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등 한국 전기차 배터리 업체들이 2년9개월 만에 중국 정부로부터 친환경차 보조금을 받는데 성공했다.

 

이는 중국 내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주춤한 상황에서 글로벌 배터리 공급량의 상당량을 차지하고 있는 한국 업체들을 더 이상 배제하긴 어려워져 규제를 푼 것으로 해석된다.

 

덕분에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세계 1위 전기차 시장인 중국 재공략에 나설 기반을 다지게 됐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국 공업정보화부(공신부)가 지난 6일 발표한 ‘2019년 11차 친환경차 추천 목록’에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배터리를 탑재한 친환경차가 목록에 포함됐다. LG화학이 파나소닉과 함께 배터리를 공급하는 '테슬라 모델3'와 SK이노베이션 배터리를 사용하는 '베이징벤츠 E클래스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가 대상이다.

 

공신부는 이번에 61개 회사의 146개 모델에 보조금을 신규 지급하기로 했는데, 파나소닉과 산요 배터리를 탑재한 GAC도요타의 CH-R 등 외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친환경차도 상당수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번 중국 정부의 전향적 태도로 한국 업체들은 중국 사업의 재개에 기대감을 높이게 됐다. 중국 정부는 사드 보복의 일환이자 자국 산업 육성을 위해 2017년 1월부터 한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에는 보조금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보이지 않는 제재를 이어왔다. LG화학과 삼성SDI의 중국 내 배터리 공장들은 한때 가동률이 50% 아래로 떨어지자, 결국 내수 사업을 포기하고 수출용 물량을 늘리면서 버텨왔다.

 

중국은 전 세계 전기차 시장 규모 1위의 국가로 한국 업체들로서는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다. 여기에 중국 정부는 전기차 보조금을 올해 전년 대비 절반으로 삭감한 데 이어 내년 말까지 완전 철폐하기로 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등이 신 공장을 설립하는 등 대규모 투자를 늘려올 수밖에 없던 이유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보란 듯 보조금 제재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향후 또 다른 제재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큰 상황이었다. 이번 보조금 지급으로 이런 걱정은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게 됐다.

 

중국 정부가 한국 배터리업체들에 대한 제재 해제 가능성을 내비친 이유는 중국 전기차 시장의 위축 때문으로 해석된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중국 내 전기차용 배터리 판매량은 7월부터 10월까지 3개월 연속 감소했다. 글로벌 배터리기업 순위(사용량 기준) 10위 안에 포진해 있는 LG화학과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한국기업은 물론 업계 1~2위를 다투는 일본 파나소닉 등의 배터리를 배제하자 판매할 수 있는 차종도 제한됐고, 자연히 전기차 시장도 성장세가 주춤하게 된 것이다.

 

중국 정부는 CATL과 BYD 등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충분히 갖춘 자국 배터리기업들을 키우는데도 성공했다. 더 이상 제재를 이어갈 명분도 실리도 사라졌다. 외려 난립하고 있는 배터리기업들을 구조조정하는 게 정책의 우선순위로 떠올랐다. 중국 정부는 향후 외국 배터리기업과의 경쟁을 통해 주요 배터리기업에 더 힘을 실어주는 방식의 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보조금을 받는 것은 포기하고 보조금 폐지 이후에 사업 재개를 기대해 왔는데 예상 밖에 호재가 나타났다"며 "중국 정부가 자국 배터리기업을 20개 내외로 줄이는 목표를 가지고 있어 향후 한국 업체들의 기회는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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