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하도급 업체의 기술자료를 유용한 현대건설기계㈜ 및 현대중공업㈜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4억 3,100만 원을 부과하고, 법인 및 관련 임원 2명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사업부가 2017년 4월 3일에 분할 설립되었다.

건설장비 시장의 대표적 기업인 현대건설기계와 현대중공업은 굴삭기 등 건설장비 부품의 납품가격을 낮출 목적으로 하도급업체의 기술자료를 제3의 업체에게 전달하여 납품가능성을 타진하고 납품견적을 받는데 사용하였다.

또한, 현대건설기계 및 현대중공업은 하도급 업체를 대상으로 기술자료를 요구함에 있어서 서면을 교부하지 않았다.

현대중공업과 현대건설기계는 기술자료를 유용했다.

하네스란 굴삭기 등 건설장비의 각 부품에서 발생하는 전기적 신호를 부품 상호간에 전달하여 각 부품이 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전선의 집합체로, 통상적으로 굴삭기 한 대에 20여 개의 하네스가 장착된다.

현대중공업은 굴삭기 부품인 하네스 구매가격을 낮출 목적으로 납품업체를 다원화 또는 변경하는 시도를 했다. 그 과정에서 기존 납품업체의 도면을 2016년 1월 다른 하네스 제조업체에게 전달하여 납품가능성을 타진하고 납품견적을 내는데 사용하도록 했다.

현대중공업은 하네스 업체의 도면은 자신이 제공한 회로도및 라우팅 도면을 ‘하나의 도면’으로 단순 도면화 한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하도급 관계에서 원사업자가 납품할 품목의 사양을 제공하여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하네스 업체의 도면에는 회로도나 라우팅 도면에는 없는 제작에 필수적인 부품 정보나 작업 정확도를 높이는 작업정보 등이 기재되어 있었다.

현대중공업은 자신이 도면을 전달한 제3의 업체에게 견적 제출을 요구하는 한편 기존 공급처에게는 납품가격 인하를 요구한 결과, 공급처를 변경하는 대신 2016년 4월 기존 공급처의 공급가를 최대 5%까지 인하하였다.

현대건설기계는 2017년 7월경 ‘하네스 원가절감을 위한 글로벌 아웃소싱’ 차원에서 새로운 하네스 공급업체를 물색하기로 하고, 3개 하도급 업체가 납품하고 있던 총 13개 하네스 품목 도면을 2017년 10월부터 2018년 4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제3의 업체에게 전달하여 납품가능성 타진 및 납품견적을 내는 데 사용하도록 하였다.

특히, 현대건설기계는 공정위 조사 개시 이후인 2018년 4월에도 제3의 하네스 제조업체에게 도면을 전달한 사실이 확인되었다.

현대중공업 및 현대건설기계는 경쟁입찰을 통해 낮은 견적가격으로 시제품을 구매할 목적으로 지게차용 배터리 충전기, 휠로더 신규 모델용 드라이브 샤프트(엔진의 동력을 바퀴에 전달하는 부품), 굴삭기용 유압밸브의 시제품 입찰에서 하도급 업체의 도면을 제3의 업체에게 제공하고 견적을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지게차용 배터리 충전기의 경우, 현대건설기계가 분할 설립되기 전·후 두 차례에 걸쳐기존에 배터리 충전기를 납품하고 있던 하도급 업체의 납품 승인도면 7장을 신규 개발 업체 두 곳에 전달하였다.

현대건설기계 등은 제공된 승인도면이 납 배터리 충전기에 관한 도면인 반면, 입찰 품목은 리튬 이온 배터리 충전기이므로 무관한 품목의 도면이 실수로 전달된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납품 업체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정전류-정전압 충전방식’을 구현하는 제조업체로, 이 승인도는 동일한 방식을 채택해야만 하는 리튬이온 배터리 충전기 개발에도 중요하게 참고할만한 기술자료에 해당한다.

드라이브 샤프트와 유압밸브의 경우 현대건설기계가 하도급 업체에게 시제품 개발을 의뢰하고 승인 완료까지 한 후, 막상 시제품을 구매할 때는 해당 품목 개발업체의 도면을 경쟁업체에게도 제공하면서 입찰에 참여하도록 하였다. 입찰에서 시제품 개발업체들이 가장 낮은 견적을 제출함에 따라 제3의 업체와 거래가 성사되지는 않았지만, 10개 사업자에 대한 도면 전달행위는 궁극적으로 부품 납품 가격을 낮추기 위한 ‘기술자료 유용행위’에 해당된다.

현대건설기계는 하네스 도면을 제3의 업체에게 전달하기에 앞서 하네스 납품업체들에게 21톤 굴삭기용 주요 하네스 3개 품목의 도면을 요구하여 제출받았다.

현대건설기계는 공정위의 사건 조사와 심의 과정에서 하도급 업체에 도면을 제출하도록 요구한 목적을 ‘납품 승인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해당 품목은 이미 하도급 업체가 승인받아 납품하고 있던 품목이었다는 점 등을 고려해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현대중공업은 2015년부터 2017년 4월 분할 전까지 38개 하도급 업체들을 대상으로 ‘승인도’라는 부품 제조에 관한 기술자료를 제출받아 보관해 오고 있었다. 그러나 기술자료를 요구함에 있어 서면을 통한 요구방식을 취한 경우가 없었으며, 해당 품목 총수는 396건이다.

현대건설기계 역시 분할 신설된2017년 4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24개 하도급 업체들에게 승인도를 요구함에 있어서 서면 요구방식을 취하지 않았으며 해당 품목 총수는 118건이다.

공정위는 현대건설기계에 하도급 업체를 대상으로 정당한 사유없이 기술자료를 요구하거나 하도급 업체의 기술자료를 유용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되고, 정당한 사유가 있어 기술자료를 요구할 경우에는 반드시 서면 방식을 취하도록 시정명령하고, 4억 3,1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기술유용 행위의 경우법 위반 금액을 특정하기가 곤란하여 현대건설기계에 부과한 과징금 액수는 정액 과징금 제도를 활용하여 산정되었는데, 공정위는 현대건설기계의 행위를 ‘중대한 법 위반행위’로 판단하였다.

또한, 현대건설기계 및 현대중공업 법인과 하도급 업체의 기술자료 유용 행위에 관여한 간부 직원 및 담당자 2명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사건은 기술자료를 제3자에게 제공한 후 공급업체 변경이 실제로 이루어지지 않았더라도 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기술유용에 해당함을 명확히 한 사례이다.

특히, 이번 사건은 기술자료 유용, 정당한 사유 없는 기술자료 요구, 기술자료 요구절차 위반 등의 행위가 복합적으로 이루어진 데 대해 시정조치한 사건이라는 특징이 있다. 공정위는 중소기업의 혁신 유인을 저해하여 우리 산업의 경쟁력 약화를 초래하는 기술유용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내년 상반기까지 3~4개 주요업종을 대상으로 모니터링과 직권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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