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동차의 부품수는 약 3만개에 이른다. 이제는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라 과학의 총합체라 할 정도로 모든 기술이 모였다고 할 수 있다. 환경과 안전, 편리성 등 요구조건이 늘면서 더욱 복잡하고 유기적으로 동작되다보니 이제 자동차는 사용하기는 편하지만 고장 등은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대상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전기차와 자율주행차가 대두되고 있지만 안전과 환경 등 다양한 장점과 더불어 해킹 등 어두운 부분도 커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이렇게 복잡한 자동차를 이용하는 소비자의 운영상의 문제점을 얼마나 메이커가 잘 대처해주는 가도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 다음으로 큰 재정 상의 부담을 안고 구입하는 자동차는 운영에 따라 ‘문명의 이기’도 될 수 있으나 상황에 따라 ‘흉기’로 작용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특히 신차 구입 후 문제가 발생하면 큰 비용에 안성맞춤의 서비스가 기본으로 작용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상황에 따라 ‘봉’이나 ‘마루타’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특히 자동차가 더욱 복잡하고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대상이다 보니 문외한이라 할 수 있는 소비자는 자동차에 문제가 발생하면 오직 메이커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특징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메이커나 판매자의 서비스 의지가 약하거나 문제가 발생하면 정부나 지자체가 개입하여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공평하게 해주는 것은 기본이라 할 수 있다. 선진국은 이러한 대처가 적절하고 적극적이어서 중요한 벤치마킹 사례가 된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수십 년간 자동차 기술과 산업 발전은 선진국이 부러워 할 정도로 급성장하였다고 할 수 있다. 워낙 압축된 발전을 하다 보니 절름발이 상태로 부진한 발전을 이룬 부분이 바로 자동차 문화라 할 수 있다. 특히 자동차 서비스 부분은 아직도 후진국의 전형이라 할 정도로 왜곡된 부분이 많다고 할 수 있다. 요즈음은 옷가지 하나만 구입하여 문제가 발생하면 바로 교환해준 정도로 잘 되어 있는 반면 자동차는 절대로 교환이나 환불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물론 정도가 지나쳐 무리하게 교환 등을 요구하는 ‘블랙 컨슈머’도 있지만 선량한 소비자를 울리거나 힘들게 만드는 사례는 주변에 너무나도 많다는 것이다. 주변에 신차에 문제가 발생하여 고통스럽게 싸우는 소비자를 만나기는 어렵지 않고 아예 포기하는 소비자들도 많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자동차 교환이나 환불을 요청하여 성공한 케이스는 눈을 뜨고 보기 힘들 정도가 되었다. 소비자가 메이커를 상대로 싸울 수 있는 능력도 없고 특히 법적 제도적 보호가 안되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나마 유일한 호소 기관인 한국소비자원에 신고하여 판정을 받아도 권고에 불과하여 안하면 그만인 것이다. 이러다보니 자동차 분야는 국내 소비자 영역에서 가장 취약하고 불모지로 남아있다고 할 수 있다. 그 만큼 소비자 피해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작년에 미국의 가장 대표적인 자동차 교환 환불 프로그램인 ‘레몬법’을 벤치마킹하여 한국식 레몬법이 제정되었고 내년에 시행을 앞두고 있다. 필자는 이 법이 제정되는 보면서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절름발이 법이라고 평가 절하하였다. 아무 의미도 없고 실질적으로 소비자에게 도움도 안되는 유명무실한 허울 좋은 그럴듯한 법이라 지칭하였다. 미국의 레몬법이 나오고 실질적이 효력이 작용하는 이유는 몇 번의 고장이나 기간 등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를 뒷받침하는 문화적 배경과 관련법이 받쳐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간과하고 형식적으로 도입하다 보니 또 하나의 형식적인 법이 탄생하였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우리나라에는 단통법이나 김영란법 등 유명무실한 법이 그럴 듯하게 버티고 있으니 이러한 법이 지속적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것을 뭐라 하기도 그렇다. 

  그렇다면 한국형 레몬법이 실질적인 효과가 있기 위해서는 어떠한 조건이 필요할까?

  두 가지가 확실히 자리매김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징벌적 보상제이다. 미국은 메이커 등에 문제가 발생하면 소비자를 위한 보상금 뿐만 아니라 벌칙 조항에 따른 벌금이 천문학적으로 부과되어 국가에 납부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자동차 메이커의 경우 벌금이 조 단위일 정도로 큰 경우도 많아서 폭스바겐 디젤게이트나 토요타 사고 등 여러 사안이 많았다고 할 수 있다. 메이커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강력한 정부 차원의 경고라 할 수 있다. 이 벌금액은 회가의 존립에 영향을 줄 정도로 큰 만큼 메이커는 열정과 성의를 다하여 문제가 커지기 전에 해결하고자 노력한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예전에 공정위에서 담합에 대한 징벌적 보상제 도입을 추진하려다 전경련의 강력한     반발로 무산된 적이 있어서 국내에서는 징벌적 보상제는 없다고 할 수 있다. 유일하게 3년 전 디젤게이트 이후 환경부에서 대기환경보전법에 환경적 문제로 최대 300억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법이 유일하게 유사한 형태로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안전 등 리콜이나 소비자를 위한 징벌적 보상제는 국내에는 없다고 할 수 있다. 굳이 메이커가 나서서 문제를 해결할 필요도 없고 문제가 커지면 유명무실한 벌금 정도만 간단하게 부담하면 되는 것이다. 특히 이를 판단할 전문가 집단도 정부나 지자체에서 운영하지 않아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조차 마련되어 있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두 번째로 소비자 측면에서의 정부의 변화와 관련 제도 마련이다. 예를 들면 자동차 급발진 사고가 발생하면 우리나라는 운전자가 자동차의 결함을 밝혀야 하는 구조이다. 문외한이 그 복작한 자동차의 결함을 밝히라는 것은 하지 마라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종합병원에서 수술을 잘못한 부분을 피해자 가족이 밝히라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이러다보니 자동차 급발진 사고는 물론이고 각종 신차에 문제가 발생하여도 정비소에 계속 오라는 연락만 하고 굳이 나서서 자동차 교환이나 환불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설사 앞서 언급한 한국형 레몬법이 있어도 해당 사항이 아니라고 하면 소비자가 밝혀야 하는 만큼 구조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미국은 재판 과정에서 소비자의 질문에 대해 자동차 메이커가 자사 차량에 결함이 없다는 것을 메이커 자체가 밝혀야 하는 구조여서 소홀하게 답변하면 결과에 관계없이 보상을 합의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아예 우리와 근본이 다르다는 것이다. 특히 자동차에 한두 건의 같은 문제가 발생하면 미국 도로교통안정청(NHTSA) 등 정부 기관이 나서서 전문 실사를 하다 보니 메이커나 판매자 입장에서는 적극적으로 소비자를 배려하고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남다르다고 할 수 있다. 같은 사안의 문제가 발생하여도 미국과 우리나라의 해결 잣대가 완전히 다르다고 할 수 있다. 굳이 나서서 할 필요가 없는 ‘알아서 져주는 법’이라고 비아냥 거릴 정도이다. 국내 메이커나 수입차들도 국내 소비자를 보는 시각은 같다고 할 수 있다. 국내 자동차 소비자는 ‘봉’이고 ‘마루타’ 인 것이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현대 기아차의 ‘에바 가루 유입’ 문제도 버티다가 이렇게 커진 사례라 할 수 있다. 초기에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도 없이 무시하였고 정부도 미리부터 리콜 등 다양한 적극적인 조사방법이 있으면서도 쳐다만 보고 있다고 일이 이렇게 커진 사례라 할 수 있다. 현대차 그룹은 인터넷 상에서 젊은이들이 ‘흉기차’라 부르는 이유를 이러한 사례에서 적극적으로 찾기를 바란다. 정부도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 대하여 정부나 국회 등은 과연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자동차 시장을 보는 것일까? 단순히 자동차 산업만을 보고 발전만 하면 되는 것이고 소비자 보호나 배려는 버려도 되는 것일까? 관련 소비자 단체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정부나 국회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그래서 우리는 후진국인 것이다. 법의 취지는 공감하면서도 방법이 잘못되어 왜곡된 ‘악법’은 앞서와 같이 많아도 할 수 있다. 그리고 나중 ‘아니면 말고’식이 되는 것이다. 당분간 이러한 상황은 계속 가야 할 듯하다. 진정한 선진국은 멀었다고 할 수 있다. 계속 ‘봉’으로 살아야 한다. 아니면 아예 자동차를 구입하지 말고 대중교통만을 이용하자.

저작권자 © 컨슈머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