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8일 개각을 위한 장관후보자 발표가 있었다. 장관이란 민생이슈를 해결할 각 중앙행정기관의 수장이다. 따라서 국민들은 이에 걸 맞는 인사검증을 원한다. 인사검증에는 두 가지 축이 있다. 첫째는 건전하고 윤리적 시민정신 등 도덕성을 보는 인성검증이고, 둘째는 민생이슈를 해결할 정책 전문성과 리더십 등을 보는 역량검증이다.

즉, 장관후보자는 인성검증과 역량검증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문제는 그동안 언론이나 국회 청문회 모두 역량 검증절차를 소홀히 다뤄왔다는 지적이다. 3월 초 개각발표 이후 국회 청문회가 시작된 3월 25일까지 장관후보자를 둘러싼 각종 의혹들이 언론에 쏟아져 나왔다. 모두 건전하고 윤리적이지 못한 시민정신을 질타하는 내용이 주류를 이뤘다.

장관후보자 정책역량을 검증하고 리더십을 질타하는 내용은 찾기 어려웠다. 개각에 즈음한 민생이슈 진단과 이의 해결을 위한 장관후보자의 일성도 들리지 않는다. 국민들은 개각 때마다 장관후보자 역량 검증이 언론에서 다뤄지지 않아 아쉬워했다. 하지만, 그래도 국회 청문회에서는 철저히 다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오랜 세월 기다려 왔다.

그러나 이를 기다려온 국민들에게 국회청문회는 아직도 응답이 없다. 국민들은 이제 실망을 넘어 혐오하는 감정마저 생겼다. 최근 비방 뉴스나 청문회를 외면하는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오로지 인성검증에 집착한 나머지 도덕성 흠집 내기에 급급하고, 사생활 들추기로 시간을 허비하는 모습에 청문회에 대한 기대를 접었기 때문이다.

물론 장관후보자가 착하고 성실한 인성으로 살아 온 모범시민이어야 하는 것은 기본 덕목이다. 그래서 이를 검증하는 절차도 소홀히 취급돼서는 안 된다. 그러나 이러한 절차를 거친 이후에는 장관후보자 역량검증이 철저히 이루어져야 한다. 장관후보자검증은 자랑스러운 시민선발을 위한 포상후보자 검증절차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성검증에 이은 역량검증은 국회 청문회 핵심 미션이다. 핵심 미션을 수행하는 국회 청문회를 보면서 국민들은 민생현안 해결의 희망을 키울 수 있고, 국정을 다그치는 국회의원 개개인의 역량을 가늠할 수 있으며, 민생이슈에 대한 솔루션을 제시하는 장관후보자의 듬직한 모습에 박수를 보낼 수 있는 것이다.

즉, 국민들은 장관후보자가 민생현안을 신속하고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실력이 검증되길 원한다. 또한 국정 품질을 혁신하고, 국리민복 구현을 위해 수천 명의 공직자를 리드해 나갈 수 있는 리더십 검증을 원한다. 미국 청문회에서도 인성검증을 통과한 후보자를 대상으로 정책 역량검증에 집중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 국회의원도 이제부터 국민들이 원하는 역량검증에 집중해야 한다. 인성검증은 오히려 정부에서 후보자를 선발할 때 사전 절차로 마무리되어야 한다. 국민들은 정부 인성검증 결과에만 집착하며 기 싸움만 반복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이제부터라도 스마트한 역량검증을 보여줌으로써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청문회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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