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기록사진집- 70년대의 사교춤 풍경

  우리나라에서 서양의 사교춤을 정당하게 설립된 교습소에서 맨 처음 가르치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 말이었다. 그 시기가 이렇게 늦었던 것은 사교춤 자체를 건전하지 못한 것으로 여겼던 국민적 감정 때문이었다.

맨 처음 사교춤으로 소개된 것은 러시아의 민속춤이었다. 러시아 유학생들이 모국 방문단을 조직해 들어왔을 때 보여준 것이다. 뿐만 아니라 사교춤은 러시아의 춤과 거의 동시에 영화로 소개되어 화제의 대상이 되었다. 그때의 춤은 다름아닌 탱고였다. 사교춤을 처음 보는 한국인들은 탱고부터 알게 된 것이다.

처음으로 댄스를 가르친 곳은 1968년 서울 신설동에 새로 생긴 '상원 무용학원'이었다. 주로 고전무용을 가르쳤는데, 이곳에 댄스과를 처음으로 신설하여 흔히 말하는 사교 댄스를 가르친 것이다. 설립자는 김익수로, 일본에서 음악대학을 졸업하고 국내에서 교편을 잡다가 무용학원을 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당국이 댄스 교습소를 허가한다는 것은 모험적인 일이었다. 누구나 다 알다시피 사교춤으로 인한 사회적 폐해는 연일 신문지상을 오르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춤을 배운다는 것은 곧 카바레에 간다는 것을 의미했다. 실제로 무허가 교습소에 드나드는 남녀는 대부분이 카바레에 가기위해 춤을 배웠다.

60년대 초까지만 해도 카바레는 나이가 30세 이상이어야 출입이 가능했고, 반드시 커플이 있어야 했다. 하지만 이런 규정이 지켜지는 곳은 한 군데도 없는 가운데 춤바람은 좀처럼 진정될 줄을 몰랐다. 그런 때에 떳떳하게 춤을 배울 수 있는 곳이 생겨난 것이다. 이 학원의 의미는 결코 작지 않았다. 왜냐하면 예절과 이론부터 알아야 하는 사교춤을 제대로 가르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원을 제대로 정착시키기에는 때가 너무 늦어 있었다. 이미 도입된 지 수십 년이 되는 사교춤을 인식부터 바꾸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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