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강원도 한 숙박업소에서 참변을 당한 서울 대성고 학생들의 가족들은 충격과 슬픔에 오열했다. 학생들은 수능 성적 발표 후 2박 3일 일정으로 현장체험학습을 신청했고, 한 학생이 인터넷으로 농어촌도시민박을 예약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은 지난 17일 오후 3시 45분쯤 입실했다. 이 민박은 강릉 경포대 해변에서 600m쯤 떨어져 있다.

사고가 난 건물은 2014년 준공된 뒤 소유주가 두 번 바뀌었고, 지금은 업주 김 모(68)씨가 임대로 영업 중이라고 했다. 민박 업주는 17일“학생들만 10명이 온 것이 이상해 한 학생 어머니와 통화한 뒤 입실을 허용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18일 오후 1시 12분께 학생들이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한 사람도 민박 업주 김 모씨였다.

김 씨는 경찰에서“민박 시설을 점검하려고 거실 문을 열었는데 학생 10명이 모두 쓰러져 있어 119에 신고했다”고 진술했다. 복층 구조 민박 1층 거실에 4명, 방 안에 2명이 거품을 문 채 쓰러져 있었고 나머지 4명은 2층 거실에 쓰러져 있었다고 했다. 이들 중 3명은 목숨을 잃었고, 7명은 의식이 없는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다.

학부모 도안구(47)씨는 학생참변 인터넷 기사를 보고 아들에게 무슨 일이 생겼음을 직감했다고 했다. 도씨는 "강릉에서 학생 10명이 숨지거나 다쳤다고 해서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고 했다. 도씨는 "아들에게 사고 치지 말고, 서울 근처도 아니고 멀리 가니 조심하라고 당부했었다"며 아들이 집을 나섰던 당시를 회상했다.

소방서와 경찰은 사망자와 의식 불명의 학생들을 병원에 긴급 후송했다. 마을 주민 원태연(63·여)씨는“수능 보고 내려와서 놀던 학생들에게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눈앞에 벌어진 일을 믿을 수 없었다.”며“어린 학생 10명이 한꺼번에 구급차에 실리는 모습이 너무 가슴 아프고, 안타까웠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경찰 관계자는“입실한 17일 밤 7시 40분까지 밖에서 고기를 구워 먹었고, 18일 새벽 3시까지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는 주민들의 진술이 있었다.”고 했다. 경찰은 민박 베란다에 설치한 난방용 보일러실의 보일러와 연통 이음매가 어긋나 틈이 벌어진 데다 가스누출 경보기도 없는 것을 확인했다.

경찰과 소방서는 사고 직후 민박 안의 일산화탄소 농도가 정상 수치 20보다 8배 가까운 155에 달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LP가스가 연소되면서 발생한 일산화탄소가 이 틈으로 새어 나와 실내로 유입됐을 가능성을 유력하게 보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달 15일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로 최근 5년(2013~2017년) 동안 49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제 더 이상 청소년 목숨을 앗아가는 황망한 사고는 막아야 한다. 이번에도 현장체험학습 안전관리를 위한 행정제도와 집행과정에서 사각지대가 표출됐다. 지금까지 농어촌도시민박에 대한 보일러안전 점검항목도 없었다고 한다. 이제부터라도 민박 관리 당국과 체험학습 관리 당국이 머리를 맞대고 빈틈없는 청소년안전대책을 마련해주길 바란다.

저작권자 © 컨슈머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