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를 입은 소비자가 법원에 의한 소송절차로 구제받는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격이다. 다시 말해 소비자가 돈과 정보와 조직에서 우위에 있는 기업을 상대로 승소를 기대하기 어렵다. 즉, 무기평등 원칙이 지켜지기 어려운 소비자피해 소송에 있어, 강한 무기를 갖고 있는 기업의 벽을 소비자가 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소비자기본법에 소비자의 보상받을 권리를 천명하고, 이러한 권리실현을 위한 행정시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소비자피해구제 제도이다. 이로써 피해를 입은 소비자는 소송 전에 행정부가 운영하는 구제절차를 이용할 수 있다. 즉, 소비자기본법에 의거 마련된 소송외적 구제절차에 따라 도움을 신청할 수 있는 것이다.

지난 36년간 소송 전 피해구제 제도는 나름대로 소비자에게 의지가 되고 위안이 되어 왔다. 그러나 이 제도에 대한 소비자평판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아직 소비자피해구제 제도를 모르는 국민도 많다. 또 알고도 외면하는 소비자도 있다. 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일까? 이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냉정한 평가와 검토가 필요한 대목이다.

실효성 없는 구제장치 운영에 국민 혈세가 낭비되어서는 안 된다. 실효성 없는 구제절차 이용으로 인해 소비자의 귀한 시간이 낭비되어서도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피해구제 제도의 존재감을 느끼지 않는 기업이 아직 많다. 구제제도 자체를 무시하고 영업하는 사례도 많다.

소비자들은 구제제도를 무시하는 기업 행태를 자주 본다. 그럴 때마다 소비자들은 국가 역할을 아쉬워하곤 한다. 국가기관에 고발하는 것을 오히려 장려하는 기업도 있다. 그렇다면 이 제도는 실효성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만일 피해구제기관에 고발해도 별 것 없다는 식의 기업행태가 만연한다면 피해자를 위한 법적구제 장치에 분명 결함이 있는 것이다.

심지어 구제기관조차 스스로 권한이 없고 강제력이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권한이 없어 구제를 담보해 줄 수 없으니 그리 알고 접수하라는 것이다. 전화나 인터넷 상담을 마친 피해자들은 한 번 더 공허하고 허탈한 마음에 눈물짓기도 한다. 하루 빨리 소송 전 구제제도결함이나 운영방식의 문제를 진단해볼 필요가 있다.

이제 소송 전 피해구제 제도의 실효성 확보는 매우 시급한 과제임에 틀림없다. 특히 ❶라돈 침대 사건 등과 같이 조정결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책임자산이 확보되지 않는 사건, ❷가습기 살균제 사건 등과 같이 조정결정 주문과 취지의 당위성 여부와 상관없이 불성립 의사를 갖고 보상을 지연하는 사건,

❸소송 전 행정부 구제 절차를 회피할 목적으로 사법부 소액소송 절차를 악용하는 사건, ❹소비자 입증을 방해하고 피해구제 절차를 지연시키기거나 회피하는 사건 등 이미 확인된 문제부터 보완적 처방이 이뤄져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소비자의 보상받을 권리가 실질적으로 보장되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소비자 세상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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