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초로 국제유가가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국내 정유업계가 큰 충격을 받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인 확산으로 하늘길이 끊기는 등 원유 수요가 바닥을 치면서 정유사들도 심각한 경영난에 처할 전망이다.

 

이제는 정부 지원밖에 기댈 곳이 없다는 곳이 정유업계의 입장이다. 정유업계가 추가 지원이 절실하다며 정부에 호소했다.

 

국내 정유 4사 대표는 22일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만나 정부의 지원을 요청했다. 성 장관은 이날 정유업계의 위기 상황을 점검하고대응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간담회를 개최했다.

 

회의에는 SK에너지 조경목 대표이사 사장, GS칼텍스 허세홍 대표이사 사장, 현대오일뱅크 강달호 대표이사 사장, 에쓰오일(S-OIL) 류열 사장 등 국내 주요 4개 정유업체 대표와 김효석 대한석유협회장, 한국석유공사 양수영 사장, 에너지경제연구원 조용성 원장이 참석했다.

 

정유업체 CEO들은 "심각한 경영 여건 속에서 가동률 축소, 경비 절감 등 자구 노력을 이어가고 있지만 코로나 사태로 세계 석유 수요가 급감해 수출 비중이 큰 국내 기업의 어려움이 지속될 것"이라며 "정부가 지속적으로 지원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언급했다.

 

이에 성 장관은 "정유업계가 처한 위기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면서 "위기를 조기 극복할 수 있도록 조치 가능한 지원 수단을 지속 발굴, 지원할 것이다"고 답했다.

 

정유업계는 코로나19로 인한 석유 수요 감소, 정제마진 악화 등으로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제품을 팔수록 손해가 나자 가동률을 낮추거나 정기보수를 앞당기며 대응하고 있지만 실적 악화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수요 감소와 국제 유가 급락에 따른 재고평가손실로 정유 4사의 1분기 영업적자 규모가 3조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신용평가는 올해 1분기 국내 정유 4사의 영업손실 규모가 최대 3조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국제유가는 추락을 거듭해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37.63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마이너스 유가는 사상 처음으로, 원유 생산업체가 돈을 얹어주고 원유를 팔아야 한다는 의미다.

 

이안나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현재 수요가 급감한 상황에서 재고가 넘쳐나고 있다"며 "이에 원유를 가져갈 곳이 없어 인수 시점을 늦추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날 추가 지원 방안으로 ▲석유공사 비축시설 대여료 한시 인하 ▲석유관리원 품질검사 수수료 2~3개월 납부유예 ▲대규모 석유저장시설 개방검사 유예 등을 제시했다.이에 앞서 재고로 고심 중인 정유사에 석유 제품 저장 창고를 개방하고, 유동성 위기를 감안해 석유수입부과금 징수를 3개월 유예하는 등 정유업계 지원책을 내놨다.

 

또 국세청은 교통·에너지·환경세와 개별소비세 및 주세(교육세포함) 등 4월 납부분 기한을 3개월 연장했다. 이들은 유류세와 주류세의 세부 세목으로 이번에 연장된 세금은 정유 1조3745억원, 주류 6809억원 등 총 2조554억원이다.

 

그러나 정유업계는 이 정도로는 부족하며, 더 많은 세금 지원이 절실하다는 반응이다. 세율 3%인 원유수입 관세를 한시적으로라도 폐지하거나 축소하고, 석유수입부과금은 유예가 아닌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개별소비세나 부가가치세 등도 감면 혹은 탄력세율 적용 등의 세제 지원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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