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 ‘충분한 할인 적용 후 계약상 금액 받는 것’
입대위측, ‘코로나19와 수원 매매시장 상황 등 고려해줘야’

 

오토허브 전경

코로나19 사태로 시국이 어수선한 가운데, 전국 곳곳에서 임대료를 파격적으로 할인해주는 ‘착한 임대인 운동’이 일어나면서 국민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해주고 있다. 

그런데 최근, 착한 임대인 운동과는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졌다. 바로 대형 중고차 매매단지인 용인 오토허브에서 임차인들을 대상으로 임대료 인상을 단행한 것. 얼핏 보면 전형적인 임대인의 갑질로 보이지만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황이 매우 복잡하다. 임대인 즉 오토허브 사측도 할 말이 많고, 임차인들 즉 입주자대표위원회(이하 입대위)도 할 말이 많다.  

쟁점인 임대료 인상의 내용은 395만원에서 470만원(2년계약 450만원, 3년계약 430만원)으로 약 20%, 추가전시장(주차장)은 77,000원에서 144,620원으로 100% 인상이다. 이 과정에서 사측은 임대료 인상안을 임차인들에게 일방 통보했으며 협의할 용의가 없음을 밝혔다고 한다. 
 
하지만 여기에 어려운 문제가 있다. 2017년 4월 첫 입주 시 계약한 임대료는 500만원이었고, 6개월에 걸쳐 50% 할인을 받고 단계적으로 100% 인상하는 안을 입대위가 수용했던 거다. 다만, 시장 상황과 단지미활성화의 이유로 임대료 395만, 추가전시장은 66,000원으로 합의가 됐으며, 추가전시장의 경우는 2019년 4월, 진통 끝에 77,000원으로 한 차례 인상된 바 있다. 

즉, 사측은 그동안 충분히 임차인들의 상황을 고려해 할인해줬으니 이제는 계약한 내용에 상응하는 임대료를 받겠다는 입장이고, 입대위측은 코로나19와 인근 수원에 조만간 들어설 예정인 대형 중고차 매매단지 등의 이슈로 열악한 상황에서 사측의 일방적인 인상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입대위는 사측이 약속했던 그랜드 오픈행사도 실행되지 않았고, 미미한 마케팅 활동에 대해 불만을 제기했다. 사측의 별다른 도움 없이 임차인들이 맨 손으로 임대료 등의 손해를 봐가며 이제 막 단지를 정상궤도에 올려놨는데, 임대료를 인상한다는 건 가혹한 결정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사측은 자신들이 임대사업자 임에도 불구하고 1년에 3억원 가량의 마케팅 비용을 써가며 오토허브의 정상궤도화에 노력했고, 그동안 임대료 할인 등으로 약 110억원의 손해를 봐왔다고 주장한다. 

오토허브 매장 곳곳에는 임대료 인상 반대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그런데 여기서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 오토허브 사측은 분명히 임대사업자임에도 불구하고 단지 내에 중고차 성능점검장을 운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오토허브매매상사와 ㈜오토허브셀렉트매매상사 등을 개업해 중고차 매매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입대위 관계자는 임대료 인상 강행 이면에는 바로 이러한 사측의 매매업 진출이라는 저의가 깔려있다고 강조한다. 또한 관계자는 임대료 인상을 이렇게 비유했다. “허허벌판 상가에서 3년 동안 전단지 돌리며 치킨집 운영해 어렵게 자리 잡았더니, 상가 주인이 다른 품목도 아닌 대형치킨매장을 하겠다면서 자신들을 나가라고 하는 것과 같다”고.  

하지만 여기에 대해 사측은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다. 중고차 성능점검장 운영과 매매업 진출은 오로지 소비자들을 위한 회사의 결정이며, 상인들의 투명하지 않은 중고차 성능점검과 중고차 판매가로 인한 소비자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사측에서 직접 나서서 더욱 투명한 중고차 시장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는 거다. 반면 입대위는 이에 대해 오토허브는 SK엔카진단보증제휴단지이므로 투명성에는 문제가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오토허브 사측과 입대위 간의 원만한 합의는 어려워 보인다. 입대위는 사측의 협상 없는 임대료 인상 강행을 비정상적인 방침이라고 간주하고, 본인들 역시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대응하고 있다. 사측에 임대료를 395만원에서 300만원으로 인하 요청했을 뿐만 아니라, 협상이 이뤄질 때까지 임대료를 입대위의 계좌로 받고 있다. 사측은 이같은 행위가 명백한 위법이라며 맞서고 있다. 

오토허브의 임대료 인상 논란은 동종 업계에서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인근 수원 2곳의 자동차매매 복합단지(도이치오토월드, SK V1 모터스)에 총 370개 매매업소가 곧 오픈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오토허브가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후발주자들과 나아가서는 소비자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칠 거다. 이 논란이 어떻게 마무리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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