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피해를 줄이려면 국가가 제 역할을 다 해야 한다. 그 역할의 출발은 피해를 입힌 가해자에게 법적 책임을 묻는 일이다. 국가가 가해 책임을 묻는 과정에서 피해자는 당연히 구제와 보호를 받게 된다. 또한 사업자는 피해를 입은 소비자에게 보상책임을 이행함으로써 또 다시 피해를 입히지 않아야 함을 깨닫게 된다.

이와 같이 소비자 곁에 국가가 있음을 경험한 사업자는 피해예방을 위해 노력할 것이며, 불가피하게 피해가 발생되더라도 국가 개입 전에 신속히 해결하려고 애쓸 것이다. 불행하게도 지금의 국가는 이러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피해를 입힌 기업이 오히려 국가에 접수하라고 소비자에게 권하는 판이다.

더 이상 이러한 상황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즉, 소비자피해가 발생해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소비자를 법원이나 보호기관으로 내모는 기업행태는 바로 잡아야 한다. 국가가 소비자기본법을 제정하여 소비자권리보호를 천명하였다면 약속을 지켜야 한다. 역할을 제대로 못할 경우 소비자피해는 계속될 것이고 소비자 불만은 국가로 향하게 될 것이다.

경찰과 검찰이 죄지은 자에게 형사적 책임을 제대로 묻지 않는다면 범죄는 예방되기 어려울 것이다. 마찬가지로 소비자기본법이 피해를 가한 사업자에게 정당한 책임을 묻지 못한다면 소비자피해는 양산될 수밖에 없다. 법에 보장된 소비자권리는 형해와 될 수밖에 없다. 소비자기본법은 소비자나 기업에게 웃음거리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며칠 전 국정감사에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의 집단분쟁조정 제도를 질타했다. 이 제도 시행 이후 조정이 성립되어 소비자권리가 구제된 사례가 전무하다는 것이다. 소비자원 자료에 따르면 2015년 이후 위원회에 접수된 사건 중 조정절차 개시결정이 내려진 사건은 12건이었다.

그러나 이 중 조정이 성립되어 소비자권리가 구제된 사례는 없었기 때문이다. 피해를 준 기업에서 조정안 수락을 거부했다는 것이 주된 이유이다. 소비자분쟁조정위에서 결정된 조정내용을 피 신청인인 사업자가 수용하면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을 지니지만 수락하지 않으면 강제력이 없어 피 신청인들이 마음 놓고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기준치 이상의 라돈 검출로 논란이 된 대진침대 사건도 조정이 성립되지 않았다. 지난 2016년 운송지연에 따라 배상 청구된 아시아나 항공 사건도 조정이 성립되지 않았다. 전 의원은“분쟁조정이 개시되고 조정안이 마련되었음에도 지금처럼 조정이 성립되지 않는다면 또 다른 소비자피해가 유발될 수 있다.”며 개선을 촉구했다.

소비자피해에 대한 기업의 무성의한 대응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래서 소비자들은 피해를 입은 날 한번 울고, 보상을 받지 못한 날 두 번 운다고 한다. 하루 속히 한국소비자원의 구제기능을 강화하여 더 이상 소비자를 두 번 울리지 말아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눈물 없고 아픔 없는 소비자세상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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