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를 입은 모든 소비자들은 자신의 피해를 구제받기 위해 재판절차를 이용할 수 있다. 소비자가 재판을 통해 구제받을 권리는 헌법에 명시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기본법은 약자인 소비자 지위를 보충하기 위해 재판절차 이용 전에 소비자를 위한 행정구제 절차를 추가하고 있다. 즉, 소비자를 위한 능동적 행정구제 작용을 법정화한 것이다.

최근 집단으로 발생한 라돈침대, 투명치과, 컴지식뱅크 피해 등에 대해 재판절차가 아닌 행정구제 절차가 진행 중에 있다. 이와 같이 행정구제 절차를 법정하여 소비자를 보호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소액 다발피해의 경우 매번 재판절차로 해결하기에 부적합한 점과 변론주의를 전제로 한 현 소송절차가 소비자입장에서 적절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비자피해구제를 위한 행정작용은 재판절차보다 신속하고 편리한 해결을 도모해야 하고, 소비자 입증과정을 도와주고 사업자와의 교섭역량도 후견해 줄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결이 지연되고 소비자 입증역량과 별 차이가 없고, 사업자와의 교섭역량도 소비자를 후견할 수준이 아니라면 행정구제 서비스의 존재이유는 없어지는 것이다.

피해보상을 돕기 위한 행정작용은 기계가 아니라 사람인 공직자가 하는 것이다. 더구나 행정명령이 아니므로 강제성 없는 행정지도를 통해 해야 한다. 따라서 보상권고를 통해 합의를 성립시키려면 무엇보다 이에 종사하는 공직자의 전문성이 필요하다. 소비자들도 이러한 기대를 갖고 행정구제 기관의 문을 두드리게 된다.

그런데 만일 행정구제 공직자와 상담과정에서 이러한 역량은커녕 소비자 자신보다도 부족한 법률지식과 조사역량, 유약한 교섭역량을 목격하게 된다면 평소 기대에 대한 실망감과 권리실현에 대한 불안감으로 가슴은 허탈해지고 마음은 초조해 질 것이다. 심지어 약자인 소비자를 보호하려는 의지나 열정, 패기마저 없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 화가 치밀 수도 있다.

물론 기업이 너무 우월적 지위를 갖고 있어 공직자로서도 기업을 상대하기 버거울 수 있다. 그러나 소비자권리를 보호해야 하는 행정구제 서비스를 담당하는 이상 전문적 역량을 구비하여 늠름하게 소비자피해를 구제할 수 있어야 한다. 피해를 입은 소비자와 마찬가지로 위축될 수밖에 없는 역량이라면 그 직을 맡아서는 안 된다.

소비자행정구제 시스템도 공직자 개인과 마찬가지로 실효성이 없다면 신속히 보완하거나 폐지를 검토해야 한다. 지금은 어차피 명령적 행정작용이 아닌 권고적 행정작용으로 보상을 지도할 수밖에 없어 행정지도 담당관의 전문성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소비자들이 공직자의 전문성 부족에 허탈해 하고 있다.

피해를 본 소비자들이 즉각 구제를 받아도 시원치 않은데 이러한 실망을 반복해서 경험하게 해서는 안 된다. 최근 어느 소비자가 세 번 실망했다는 하소연이 생각난다. 즉, 상품이 광고와 달라 실망하고, 기업이 보상을 회피해 실망하고, 행정구제가 실효성이 없어 실망했다고 한다. 이제부터라도 이러한 소비자 아픔을 재현시키지 않도록 각별한 개혁안을 작동시켜야 한다. 사회적 가치가 구현되는 행정으로 변화시켜 소비자 가슴이 뿌듯해지고 소비자 마음이 든든해지는 유능한 국정운영이 될 수 있도록 구제행정 혁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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