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헌법은 아직 소비자기본권에 대한 명시가 없다. 최근 발생한 소비자피해 사례만 열거하더라도 소비자기본권 보장이 얼마나 중요한 과제인지 충분히 알 수 있다. 즉, 제천 사우나이용객 참사, 밀양 요양병원 입실환자 참사, 이대 목동병원 신생아실 참사, 인천 낚시선박 이용승객 참사, 가습기 살균제 소비자위해사고 등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밖에도 전자상거래, 선납할부거래, 부당약관, 부당광고 등과 관련한 소비자피해도 줄을 잇고 있다. 이러한 피해사례들은 모두 소비자기본권 보장을 위해 국가가 나서줘야 하는 명확한 증거들이라 할 수 있다. 물론 국가가 소비자권리 보장을 위한 역할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미 1980년에 소비자보호법을 제정하여 소비자8대 권리를 선언하였기 때문이다.

또한 헌법 124조에 소비자보호운동을 보장한다는 명문을 두고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7년이 지난 지금 소비자피해는 계속되고 있고, 소비자안전 이슈는 밤 낮 없이 언론의 뜨거운 주제로 등장하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도 근로자보호를 위한 노동기본권 보장에 이어 소비자보호를 위한 소비자기본권 보장을 명문화할 때가 되었다.

그동안 사용자와 근로자의 비대칭 구조에서 생기는 근로자 인권을 국가가 보호해 왔듯이 이제는 기업과 소비자의 비대칭 구조에서 생기는 소비자 인권을 국가가 보호할 때가 되었다는 뜻이다. 지금까지는 열악한 지위에 놓인 소비자 인권을 국가가 나서 보호하기 보다는 민간에 의한 소비자보호운동을 보장하는 헌법 124조로 버텨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제는 첨단산업 발달과 기업경영 고도화, 기업자본 거대화, 전경련 등 사업자단체 중량화로 인해 정보와 교섭지위가 약한 소비자 입지는 점점 더 초라해 지고 있다. 더 나아가 4차 산업혁명과 더불어 찾아온 초 연결, 초 지능 시대에 소비자 홀로 기업 과실을 증명하고 권리를 실현한다는 것은 더욱 어려운 현실이 되고 있다.

사용자와 근로자의 협상력 차이와 마찬가지로 기업과 소비자의 협상력 차이는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고 헌법상 근로자 기본권이 명시되어 그동안 근로자의 협상력 강화가 실현된 결과에 비추어 볼 때, 소비자도 기업과의 협상력 격차를 해소할 수 있도록 헌법에 기본권 규정을 명시함으로써 국가 책무를 강화해 나가야 한다.

다행히도 대통령이 제안한 헌법개정안 제131조를 보면“국가는 안전하고 우수한 품질의 생산품과 용역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소비자의 권리를 보장해야 하며, 이를 위하여 필요한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라고 명시하고 아울러“국가는 법률로 정하는 바에 따라 소비자운동을 보장한다.”라고 명시하여 소비자권리 보장에 대한 국책 의지를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번 기회에 소비자기본권을 헌법상 명확히 규정하여 소비자권익 실현을 촉진시킬 필요가 있다. 그 이유는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에서 돈을 벌어 하는 구매활동은 국민 선택사항이 아니기 때문이다. 즉, 생존을 위해 선택할 수밖에 없는 민생현실이며, 이 과정에 내재된 국가과제, 즉, 취약한 소비자지위를 회복시켜 주는 일은 국가책무이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컨슈머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