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에 이어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도 무산되는 분위기다.

당초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추진하던 HDC현대산업개발이 재실사를 요구하는 등 M&A를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나서 사실상 손을 떼기 위한 명분 쌓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항공업계의 불황이 심각한 만큼 올해 항공업계의 ‘노 딜’이 유력시된다.

2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HDC현산은 지난 24일 금호산업에 "계약상 진출 및 보장이 중요한 면에서 진실, 정확하지 않고 명백한 확약 위반 등 거래종결 선행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는 내용의 회신을 보냈다. 또 HDC현산은 인수상황 재점검 절차 착수를 위해 8월 중순부터 약 12주간 아시아나항공과 자회사를 재실사하겠다는 입장도 전달했다.

앞서 금호산업이 최근 러시아 등 해외에서 기업결합신고가 모두 끝나 인수 선행조건이 마무리됐으니 계약을 종결하자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HDC현산에 보냈는데 이에 대한 회신인 셈이다.

HDC현산은 재실사를 통해 Δ2019년 반기 재무제표 대비 부채와 차입금의 급증 Δ당기순손실의 큰 폭 증가 Δ2020년 큰 규모의 추가자금 차입 Δ영구전환사채 신규발행이 매수인의 사전 동의 없이 진행된 점 Δ부실 계열에 대규모 자금지원이 실행된 점 Δ금호티앤아이 전환사채 상환 관련 계열사 부담 전가 등을 다시 점검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아시아나항공 인수 작업은 7개월째 교착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불과 5개월만에 부채가 4조5000억원 증가했고, 부채비율도 올해 1분기 기준 1만6126%로 급증했다. 또 자본총계 역시 지난해 반기말 대비 1조772억원 감소해 자본잠식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이에 지난달 9일 HDC현산은 매매계약 체결 당시와 현재 상황이 달라졌다며 인수조건 재협상 카드를 꺼냈다.

양측의 기싸움도 치열해지고 있는 양상이다. HDC현산은 지금까지 15차례 정식 공문을 발송해 재점검이 필요한 세부사항을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에 전달했으나 충분한 공식적인 자료는 물론 기본적인 계약서조차 제공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오히려 금호산업 측이 '계약해제'를 염두에 두고 있다며 인수지연의 책임을 돌렸다. HDC현산은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이 계약상 아무런 근거 없이 일방적으로 거래종결일을 지정해 통보했다"며 "거래종결을 위한 노력보다 계약해제를 내부적으로 결정하고 이를 위한 준비만 해온 게 아닌가 합리적 의구심이 든다"고 비판했다.

금호산업은 재실사를 요구한 HDC현산에 대해 "재실사를 하겠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건 아니다"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다만, HDC현산이 재협상 의지를 재실사 요구로 구체화한 만큼 내부적으로 수용 여부를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안팎에선 HDC현산이 재실사 카드를 꺼내면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포기를 위한 '명분쌓기'에 돌입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HDC현산이 금호산업에 '계약해제'를 염두에 뒀다며 강도 높은 비판을 한 것도 인수 포기를 위한 포석을 깐 것이라는 분석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HDC현산이 인수를 최대한 미루거나 제주항공처럼 없던 일로 할 가능성이 높다"며 "재실사 수용 여부에 대해 금호 측도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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