바쁜 피부과 의사를 강제로 데려올 수 없었기 때문이다.

동네 병원이 쉬는 휴일에는 3차 진료 종합병원 응급실이 늘 붐빈다. 주야를 불문하고 응급환자와 의료진이 엉켜 북새통이다. 모두들 고생이 많다. 그러나 응급환자 입장에서 당장 개선해야 할 과제들이 적지 않다.

그중에 하나가 바로 내원한 응급환자에게 대기시간을 알려주는 일이다. 의사의 바쁜 진료일정으로 진료 대시 시간이 길어질 수는 있다. 그러나 기다릴 시간이 어느 정도인지 환자에게 미리 알려줘야 한다. 특히 치료가 급한 환자는 다른 응급실로 갈 것인지 판단할 수 있는 정보를 주어야 한다.

언제 의사를 만날지 모르는 대기실에서 자기 생명을 담보로 막연히 기다리는 환자가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된다. 물론 일단 환자에게 알려준 대기 시간도 병원 사정에 따라 또 변경될 수 있다. 이 경우에도 변경사유가 발생하면 이를 환자에게 신속히 알려주고 다시 얼마를 기다려야 할지 통보해 주어야 한다.

병원 응급실은 소비자가 자주 이용하는 곳이 아니다. 그래서 응급실 운영 시스템에 대해 환자들은 잘 모른다. 보호자들도 익숙하지 못해 당황하긴 마찬가지이다. 사업자와 소비자 간에 정보의 비대칭이 너무나 큰 공간이다. 환자 상황도 매우 위험하고 궁박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3차 병원의 응급실 이용은 어느 곳보다 환자의 인간다운 존엄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응급의학과 의료진과 진료과목별 당직 전문의 간에 응급진료체계 선진화를 위한 진지한 대화와 고민이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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