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소비자들에게 자동차수리에 관한 권리(Right to repair)를 돌려 줄 때가 되었다. 자동차소비자들은 차를 사면서 자동차를 신속하고 편하게 수리 받을 권리도 함께 구입하였기 때문이다. 즉, 자동차 가격에 품질보증수리비가 포함되어 있으며, 자동차 메이커와 딜러는 품질보증서에 따른 수리의무를 이행할 법적 채무가 부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많은 소비자들은 자동차 품질보증기간에 고장이 빈발해도 순둥이처럼 큰 불평 없이 참아왔다. 대기하라면 무조건 대기했고, 수리범위와 방법에 대해서도 업체처분만 기다리곤 했다. 보증수리 정비업체가 직영업체인지 외주업체인지 사전에 설명도 없었다. 고장의 원인에 대해 물어봐도 쉽게 알 수 없었고, 고장이 재발해도 수리만 반복하곤 했다.

부품조달 지연으로 수리가 지체되어도 보상기준을 알 수 없었고, 고장 재발 원인이 정비과실로 밝혀져도 보상기준을 찾기 어려웠다. 심지어 소비자과실이라며 유상수리로 돌리는 경우 소비자들은 발만 동동 굴러야 했다. 새로 산 자동차 고장으로 속상하고 불편을 겪는 소비자들이 오히려 정비업소 눈치를 보아야 할 때가 적지 않았다.

그 원인은 소비자 입장에서 자동차에 관한 전문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대체로 소비자들은 스스로 전문지식이 부족한 첨단상품을 구입하는 경우 심리적으로 위축되게 마련이다. 그래서 첨단기술을 보유한 자동차 메이커에 위축되고 정비업체에게 위축되는 것이다. 물론 의료, 금융, 변호사, 철학원 등 전문서비스를 이용할 때도 위축되는 것은 마찬가지다.

문제는 상대적으로 전문성을 보유한 사업자들이 이러한 비대칭적 정보와 권력을 남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에 법 없이도 상거래 질서와 도덕을 준수하며 소비자입장을 배려하는 선량한 사업자들도 적지 않다. 이러한 윤리적 거래환경이 보장되는 업종이나 품목의 경우까지 굳이 법 제정이나 규제방안을 논의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불량거래로 인한 소비자피해가 없는 업종이나 품목의 경우에는 규제완화를 통해 산업 발전을 응원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동차수리 서비스와 관련하여 공정수리에 관한 법제 도입을 논의하는 것은 정보와 지식 비대칭에 따른 소비자 피해가 계속되어 왔고, 이에 따른 업체의 자율적 개선 노력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자동차소비자들은 그동안 깜깜한 정비지식과 깜깜한 첨단기술 앞에 스스로 위축되어 왔다. 이러한 심리 하에 매수인의 권리를 주장하기보다 지식과 기술 전문가의 선처를 바라는 입장에 서버린지 오래되었다. 혹시라도 전문가의 관심과 배려를 받지 못해 고장이 재발하거나 차량안전에 위험한 상황이 초래될까 노심초사하기 일쑤였다.

이제 우리도 소비자의 수리권 보장에 관한 제도적 장치를 검토할 때가 되었다. 미국의 경우에도 주(州)별로‘수리에 대한 권리법안’(The Right To Repair Act) 또는‘공정수리법안’(Fair Repair Act)이라 불리는 법률안이 제출된 바 있다. 소비자를 위한 투명한 보증체계 정립과 차량판매대수와 연동되는 공정한 AS센터 설치기준이 조속히 마련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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