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산업발전법 제1조에 소비자를 보호하고 국민경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총 52개 조문으로 구성된 동법은 소비자보호를 위한 사회적 가치가 어디에 담겨 있는지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그래서 소비자들은 유통업체와의 거래에서 주권을 침해당해도 한숨만 쉬고 있을 뿐이다.

동법의 효과적 집행을 위해 만들어진 행정규칙에서도 소비자를 직접 보호하는 제도적 장치는 발견하기 어렵다. 중앙정부 행정입법에서 소비자보호라는 사회적 가치가 존중되지 않다보니 조례에서도 소비자보호 관련규정을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가장 많이 눈에 띄는 것이 대규모점포와 도소매업자와의 분쟁해결과 관련된 내용이다.

물론 대규모점포와 도소매업자 간에도 역학적으로 체급차이가 나는 것이 사실이고, 이로 인해 자유시장 경제논리에만 맡길 수 없어 정책적 개입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 작금의 상황이다. 그런데 대규모점포와 자연인 소비자 간에는 더욱 더 체급차이가 남에도 불구하고 이를 고려한 사회적 가치와 소비자보호 정신을 반영한 규정은 너무나 빈약하다.

그동안 소비자가 민생의 고달픔을 호소하며 대규모점포의 횡포에 대해 행정적, 정책적 지원을 끊임없이 호소해 왔지만, 아직도 이에 대한 메아리는 들려오지 않고 있다. 즉, 정보비대칭이 크게 개선되었다고 볼 수 없고, 소비자보호를 위한 법적 장치도 매우 미흡한 상황에서 소비자피해는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대규모점포 중에는 대형마트, 전문점, 백화점, 쇼핑센터, 복합쇼핑몰 등이 속해 있다. 이 가운데 백화점의 경우를 예로 들면 백화점 내 직영매장과 임대매장에 대한 구별 표시는 소비자에게 중요한 정보이다. 그런데 현실은 백화점에 갔을 때 이를 구별하여 안내해 주는 정보가 부실하다. 소비자들은 이를 의무화하는 입법적 노력을 촉구해 왔다.

입법적으로 사업자에게 부여된 각종 준수기준조차 지켜지지 않는 거래 현실 속에서, 법적 의무규정 없이 백화점 측에서 소비자가 원하는 정보를 자발적으로 제공한다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소비자가 원하는 정보 가운데에는 백화점 입장에서 불리하거나 불편한 정보도 많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책당국에서는 거래 당사자의 이러한 특성을 고려하여 소비자가 원하는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 이것이 현 정부가 중점을 두고 있는 사회적 가치 실현과 포용사회 구현에도 부합되는 방향일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백화점이 원하는 정보가 아니라 소비자가 원하는 정보가 제공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필요한 것이다.

아울러 직영매장이던 임대매장이던 간에 백화점 내에서 발생한 소비자피해나 불편에 대하여는 1차적으로 백화점이 책임지도록 명문화해야 한다. 소비자들은 직영이던 임대이던 간에 백화점을 믿고 제품을 구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라도 사회적 가치가 작동되는 유통산업발전법 발전을 통해 민생이 행복한 세상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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