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 피해 환자들이 또 다른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그것은 분쟁해결에 필요한 진료기록 때문이다. 의료사고를 당한 환자들이 보호기관에 문의를 하면 진료기록이 있어야 상담과 구제가 가능하다고 한다. 문제는 입원기간 병원이 작성한 진료기록 분량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고 의료사고 규명에 필요한 진료기록도 무엇인지 찾아 낼 수 없다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하여 본인 진료기록 전체목록을 열람하고 발급목록과 발급분량을 판단하고 선택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것도 아니다. 입원한 병원이 1차, 2차, 3차로 다양한 경우 진료기록 발급에 대한 목록과 분량에 대한 판단은 더 어려워진다. 발급 비용도 만만치 않다. 장당 2,000원 내외가 대부분이지만 몇 만원을 호가하는 진료기록도 있다.

장당 2,000원이라고 가정하더라도 100장이면 20만원이다. 장기 입원 중 의료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는 진료기록이 라면박스로 몇 개씩 나올 수도 있다. 의료사고 환자 입장에서는 진땀이 흐를 수밖에 없다. 진땀이 흐르는 일은 이것만이 아니다. 진료기록 사본을 발급 받으려면 병원에 진찰 신청부터 해야 한다. 그것도 진료를 담당했던 의료인에게 해야 한다.

의료사고 환자나 가족입장에서는 정말 불편하고 힘든 일이다. 그러나 진료기록이 있어야 의료분쟁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진땀을 흘리며 진료기록을 확보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소비자단체 관계자 배정임 위원(소비자문제연구원 전문위원)은 의료인이 작성하는 진료기록과 각종필름, 검사자료 등의 입수가 불편하다는 소비자불만이 끊이지 않는다고 했다.

소비자문제 전문가인 김두년 교수(중원대학교 대학원)는 의료기관에서 환자의 진료기록을 작성, 보관하는 업무와 환자에게 사본을 발급해주는 업무는 비단 의료분쟁 해결뿐만 아니라, 국민의 보건기본권 보장과 소비자의 알권리, 안전할 권리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업무라고 했다. 그래서 의무 기록사가 양성되고 있고, 활동 영역도 커져야 한다고 했다.

특히, 의료분쟁을 담당하고 있는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나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경우에는 보건소, 건강보험공단, 진료비심사평가원 등 공공기관과 공조체계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즉, 국가의 의료과오 규명활동에 있어서는 진료기록, 투약기록, 간호기록, 촬영필름, 검사자료 등에 대한 데이터 접근이 보다 체계적이고 유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컨슈머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