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의약품 포장이나 용기에 적힌 글씨가 너무 작다. 노안이 온 어르신이나 오랜 투병으로 시력이 약해진 환자들은 물론 일반 소비자들도 늘 고충을 호소한다. 이런 불편이 시작 된지 벌써 20년이 넘었다. 어떤 누구도 고충해소를 위한 방안을 내놓고 있지 않다.

 병으로 된 용기에 담긴 드링크제를 비롯하여 피부연고제, 항히스타민제, 소화제, 소염제 등 일반의약품, 전문의약품 모두 용기나 포장에 적힌 글씨가 너무 작다. 눈이 좋은 사람도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다. 나이 드신 어른들은 돋보기를 사용해도 보이지 않는다고 호소한다.

 이를 어떻게 할 것인가. 법은 소비자에게 충분한 정보를 주기 위해 의약품 포장에 많은 정보를 많이 표시하도록 정하고 있다. 사업자는 이를 모두 표시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작게 표시한다고 한다. 그런데 글씨가 너무 작아 소비자 입장에서는 정보가 있으나 마나한 실정이다.

 소비자가 읽지 못하는 정보가 무슨 정보인가. 그렇다면 소비자, 정부, 사업자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가. 이 세상에 해결방안이 없는 문제는 없다. 다만 완벽하지 않을 뿐이다. 미흡한 것은 시행하면서 차차 개선해 나가면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개선하는 것이 좋은가. 이럴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물론 안전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소비자중심의 실효성 있는 안전이다. 예컨대 의약 지식이 있는 의료인이나 학자들이 이해할 수 있는 전문적 정보는 포장 안에 있는 설명서를 통해 충분히 제공하는 것이 좋다.

 다만 용기나 포장에 표시하는 내용은 소비자 누구나 이해할 수 있으면서 꼭 필요한 내용을 축약하여 큰 글씨로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이 과정에서 기업을 대표하는 전문가, 정부를 대표하는 전문가, 소비자를 대표하는 전문가 그룹이 모여 논의하는 절차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설명서에 표시할 내용과 용기나 포장에 표시할 내용은 물론 글씨 크기에 대한 논의도 빠뜨리지 않아야 한다. 이러한 논의는 빠를수록 좋다. 그동안 의약품을 야간에도 구입할 수 있도록 개선하는 과정에서도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이번만큼은 충분한 논의를 거치되 안전에 관한 소비자문제는 신속함을 생명으로 해야 한다. 물론 수출용 의약품 포장과 용기, 설명서 표기내용은 해당 국가의 법과 제도에 따르면 될 것이다. 수입의약품의 경우에는 국내 판매업체가 개선된 표시기준에 따라 글씨 크기와 표시 내용을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

 내년부터 당장 시행되길 바란다. 있으나 마나한 의약품 표시정보로 인해 발생하는 의약품 오남용 사고도 이제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 이번 기회에 의료기관 응급실 등 소비자에게 직접 제공하는 의약품 용기와 포장에도 제대로 된 표시가 시행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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