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제품 및 서비스로부터 입는 소비자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피해규모 또한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19년 4월 발간된 한국소비자원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소비자피해액 추계 결과, 피해구제 접수된 피해액은 4,123억 원에 달하고, 접수되지 않은 소비자피해의 경제적 가치는 약3조136억 원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피해 입은 개개인이, 피해 발생 원인을 스스로 밝혀 사업자를 상대로 보상을 받는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대기업이나 전문서비스업의 경우에는 더욱 어렵다. 이러한 소비자 핸디캡을 보완하기 위해 국가나 지방 자치 단체는 소비자 관계 법령을 마련하였고, 필요한 행정 조직을 설립하여 피해구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예컨대 국가는 소비자보호법령을 통해 한국소비자원을 설립하였고, 지방자치단체는 소비자보호조례를 통해 소비생활센터를 설치하여 피해 입은 소비자를 구제하고 있다. 또한 소비자기본법에서는 피해자의 보상받을 권리를 소비자 8대 권리로 천명하고 있고, 헌법 124조에서는 소비자보호운동을 보장하고 있다.

즉, 소송상 무기평등의 원칙이 적용되기 어려운 소비자와 기업 간 소비자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원에 의한 사법구제가 아닌 행정기관에 의한 구제 절차를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소송법상 변론주의가 아닌 행정조사에 의한 합의권고와 조정결정 절차를 마련하였고, 피해자권리를 신속 공정하게 회복시켜 주기 위해 국비로 피해구제 기관을 설립한 것이다.

즉, 피해구제 기관 설립 목적은 핸디캡 있는 소비자 권리를 회복시켜 주기 위한 보호정책의 일환이다. 다시 말하면 소비자피해구제 제도는 수평적 거래 주체 간 발생한 민사 분쟁을 해결해주는 맥락이 아니라 수직적 힘의 격차를 전제로 약자를 돕기 위한 보호제도인 것이다. 그래서 구제행정이 흔들리는 순간 피해자 권리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최근 소비자피해를 입고 국가에 도움을 신청한 소비자들이 매우 당황해 하고 있다. 즉, 소비자 핸디캡을 보완하여 피해자를 보호해 주는 구제행정을 기대했는데 그러한 기대와 현실이 달랐기 때문이다. 즉, 피해자가 분쟁을 일으킨 당사자로 취급되는 것이 의아했고, 피해와 손해에 대한 증명도 소비자 스스로 감당해야 하는 고충이 있었기 때문이다.

피해구제 제도가 진정 소비자보호를 위한 구제행정인지, 단순히 기업과 소비자 간 분쟁해결을 관리하는 심판제도에 불과한지 모호함을 느꼈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그동안 지식적, 정보적, 조직적으로 열등한 지위로 인해 피해를 입고도 기업으로부터 보상받는데 어려움을 겪는 소비자들을 보호하는 행정이 구제행정이라고 인식해 왔다.

만일 피해구제 제도가 소비자를 보호해 주는 제도가 아니고, 소비자피해를 단순히 기업과 수평관계에서 발생한 분쟁 사건으로 취급하고 이를 관리하는 제도로 본다면, 오히려 강제력과 집행력이 담보되는 소송절차에 의한 해결이 더 낫다는 주장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제부터라도 구제행정 혁신을 통해 피해자가 제대로 보호되는 세상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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