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그(HUG·주택도시보증공사)가 불공정 약관 논란에 휩싸였다. 은행권 전세대출 시장에서 다른 보증기관에는 없는 면책 조항이 논란이 된 것이다.

 

허그의 보증으로 은행에서 전세대출을 받은 사람이 전세 계약 만료 전 거주지를 이전하고 원금을 연체할 경우 허그의 대위변제 의무가 사라진다는 약관 내용이다.

 

은행권은 ‘불공정 약관’이라며 약관 개선을 요구했지만, 허그는 한 달 넘게 답변을 피하고 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허그는 지난해 9월말 전세금안심대출보증약관 가운데 면책 조항을 개정했다. 기존 면책 조항에서 전세대출 채무자가 ‘계약기간 중 보증회사에 고지를 하지 않고 거주지를 이전할 때 임차대항력을 상실한다’는 문구를 삭제한 것이다. 전세대출 채무자가 계약 완료 전 거주지를 이전할 경우 은행에 대한 대위변제 면책을 더욱 명확히 규정한 셈이다.

 

허그는 은행권과 논의 없이 약관을 개정한 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들은 이같은 약관 개정을 뒤늦게 파악, 올 초부터 공동 대응에 나서기 시작했다. 은행연합회 차원에서 은행들의 의견을 수렴한 후 공통의 문제의식을 지난 3월 말 허그 측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은행권 관계자는 “약관 개정 사실을 인지한 후 은행권 공동으로 허그 보증에 대해 ‘불공정 약관’ 소지가 있다는 문제제기를 했다”고 말했다.

 

거주지 이전으로 인한 보증사고에 대해 면책을 주장하는 보증기관은 허그가 유일하다. 허그와 같이 전세대출 보증을 제공하는 주택금융공사(주금공)과 SGI서울보증은 거주지 이전과 관련된 전세대출 연체에 대해서도 변제를 하고 있다.

 

은행권에서 발생하는 거주지 이전 관련 보증사고는 금액이 평균적으로 2억원 대다. 전세대출금의 약 90%를 보증기관이 책임지고 10% 정도가 은행 신용으로 대출이 실행된다.

 

전세대출은 보통 2년 계약인데 그전에 대출 채무자가 거주지를 이전할 경우 그 사실을 채무자가 통보하지 않는 이상 은행이 인지하기는 힘들다. 거주지 이전 관련 보증사고는 이자를 상환하다 만기 때 원금을 상환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국 대출계약 기간 동안 이자 연체가 없을 경우 은행 입장에서는 만기 전에 거주지 이전을 파악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자를 잘 내는 사람의 현재 거주지를 일일이 파악하는 은행은 없을 것”이라며 “거주지 이전 사실을 대출채무자가 먼저 알려주지 않는 이상 은행이 미리 알기 힘들고, 이제는 허그의 약관 개정으로 인해 거주지 이전 사실을 보증사고 전에 고지를 해도 (허그로부터)보전 받기 힘들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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