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학병원에 대한 소비자불만이 적지 않다. 그것은 환자를 대하는 병원의 자세가 자기중심적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환자중심이 아니어도 병원 수입이 보장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특히 환자가 몰리는 유명 대학병원은 더욱 자기중심적이기 쉽다. 유명해 질수록 성숙한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데 상업성에 매몰되어서인지 환자를 울리는 일이 적지 않다.

경기도 일산에 사는 H씨는 최근 신촌 소재 대학병원 진료를 받고 몹시 화가 났다고 했다. 그 이유는 진료절차가 불편하고 대기시간이 길었던 것에 비해, 담당 의사의 설명은 매우 짧고 무성의했다고 했다. 환자 질문에 대한 응대 자세도 매우 형식적이고 귀찮아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기대했던 3차 진료기관의 응대 모습은 아니었다고 했다.

H씨는 얼마 전부터 한 쪽 눈이 흐려지고 불편함을 느껴 동네 안과의원을 찾았다. 안과 전문의는 검진 결과 녹내장이 심하다며 빨리 큰 병원을 찾아 치료할 것을 권했다. H씨는 불안한 마음으로 진료의뢰서를 받아 서둘러 대학병원을 찾았다. 대학병원에서도 동일한 진료 결과를 받았다. 동네의원과 마찬가지로 녹내장 증상이 심하니 수술이 급하다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수술에 동의하는지 물어서 승낙했더니 수술일자를 알려주며 집에 가라고 했다. H씨는 수술일자를 손에 쥐고 깜짝 놀랐다고 했다. 수술일자가 2022년 1월 6일이었기 때문이다. 무려 1년 6개월이나 지난 후에 수술날짜가 잡혀 있는 것이다. H씨는 수술날짜를 보는 순간 자기 눈을 의심했다고 했다. 배신감을 넘어 모욕감까지 느껴졌다고 했다.

우리 주위에는 위와 유사한 사례로 난감하고 황당한 경험을 해본 이웃이 의외로 많다. 즉, 이러한 피해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상식을 넘어서는 수술대기 일정에 당황했던 소비자가 한 둘이 아닌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소비자피해는 계속되고 있다. 병원에서 환자를 조금만 배려하는 마음이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고 본다. 우선 쉬운 것부터 개선해 나가면 된다. 예컨대, 병원과 환자 간 정보 격차를 해소시켜줄 필요가 있다. 즉 병원에서 이미 알고 있는 수술대기 일정에 대한 정보를 소비자와 공유하면 된다. 진료과목별 또는 의사별로 수술대기 환자 수와 예상일정을 미리 알려주면 소비자들은 알아서 병원과 의료진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처럼 소비자들이 수술대기 일정에 대한 정보가 깜깜한 상태에서는 위와 같은 피해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 몸과 마음이 지친 환자들에게 시간을 허비해가며 검사만 잔뜩 받게 하고, 납득되지 않는 수술대기 일정으로 수술을 포기하게 하는 행태는 당장 개선돼야 한다. 수술을 포기하고 다른 병원을 찾는 환자의 아픔을 병원도 이제는 공감할 줄 알아야 한다.

물론 오래된 행태를 개선하려다 보면 의료진 반대에 부딪힐 수도 있고, 경영상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리더십의 진가는 이럴 때 빛날 것이다. 병원과 환자와의 정보비대칭을 해소해야 하는 지금이야말로 혁신적인 리더십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제부터라도 환자가 수술을 포기하며 울지 않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 그러한 꿈이 이뤄지길 소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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