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법 제3조 제2항 제3호 라목에 규정된 요양병원은 의사 또는 한의사가 의료를 행하는 곳으로 정의돼 있다. 요양환자 30인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의료서비스 제공을 목적으로 개설된 의료기관을 말한다. 다만 일반 병원과 달리 의사 및 간호사의 배치기준 완화와 사회복지사나 물리치료사를 추가 배치토록 한 것이 특징이다.

이에 반해 요양시설은 의료서비스보다는 노인 수발 제공을 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에 유사한 환자들이 혼재돼 있고 각 시설별 운영체계가 소비자 입장에서 정립되지 못하여, 환자와 가족들의 불만이 폭증하고 있다. 특히 요양병원에 누워있는 노인 환자에 대한 존엄한 인격권 보장이 간절한 상황이다.

일본 고쿠라재활병원 하마무라 아키노리 명예원장(72, 재활의학과 전문의)은 지난 6일 한국만성기의료협회 주최 일본병원 현지연수 특강에서“의료변화 요인과 핵심은 고령화와 치매다. 한국의 2019년은 일본의 1990년대 수준으로 약 25년 전 모습이다. 신체가 자유롭기 못한 고령자가 증가해 재활 필요성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측된다”고 발표했다고 한다.

하마무라 명예원장은 1980년대 신체구속과 기능회복에 머문 일본의 노인재활 케어 개념을 획기적으로 바꾼 일본 재활의학 최고 권위자다. 하마무라 원장은 신체구속 탈억제 극복 과정을 묻는 한국 방문단 질의를 한 마디로 요약했다. “노인환자의 신체억제는 안한다는 사고부터 출발해야 한다. 탈억제에 따른 낙상사고 걱정보다 인간존엄이 먼저다”라고 답했다.

하마무라 원장은 “기억을 잃어버린 환자도, 인생을 잃어버린 것은 아니다”라며 환자존엄의 가치성 전파를 위해 의료진과 직원들을 설득했다고 한다. 150병상에 불과한 고쿠라재활병원이 일본 대표 재활병원으로 거듭나기까지 오너인 하마무라 원장의 인간존엄을 전제한 생활 속 환자재활의 세심한 노력과 배려는 결국 큰 변화와 감동을 만들어 내었던 것이다.

일본의 산골 폐광지역에 위치한 아리요시 병원도 과거 결핵병원에서 일본 최고 요양병원으로 탈바꿈했다. 입원 요양환자에 대한 탈신체억제와 탈기저귀, 욕창제로화를 선언한 아리요시 요양병원장은“환자 존중은 다른 게 아니다. 환자 입장에서 의료 본질을 구현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시선을 바꾸고 실천하면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한 그는“요양병원 입원환자는 왜 24시간 주사를 꽂고 있어야 하는가, 환자가 주사 바늘을 강제적으로 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라는 고민에 봉착한 적이 있다”고 말하면서 “환자별 생활 패턴을 면밀히 관찰해 주사를 아침과 저녁으로 구분하고, 환자들의 신경이 무딘 다리 부위에 주사해 노인들의 고통과 불편을 최소화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도 위와 같은 의료인이 나올 때가 되었다. 하루빨리 환자중심의 요양병원 운영체계가 정립되고 의료기관 마인드가 변화되길 바래본다. 지금처럼 재택복귀율을 경시하고, 간호사와 간병인 역할도 모호하고, 환자의 존엄성도 경시되는 운영체계로 더 이상 환자와 가족을 울려서는 안 된다. 이제부터라도 명품 요양병원의 탄생을 소망해 본다.

저작권자 © 컨슈머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