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최대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한항공의 최대주주인 한진칼(보통주 기준 29.96%)의 주가까지 하락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현재 지분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현재 갖고 있는 현금성 자산보다 많은 유상증자 대금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유상증자 관련 불확실성이 당분간 한진칼 주가에 부담이 될 전망이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코로나19에 따른 영업차질로 올해 대규모 당기순손실이 예상됨에 따라 5000억~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검토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대형 증권사를 주관사로 하는 유상증자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주관사로는 삼성증권, NH투자증권 등이 거론된다.

 

대한항공이 1조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한다는 가정 아래 한진칼이 현재 지분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약 3000억원의 유상증자 대금 납입이 필요하다. 지난해 말 기준 한진칼의 현금성 자산규모는 523억원이고, 단기금융상품까지 포함하면 1892억원이다.

 

이에 따라 한진칼이 자회사 지분 매각 등을 통해 재원 마련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한진(이하 지분율 23.62%), 정석기업(48.27%), 한진관광(100%), 토파스여행정보(94.35%), 제동레저(100%), 칼호텔네트웍스(100%), 진에어(60%)를 자회사로 두고있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대한항공, 진에어, 한진의 지분 매각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며 "정석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 유동화 혹은 칼호텔 네트웍스의 지분 매각 등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대규모 유상증자와 정부의 신용보강 등 항공산업 지원대책으로 대한항공의 재무적 리스크는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지 않은 만큼 대한항공의 영업환경이 얼마나 나아질지는 미지수다. 양 연구원은 "유상증자 외에도 현재 추진 중인 부동산 및 유휴자산 매각을 통한 현금유동성 확보가 추가적으로 필요하다"고 봤다.

 

대한항공의 유상증자 이슈는 대한항공 뿐만 아니라 주요 관계사들의 주가에도 부담이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유상증자 관련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까지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했다. 전날(20일) 대한항공 주가는 전 거래일(17일)과 비교해 6.46% 떨어졌고, 한진칼은 26.03% 급락했다.

 

대한항공의 과거 유상증자 사례를 보면 유상증자 공시(증권신고서 제출) 이후부터 확정발행가격 산정 시점까지 주가가 저점을 보였다. 대한항공은 지난 2015년 1월6일, 2017년 1월5일 유상증자 공시를 했고, 각각 다음날과 2영업일 뒤 주가가 바닥을 형성했다.

 

하준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유상증자 공시 다음날이 주가의 저점이었다. 이는 유상증자 공시가 보통 장 마감 후 이뤄지기 때문"이라며 "과거 2차례 유상증자 상황과 지금의 영업환경이 다르지만 다양한 방법을 통해 코로나19 사태가 마무리 될 때까지 필요한 현금을 확충한다면 대한항공의 주가도 이를 반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진투자증권은 대한항공에 대한 투자의견을 기존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하고 목표주가를 2만4000원에서 1만8000원으로 낮췄다. 대신증권도 매수에서 중립, 2만4000원에서 2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하이투자증권은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2만6000원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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