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소비자보호법이 소비자기본법으로 개정되었다. 12년 전 개정된 이후 지금까지 약 10여 년 동안 현행 소비자기본법이 운용되면서 소비자보호라는 측면에서 다양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문제의 하나는 소비자피해구제 제도의 개념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즉, 법 제정 취지가 소비자보호인지 분쟁해결인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즉, 소비자가 피해구제 제도를 통해 보호받고 있는 것인지, 단순히 소비자분쟁 해결을 위해 소비자기본법을 운영하는 것인지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그 이유는 현행 소비자기본법이 소비자분쟁 해결이라는 제도로 소비자피해를 처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과거 소비자보호를 위한 피해구제 제도를 당사자 간 분쟁해결 제도로 바꿔버린 것이다.

과거 소비자보호법 당시에는 소비자피해구제 제도라는 틀 속에서 행정조사를 통한 합의권고와 조정 업무가 순차적으로 진행되며 보호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소비자기본법으로 개정된 이후에는 분쟁해결이라는 틀 속에서 소비자가 민사 분쟁 당사자로 쟁송하는 형태가 되다보니 스스로 변론해야 하는 민사조정과 별 다른 차이를 못 느끼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분쟁해결이라는 틀 속에서 분쟁조정 전 단계를 피해구제라고 표현하는 현행 법 조항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더욱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즉, 수평 당사자 간의 분쟁해결과 약자 보호를 위한 피해구제라는 국가 역할은 전혀 다른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역할인 것처럼 혼란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피해구제와 분쟁해결이 내용은 같은 데 이름만 바뀐 것인지, 이름이 바뀌면서 소비자피해 구제제도가 실질적으로 후퇴한 것인지 혼란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만일 이름만 바뀐 것이 아니고 실질적으로 변경되었다면 무엇이 변경되었고, 무슨 이유로 변경했는지 명확해야 하는 데 그것을 알기 어렵다는 것이 소비자들 목소리다.

사실상 소비자입장에서는 법적인 보호를 제대로 받을 수 있다면 피해구제 제도가 되었든, 분쟁해결 제도가 되었든 용어 변경이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소비자피해구제와 소비자분쟁해결이라는 용어는 소비자 입장에서 매우 큰 차이가 있다. 즉, 피해를 구제 받아야 하는 약자 입장에서 민사 분쟁 당사자로 변해 버리면 실익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 20년 이상 운영되어 온 소비자피해구제 제도를 더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 소비자들목소리이다. 즉, 기존의 소비자피해구제 제도도 미흡한 부분이 많았었는데 이를 보완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소비자를 분쟁 당사자로 몰아가는 현행 분쟁해결 제도에 대해 소비자들 시선이 곱지 않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동안 소비자들은 국가의 품질 좋은 구제서비스와 더 신속한 보상을 기대했지만, 오히려 더 외롭고 혼란스런 절차에 허탈해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피해를 입은 것도 억울하고 속상한 데 국가제도 또한 혼란스러워 가슴이 답답한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피해자 보호제도가 꽃을 피워 취약계층에게 구원을 주는 따뜻한 포용국가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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