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차 노동조합이 노사 화합 후 몇 달 지나기도 전에 또 파업에 돌입하면서 지역 협력업체들이 신음하는 모습이다.

 

르노삼성차의 파업과 생산물량 감소가 지속되면 지역 협력업체들 다수가 도산할 거란 공포가 번지고 있다.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부산 강서구의 한 자동차 부품업체가 공장 문을 닫기로 했다.

 

이 회사는 르노삼성차에 플라스틱 부품을 공급하는 2차 협력업체로 일본 본사의 한국 내 사업조정 결정에 따라 울산공장으로 통합하기 위해 부산 공장을 폐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르노삼성차 노조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을 이유로 최근 재파업에 나선 상황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올해 닛산 로그 위탁생산 종료 등 전반적인 생산물량 감소가 원인으로 지적된다.

 

부산 대표 제조기업인 르노삼성차는 올해 11월까지 모두 15만2천439대를 생산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생산량이 24.2%나 줄었다.

 

올해 초 파업에 이어 닛산 로그 수출물량이 축소되면서 연간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5만대 이상 줄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닛산 로그 후속 물량을 배정받지 못하면서 내년 이후 생산량은 더욱 떨어져 연간 10만대 안팎 생산절벽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르노삼성차 1차 협력업체는 전국적으로 260여 곳에 달하며, 이 중 부산·경남 업체는 90여 곳이다.

 

지역 협력업체 종업원만 6만4천명 수준이며. 1조2천억원의 매출을 올려 르노삼성차 전체 협력업체 매출의 55%를 차지한다.

 

협력업체들은 르노삼성차 상반기 파업으로 이미 직격탄을 맞은 상태다.

 

상반기 파업에서만 52차례 312시간 생산 차질을 빚어 회사 측 추산 3천500억원의 파업 손실이 발생했다.

 

부산상공회의소 모니터링에서 지역 협력업체들은 납품 물량이 절반 이하로 줄고, 일부는 구조조정에 들어가는 등 전체의 절반가량이 직간접적인 파업 피해를 본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상황에서 르노삼성차의 이번 재파업은 지역 협력업체에 더 큰 시련이 되고 있다.

 

르노삼성차 노조는 올해 임단협 협상 결렬을 이유로 지난 20일부터 다시 파업에 들어갔다.

 

전체 조합원의 30%가량만 참여하는 파업이지만, 생산 차질은 심각한 수준이다.

 

르노삼성차는 파업 이후 기준 주야간 2교대 근무를 주간근무로 전환하고 일반직 사원까지 동원해 차량 생산에 나서고 있으나 생산량은 평소의 3분의 1 수준에 머물고 있다.

 

협력업체 관계자는 "상반기 파업 여파를 추스르기도 전에 재파업에 들어가 생산 차질이 심각한 상황"이라며 "특히 내년 이후 수출 물량 배정에 실패할 경우 르노삼성차 부산공장은 연 10만대 수준의 내수용 공장으로 전락하게 되고 협력업체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고 우려했다.

 

이갑준 부산상의 상근부회장은 "가뜩이나 위축된 지역 경제에 더 큰 부담이 되는 만큼 르노삼성차 노사는 조속히 협상을 타결하고 수출 물량 확보에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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