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단계판매라는 용어를 정의한“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5호”에서는 다단계판매란“다음 세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판매조직을 통하여 재화 등을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다음 세 가지 요건이란 첫째 판매업자에 속한 판매원이 특정인을 해당 판매원의 하위 판매원으로 가입하도록 권유하는 모집방식을 취할 것, 둘째 위와 같은 판매원의 가입이 3단계 이상 단계적으로 이루어질 것, 셋째 판매원이 다른 판매원의 거래실적이나 조직관리 및 교육훈련 등과 관련한 후원수당을 지급받는 방식을 취할 것 등이다. 문제는 이러한 다단계판매 마케팅으로 인하여 시민들 가슴이 멍들고, 피해가 다발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위한 정책대안이 미흡했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가정불화의 원인은 물론, 친구 친지 간 불편한 관계를 만들고, 친목단체 회원 간 화목을 깨는 원인 중 하나였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동안 이러한 사회문제를 다룬 언론도 많았고, 문제점을 이론적으로 다룬 학자들도 적지 않았다. 심지어는 다단계 사기로 인한 소비자피해가 사회적 이슈가 되어 방송에서 톱뉴스로 다루어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단계판매의 근본적인 문제가 조명되지 않았던 것은 소비자보호를 위한 정치인의 역할이 미흡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소비자입장에서 다단계판매의 근본 문제를 규명하려는 정당이나 국회의원을 볼 수 없었다. 여당이나 야당이나 마찬가지다. 민생을 위한 정치를 외치면서도 정작 민생현장에 대한 관심이 부족했고, 진정성도 약했다.

소비자입장에서 느끼는 다단계판매의 폐해가 사업자입장에서는 폐해가 아닐 수 있다. 오히려 꿀과 같이 달게 느껴질 수도 있다. 즉 마케팅의 호재가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사업자입장에서는 규제완화라는 이름으로 정부의 소비자보호대책을 반대하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그동안 이로 인해 사업자입장이 반영된 사례도 많았다.

만일 상호 이익충돌 시 사업자입장만 반영되고 소비자입장이 경시되는 경우 정치인이나 행정기관은 오해를 받을 수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즉, 정경유착이나 관경유착이라는 오해를 받지 않으려면 소비자이익도 반영해 주는 정치인이 있어야 한다. 그동안 사업자이익과 소비자이익을 반영해 주는 정치인이 상호 균형을 이루지 못한 것은 아쉬운 일이었다.

다단계판매가 방문판매보다 폐해가 더 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가 쉽게 찾을 수 없도록 되어 있는 법체계도 아쉬운 대목이다. 즉, 소비자의 알권리를 위해서는“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에 숨겨져 있는 다단계 관련 조항을 떼어 내어 독립시켜야 한다. 이를 통해 폐해규제법으로 갈 것인지, 금지법으로 갈 것인지 소비자와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정치라는 것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다양한 가치의 권위적 배분을 조화롭고 균형 있게 잘 해서 행복한 나라를 만들어 가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다단계판매 마케팅으로 인한 소비자와 사업자의 이익충돌에 대해서도 균형 있게 가치배분이 이뤄져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다단계판매 마케팅으로부터 소비자이익을 지켜줄 다양한 정당 정책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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