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가치가 과거보다 낮아졌다는 이유로 채권단 측에 인수 협상을 원점에서 재검토하자고 요구하면서 이목을 끌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재무 상태가 더욱 악화해 계약 조건 변경, 즉 인수가격을 낮추자는 이야기다.

 

때문에 HDC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중간에 엎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HDC현산은 전날 아시아나항공 인수 관련 입장문을 채권단에 전달했다. 채권단은 지난달 말 HDC현산에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지를 명확히 밝혀달라며 내용 증명을 보냈다.

 

HDC현산은 입장문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상황 재점검과 인수조건 재협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유는 아시아나항공 인수 계약 시기와 지금의 재무 상태가 너무 달라서다.

 

아시아나항공은 불과 5개월 만에 부채가 4조5000억원 증가했고, 부채비율도 올해 1분기 현재 계약 기준은 2019년 반기 말 대비 1만6126% 급증했다. 또 자본총계 역시 지난해 반기 말 대비 1조772억원 감소해 자본잠식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은 완전자본잠식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HDC현산은 "이번 계약상 기준인 재무제표의 신뢰성 또한 의심스러운 상황"이라고까지 우려했다.

 

HDC현산의 적극적인 재협의 요청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HDC현산은 그동안 아시아나항공 포기설이 제기될 때 마다 "인수 의지에 변함이 없다"고 짧게 말했다.

 

관련 업계는 HDC현산이 인수 포기보다는 인수 가격 조정에 더 무게를 두고 채권단과 협상을 진행할 것으로 내다봤다. 항공사를 인수해 '모빌리티 그룹'으로 도약하는 것이 정몽규 HDC현산 회장의 염원인데다 입장문에서도 "인수 의지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HDC현산은 지난해 아시아나항공 인수 가격으로 2조5000억여원을 써냈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의 시장 가치보다 무려 2.5배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앞으로 항공산업의 전망도 불투명해 시장 가치는 더 낮아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결정 당시 기자회견을 자처할 정도로 의지가 강했다"라면서 "최악의 경우 인수 불발 가능성도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결국 관건은 인수 가격을 얼마나 낮추느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컨슈머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