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대기업들도 이른바 '구글세'로 불리는 디지털세를 내야 하는 처지가 될 전망이다.

 

당초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을 겨냥하고 논의된 디지털세지만 최근 적용 범위가 휴대전화, 가전 등 부문으로 넓어지면서 국내 대기업들도 과세 대상으로 떠오른 것이다.

 

3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9일 디지털세 관련 '통합접근법'을 제안했다. 시장소재지 과세권 강화, 무형 자산가치 배분 등 원칙에 기반한 아이디어였다.

 

새로운 통합접근법은 IT기업 외에도 소비자 대상 사업을 타깃으로 했다. 시장에서 소비자들과 상호작용하며 영업하는 휴대전화, 가전, 자동차 등 제조업 기업이 포함됐다. 삼성전자와 LG전자, 현대자동차 등 다국적 기업이 대표적이다.

 

소비자와 직접 접촉하지 않거나 조세회피를 할 가능성이 적은 금융업과 1차 산업, 광업 등 일부 산업은 제외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다만 전 세계적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매출액을 올릴 경우 과세 대상이 되도록 했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글로벌 영업 비중이 높지 않은 네이버, 카카오 등 IT기업은 해당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제조기업도 일정 수준의 초과이익을 내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디지털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제조업은 IT보다 영업이익률이 낮기 때문에 가전, 자동차 등은 과세 대상 산업에 해당되지 않을 전망이다. 통상이윤율이 어떻게 정해지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그나마 영업이익률이 높은 IM(IT·모바일)사업부가 디지털세를 내야 할 가능성은 남아있다.

 

OECD는 전세계 매출액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는 대규모 다국적 기업의 총매출액 중 기본 자산을 통해 벌어들인 이익은 통상이익으로 보고, 무형자산을 통해 벌어들인 돈은 초과이익으로 정의하고 있다.

 

고정사업장 없이 소셜미디어, 검색엔진 등 무형자산을 통해 해외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구글, 페이스북 등 IT기업은 디지털세를 회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정홍 기재부 국제조세제도과장은 "삼성전자와 LG전자, 현대자동차도 원칙적으로는 소비자 대상 사업"이라며 "각론이 나와야 어떤 기준으로 과세할지를 알 수 있지만, 과세 대상에 들어가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달 21∼22일 프랑스 파리에서 통합접근법 관련 공청회가 열리고 12월 13일에는 글로벌 최저한세가 논의된다.

 

최종 결론은 내년 1월 29∼30일 인클루시브 프레임워크 총회에서 발표된다. 이후 2020년 말까지 각론을 포함한 합의문을 내놓고 이후 규범화 작업에 들어가는 일정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최종적으로는 다자간 조약을 통해 디지털세를 부과할 전망이다.

 

디지털세는 다국적 IT기업의 조세회피에 대응해 과세하는 세금(법인세 등)을 의미한다. IT기업들이 룩셈부르크 등 조세회피지역에 사무실을 차리고, 사업활동을 벌이지만 돈을 벌어들이는 국가에 세금을 내지 않자 무형자산에 대한 과세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마련됐다.

 

또 다른 디지털세 원칙으로 글로벌 최저한세가 논의되고 있다. 조세피난처로 자산과 소득을 이전해 과세를 회피하는 경우를 막기 위해 최소한의 세율을 부과하는 '글로벌 최저한세'도 도입한다는 내용이다.

 

정부는 디지털세가 추후 국내 기업은 물론 법인 세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올해 3월부터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영향 분석과 대응 방안 등을 고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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