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의 인수와 관련해 채권단 측에 전면적인 재협상을 요구하면서 사실상 인수가 삭감에 시동을 걸었다는 평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처음 인수에 나설 때보다 기업가치가 하락했으니 그만큼 인수가도 깎아야 한다는 것이 현산 측의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인수가를 1조5천억원까지 낮춰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우선 산은은 10일 자료에서 “현산의 아시아나 인수 의지 표명은 환영한다”면서도 “인수확정 조건에 관한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달 27일이던 현산의 아시아나 인수 딜 클로징(거래 종료) 시점은 사실상 6개월 뒤인 12월 27일로 연장된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재협의 대상은 현산 측이 금호산업으로부터 아시아나 주식(구주)을 사는 대가로 지급할 대금 3228억원이다. 현산-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은 지난해 12월 27일 금호고속이 보유한 아시아나 주식 6868만 8063주(지분율 30.77%)를 주당 4,700원에 사들이기로 했다.

 

하지만 이후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아시아나 주가는 한 때 2,000원대로 급락했다. 또 현산 측 입장에서 구주 대금은 아시아나 재건을 위한 투자로 쓰이는 돈이 아니라 금호 측에 주는 돈이므로 최대한 아끼고 싶은 유인이 크다. 이에 금호 측으로부터 매입할 구주 대금을 최대 절반까지 깍아달라고 할 가능성이 있다.

 

이번 거래를 성사시키려는 산은 입장에서는 현산이 요구한다면 금호 측을 설득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과도하게 대금을 깎는다면 금호그룹 재건 계획에도 빨간불이 들어올 수 있어 조절을 할 것으로 보인다. 금호산업은 3228억원을 받아 이 중 1,00억원은 금호고속이 산은에 진 빚 1300억원을 갚고 나머지로 그룹 재건에 보탤 계획이었다.

 

아울러 신주 발행 가액까지 깎아달라고 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현산 측이 인수할 아시아나 신주 발행 가액은 주당 5000원이었다. 하지만 이후 주가가 급락했으므로 발행 가액을 낮춰달라는 요구를 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현산 측이 최종적으로 인수가를 1조5천억원까지 낮추려 할 수 있다는 예상이 유력하다. 지난해 애경 측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1조5천억원, 현산 측은 1조가 많은 2조5천억원을 써냈었다.

 

또 아시아나는 유상증자 직후 채권단에 진 빚을 갚기로 했는데 이를 연기하는 방안도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는 현산 측을 대상으로 지난 4월 1차 유상증자로 1조 4, 665억원을 조달한 후 이 중 1조 1745억원을 채권단에 진 차입금을 갚는데 사용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아시아나에 추가 대출이 이뤄지는 마당에 차입금을 갚는 것은 적절치 않으므로 이의 만기를 연장해달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차입금을 갚는 대신 만기가 도래하는 다른 회사채 상환 및 노후 항공기 교체 등 미래를 위한 투자에 쓰는 시나리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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