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묵 박사

소비생활에서 국민이 이용하는 재화에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민간부문에서 공급하는 민간재가 있고, 둘째는 공공부문에서 공급하는 공공재가 있다. 지난 3월 6일 법제처는「행정기본법」을 제정한다고 입법예고 하였다. 즉, 행정절차법 제41조에 따라 그 제정이유와 주요 내용을 국민에게 알리고 의견을 듣는 절차가 진행 중이다.

국민은 시장에서 대금을 지급하고 물품과 용역을 공급받듯이 세금을 납부하고 공공서비스를 공급받는다. 이처럼 국민은 민간재와 공공재를 공급받아 소비생활을 영위하고 있으며, 상품대금 지급과 세금 납부를 위해 돈을 벌고 있다. 문제는 돈을 지불하고 구매한 민간재와 공공재의 품질이 기대와 달라 종종 실망과 낭패를 겪어본 사례가 적지 않았다.

그동안 민간재에 관한 소비자 문제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많이 지적돼왔다. 하지만 공공서비스에 대한 품질 문제는 별로 다루어지지 않아 아쉬운 점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공공서비스 품질을 관리할 수 있게 된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제야 공공서비스의 품질 제고를 위한 혁신 동기가 마련된 것이다.

행정작용의 몸체가 되는 행정 법령은 국가 법령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국민 생활과 기업 활동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핵심 법령이다. 이번에 입법 예고된 행정작용에 대한 기본원칙과 품질관리 기준은 다소 미흡한 점도 없지 않다. 그러나 첫술에 배부를 수 없는 법이며 향후 현장적용 과정에서 지금보다 실효성 있고 세련된 제도로 발전될 것이 분명하다.

그동안 행정법 분야의 집행 원칙과 기준이 되는 기본법이 없어 일선 공무원과 국민이 복잡한 행정법 체계를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리고 개별법마다 유사한 제도를 다르게 규정하고 있어 제도 하나를 개선하기 위해 수백 개 법률을 정비해야 하는 문제점도 있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우리나라 최초의 행정기본법이 예고된 것은 반가운 일이다.

따라서 이번에 예고된 기본법안으로 인해 공공서비스 품질향상이 기대될 뿐만 아니라 행정의 신뢰성ㆍ효율성을 제고 하고 공법체계에 대한 국민 혼란을 해소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번에 예고된 법안에는 그동안 학설ㆍ판례로 정립된 행정의 원칙을 명문화하였다. 특히 헌법 원칙인 법치행정ㆍ평등원칙과 비례의 원칙을 재천명하였다.

특히 그동안 학설과 판례에 따라 확립된 권한 남용금지ㆍ신뢰 보호ㆍ부당결부금지원칙 등을 행정의 기본원칙으로 법률에 명시함으로써 공공서비스 품질 제고에 이바지함은 물론 국가사회 발전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개별법에 산재해 있는 인허가 의제 제도 등 유사한 제도의 공통 사항을 체계화한 것도 많은 도움이 되리라 본다.

또 일부 개별법에 따라 운영되고 있는 처분에 대한 이의신청 제도 등을 확대할 수 있도록 근거를 명확히 한 점과 처분에 대한 재심사 제도를 도입한 점은 국민 중심의 행정법 체계로 전환하는 토대가 되었다. 그밖에도 행정 법령 개정 시 신법과 구법의 적용 기준, 신고의 효력 발생 시점 등 법 집행의 기준을 명확히 제시하고 있는 점도 기대가 된다.

두 손을 들어 공공재의 품질을 높여 줄,‘행정기본법’제정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이 법은 앞으로 국민의 실체적 권리를 강화하여 기본권 보호와 법치주의의 발전에 크게 이바지하고, 행정작용의 선진화에 크게 공헌하리라 믿는다. 이제부터라도 신뢰받고, 품질 높은 공공서비스를 통해 기업과 소비자 모두 행복한 미래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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