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가 지난 7월 16일 개원하였다. 48일 늑장 개원에 대해 누구 하나 나서서 사과하는 국회의원이 없다. 민간기업도 서비스 이행이 약속보다 지체되면 계약상 책임을 지는 것은 물론 소비자에게 즉각 사과하는 것이 관례이다. 기업으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해야 할 국회가 오히려 약속을 어기고도 사과할 줄 모른다면 어찌 나라가 바로 서겠는가?

그동안 18대, 19대, 20대 국회 모두 여러 가지 이유로 늑장 개원을 반복해 왔다. 21대 국회만은 다를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결코, 반복되지 말아야 할 나쁜 관행을 끊어 내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그 누구에게도 이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려는 의지와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회는 국회의원들의 것이 아니다.

국회는 국민의 것이고 국리민복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국회의원은 국민을 대신하는 국회 운영 대리인이자 국민을 위한 의무이행자이다. 이러한 역할을 잘 하라고 국회의원에게는 각종 특권과 막대한 세비를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원리는 선출직 공직자 모두에게 적용된다. 그 가운데에서도 국회의원에게는 가장 막강한 권한과 임무를 부여하고 있다.

그것은 국가권력의 근본인 국민을 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회는 모든 선출직 공직자가 담당하고 있는 기관 및 공공기관에 대한 국정조사권과 예산심의의결 및 결산권을 보유하고 있다. 그뿐 아니라 다른 선출직 공직자가 집행할 모든 법률 제정권을 갖고 있으며, 국회가 제정한 법률에 따라 집행하지 않는 경우 이를 탄핵하고 소추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다른 선출직 공직자가 행하는 위법 부당한 업무수행이나 조직 및 인사관리 행태를 조사할 수 있으며, 대통령이 지명하는 주요 공직자에 대한 인사청문 권한도 갖고 있다. 그밖에도 국민의 뜻을 받들어, 헌법정신을 위반하는 자연인이나 기관 모두를 감시하고 사전예방을 위한 정책개발과 과제발굴 의무도 부여되어 있다.

이 때문에 헌법 제1의 기관인 국민을 대리하는 국회의원 손에 국가 존망이 달려 있다고 하는 것이다. 이처럼 나라 운명을 좌우하는 국회가 제때에 개원하지 않고 임무 수행에 소홀했거나 개원 후 공전으로 국정을 돌보지 않았다면 이유를 막론하고 국민에게 불가피했던 사유를 소명하고 재발 방지대책을 현안 과제로 채택해야 한다.

이러한 자세는 국회의장을 비롯해 교섭단체 대표는 물론 무소속 국회의원까지 모두에게 요구된다. 교섭단체 간 협의가 필요하다면 누구든지 로드맵이라도 우선 발표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이다.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18대 국회 이후 지금까지 수없이 반복된 늑장 개원에 대해 진정성 있게 사과하고 원인과 대책을 제시하는 이가 없다.

이 시간에도 국민은 눈을 크게 뜨고 지켜보고 있다. 국민은 막대한 선거비용을 들여 대표자를 선출했고, 4년간 막대한 활동비를 국민이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은 약속받은 정치품질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자이자 소비자이다. 국가번영과 국민 행복을 요구할 채권자이기도 하다. 이제부터라도 늑장 개원을 반복하지 않는 국회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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