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기업들이 부서별 전화번호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소비자와 소통을 차단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전화 한 개 공개하거나 콜 센터 전화번호 알리는 것이 고작이다. 그마저도 통화량이 많으니 다시 걸라는 메시지를 듣는 경우가 많다. 장시간 대기하다 저절로 끊어지는 경우도 있다. 인터넷 홈페이지도 대부분 부서명이나 부서별 전화번호를 안내하지 않는다.

어찌하다 기업들이 고객과 전화소통을 단절하는 지경에 이르렀는가? 고객 잘못인지 기업 잘못인지 그 책임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소비자에게는 알 권리가 보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알 권리가 기업 내 부서명칭과 부서별 전화번호도 알 수 없는 공허한 권리인지 교환원 전화번호만 알아야 하는 제한된 권리인지 가려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 알 권리와 서비스를 제공받을 권리, 반영할 권리 등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정부기관 내부조직과 부서별 전화번호는 국민에게 공개되어 있다. 직원별 전화번호와 담당업무도 공개되어 있다. 다만 경찰이나 검찰 등 수사기관의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전화번호 비공개가 허용되고 있다. 그 이유는 공익을 위한 업무 추진 상 불가피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부서별 직원 전화번호는 물론 직원별 담당업무 조회도 언제나 가능하다. 이 것은 국민의 알권리 보장을 위한 당연한 책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기업은 그러한 책무가 없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소비자기본법에 소비자의 알권리가 보장되어 있다. 소비자의 알권리에 상품과 기업에 대한 정보가 포함된다는 것에는 반론의 여지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내부조직을 안내하지 않고 있다. 부서나 직원별 전화번호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직원별 담당업무를 안내하는 곳은 더욱 찾기 어렵다. 이로 인해 고객들은 기업 직원들과 소통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차단된 상황이다. 상품을 제조하거나 판매한 후에 고객과의 소통채널 유지는 당연한 의무이자 품질 경쟁력 강화의 요체이기도 한데 말이다.

기업에게 물어보면 이러한 답변을 내 놓는다. 회사의 조직구조는 대외비라는 것이다. 직원들 이름과 전화번호도 대외비라는 것이다. 직원별 담당업무는 더욱 더 대외비라는 것이다. 누구를 겨냥한 대외비냐고 물으면 경쟁회사가 첫째이고, 소비자가 둘째라는 설명을 많이 듣는다. 경쟁회사에 대해 불편한 정보를 알리지 않는 것은 자유로운 선택일 수도 있다.

그러나 고객에 대해 불편한 정보를 알리지 않는 것은 무조건 자유로울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즉, 고객에 대한 정보제공은 소비자권익 보장을 위한 윤리적 또는 법적 책무가 부여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을 기업들이 전혀 모르고 있거나, 이를 알면서도 법적 의무가 마련될 때까지 고의로 회피하고 있다면 지속가능한 국민경제발전을 위해 재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즉, 기업 내 정보 가운데 소비자에게 비공개되어야 할 부분이 있다면 그 근거와 이유를 명확히 하여 허용하고, 기업입장에서 공개가 불편한 정보라 할지라도 소비자권익과 국민경제발전을 위해 공개할 필요가 있는 영역은 법적 의무를 명시할 필요가 있다. 이제부터라도 기업과 소비자 간 원활한 소통 환경이 구축되어 쾌적하고 투명한 소비자세상이 열리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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