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을 향한 ‘고뇌와 고통을 즐길 줄 아는 크리에이티브필

 
Q. 어려운 여건 속에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맥베스를 국내 최초 오페라연극 성공리에 마쳤습니다. 초연을 마친 소감과 성과 간략하게 말씀해 주신다면?
정말 감사한 마음이 먼저 들었어요. ‘오페라연극’ 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데 있어서 많은 고민이 있었어요. 이미 오페라 안에 연극성이 풍부하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가수와 배우를 구분하여 내용을 전달하면서도 두 장르가 자연스럽게 융화되도록 많은 노력을 했어요. 공연을 관람하는 사람은 쉽게 볼 수 있지만, 만드는 창작가에게는 매우 까다로운 형태에요. 그래서 설레임과 걱정이 공존하는 상태에서 만들었는데 함께 고생한 모든 배우 스탭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가장 먼저 떠올랐어요. 정말 감사해요.

그리고 ‘오페라와 연극’이 아니라 ‘오페라연극’이 하나의 장르로써 가능성 있는지 대외적으로 검증받고 싶었는데 성과가 있어서 무척 힘이 되었어요.
제 13회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 음악극 어워드에서 우수상을 수상했어요. 특히 오페라와 연극을 합친 ‘독창성’ 부분을 높게 평가해 주셔서 기뻤어요. 또 다른 하나는 오페라연극 연출형태의 가능성을 보시고 2014 수원문화재단 유망예술가로 뽑혔어요. 그래서 “오페라연극-시가 살아있는 공연”을 다년간 지원받게 되었어요.

Q. 2011년 창단된 크리에이티브 필을 소개해 주십시오.
크리에이티브필은 사업자 없이 임의단체 ‘극단필’이라는 이름으로 창단했었어요. 부끄럽지만 제가 대표 겸 연출로 출발했습니다. 제가 회사를 다니다가 그만두고 쉬는 기간에 서울문화재단의 2011년 창업팩토리 2기 수업을 듣게 되었는데 우수팀으로 뽑히면서 극단으로써 사업자도 내고 운영체계를 잡아 갔어요. 그리고 항상 든든하게 함께 하고 있는 배우 윤국로 단장과 2012년에 서울시 청년창업1000 4기에 뽑혀 강북센터에 입주하게 되면서 극단 운영을 본격적으로 하게 되었어요. 저는 정말 국가 시스템의 혜택을 받아 살아남은 극단이에요. 진심으로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저희 필은 창단하고 약 2년간은 주로 고궁공연을 많이 했어요. 연출자인 제 개인적인 취향이 전통에 대한 관심이 무척 많아요. 한국문화재보호재단과 덕수궁, 창경궁, 경복궁에서 하는 고궁공연에 많이 참여 했어요. 특히 올해부터 창경궁에서 ‘궁궐의 일상을 걷다’라는 프로그램이 상설되었는데 2012년 12월 초연 창작을 작, 연출, 출연까지 필 식구들이 만들어 진행해왔어요. 초연 시 관객 만족도 조사를 했었는데 무려 97%(매우만족 71%, 만족26% )가 나와서 저희도 놀랐고, 시민들이 즐거워하는 공연형태를 만들었다는 생각에 지금도 뿌듯해요.

그리고 창단 3~4년 차에는 창작극 개발에 힘을 썼어요. 그게 바로 지금인데요, 제가 워낙 희곡 맥베스 등 고전을 좋아해서, 어렵게 느껴지는 고전을 좀 더 대중적으로, 쉽게 만들 수 없을까? 고민하던 차에 ‘오페라연극’ 이라는 장르를 개발하게 되었어요. 물론 올해 단박에 만들어지지 않았고요, 오페라연극 맥베스 이전에도 음악극 관련 연구를 몇 년간 하면서 실패와 좌절을 맞보았어요. 하하하.

2011년부터 짬짬이 노주현기획PD, 바리톤 권한준선생님과 오페라연극 전신이라 할 수 있는 ‘굿닥터, 세친구‘ 등의 음악극을 통해 오페라를 연구했어요, 개인적인 활동으로 뮤지컬 구텐버그 프로모션 연출을 맡아 뮤지컬 공부도 많이 하였고, 극단몽인과 뮤지컬 특종을 창작했어요.(창작을 대본부터 연습까지 4주 만에 만들어 달라는 환경에 던져졌던 기억이…흑.) 약 3년간 꾸준하게 작업을 한 성과가 4년 차 되는 올해 <오페라연극 맥베스>로 탄생되었어요. 지금도 부족하지만 지난 간 작품 이야기 하는 것만으로도 얼굴이 빨개집니다.

크리에이티브필은 전통에 대한 관심이 많지만, 그대로 전승하고 전달하는 것 보다는 지금 시대의 관객과 어울릴 수 있는 창작의 형태를 지향하고 있어요. 당분간은 오페라연극-맥베스, 시살공, 등에 집중하게 될 것 같아요.

제가 좀 더 준비가 되면 “국악연극을 만들어 한국적인 음악극을 창작”하고 싶어요. 제 친구 중에 판소리를 기막히게 잘하는 소리꾼이 있고, 제 대학교 스승님 중에 한국무용과 김유경류봉산탈춤을 이어가는 분이 계셔요. 아직은 제가 프로포즈할 수준이 아니어서, 내공을 좀 더 갈고 닦은 다음에 기회를 엿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희 극단 단장으로 있는 윤국로 배우에게는 로맨틱코메디 등 가볍고 유쾌한 연극을 연출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중입니다. 저는 음악극에 워낙 관심이 많아서, 다양한 관객들을 만날 수 있으려면 극단에 성향이 다른 연출이 2명은 있어야 되지 않을까, 하고 앞으로의 방향을 잡아나가고 있어요.

 
Q. 11일 오페라연극 맥베스를 마치고 요즘은 어떻게 쉬고 무엇을 하며 지내고 있는지?
음…못 쉬고 있어요. 가을과 겨울에 작품이 연달아 있어서 미리 준비 하느라.. 다행히 겨울 공연 준비를 먼저 마쳤어요. 지금은 가을 공연만 집중하고 있어요.
약 두 달 정도 5,6월은 공연을 보러 다녔어요. 예술의전당, 명동예술극장, LG아트센터, 그리고 대학로 일대 소극장들… 그리고 7월에는 제주도 해비치아트페스티발에도 다녀왔고, 부모님 뵈러 대구에도 다녀왔고, 운동하고, 작품 준비하고 분명히 쉬는데, 쉬는 날이 거의 없었어요

Q. 맥베스에 이어 새롭게 준비 중인 작품이 있다면?
가을 공연은 올해 10월 16일부터 11월 2일까지 예술의 전당 프리미어 기획공연 <배우열전>을 준비하고 있어요. 배우로서 한평생 살아오신 선생님 한 분을 위한 헌정공연의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어요. “남자 2인극인데 박웅 선생님과 김재만배우가 출연하고 오은희 작가님이 글을 쓰고 계십니다.” 코믹한 남남캐미를 기대해도 좋을 것 같아요.

겨울공연은, 수원문화재단에서 2014년 유망예술가로 뽑혀서 다년간 지원을 받게 되었어요.
올 겨울에 프로모션으로 약 2일 정도 공연을 하는데, <오페라연극 2탄 –시가 살아 움직이는 공연(가제)>을 준비하고 있어요. 시.살.공은 거의 준비가 끝나서 배우열전 공연 올리고, 연습만 들어가면 되는 상태에요.


Q. 연극과는 언제 처음 만났으며, 연극을 하겠다는 동기는 언제 생겼는지?
제가 경상도 지방 시골 출신이라 아주 어릴 때는 연극이 무엇인지도 몰랐고, 공연을 보지 못하고 컸어요. 나중에 대구로 이사오면서 극단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연극을 하겠다는 동기는 언제인지 잘 모르겠지만, 연극을 하게 된 에피소드는 분명하게 있어요.

지금 생각하면 연극연출 비슷한 활동을 했던 기억이 몇 개 있는데, 하나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스승의 날 담임선생님”을 기쁘게 해드리자며 선생님 몰래, 친구들에게 ‘서당’을 주제로 연극을 만들어 연습시켰어요, 내용은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아서 훈장님께 야단을 맞고 깨달음을 얻는 내용이었는데… 스승의 날 당일, 긴장한 친구가 못하겠다고 해서 훈장으로 출연까지 했었어요. 음.. 저도 긴장해서.. 공연은 연습만큼은 못 나와서 무척 아쉬웠던 기억이 남아있어요.

초등학교 5학년때는 ‘민우의 성적표’라는 대본을 써서 담임선생님께 보여드렸더니, 교내 학회발표회 때 공연으로 만들어져서 올렸어요. 내용은 과목별로 수,우,미,양,가 중 하나를 외치면 친구들이 그룹별로 나와서 체육은 체육묘기를, 음악은 리코더 연주 등등을 했던 걸로 기억해요. 시골학교라 큰 강당에 마을 어른들을 모셔놓고 하는 큰 행사였는데 나름 뿌듯했어요.

중학교 3학년때는 고등학교 입학시험을 치르고 한달 간 수업이 거의 없는 시기가 있었는데, 그 때도 2인극을 써서 선생님 몰래 친구들 여러 명을 관객으로 불러 강당에서 연기했던게 기억나요. 지금 생각하면 정말 부끄러워요.
이런 활동이 정확하게 연극인지 모르고 컸어요. 아니 연극을 만드는 것이 직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몰랐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하겠죠, 한 번도 본적이 없으니까요… 그냥 글을 쓰고, 이야기를 만들고, 사람들의 반응을 보는 게 재미있었어요.

그러다가 고등학교 1학년 여름 수학 보충수업을 듣다가 더워서 현기증에 쓰러져 (사는 곳이 대구였답니다. 하하하) 다음날 진료 결과를 하러 병원에 갔어요. 그런데 거기에 연극반 김종백선생님이 배탈이 나서 와 계신거에요. 저는 독서토론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었고, 아직 수업을 듣는 선생님이 아니어서 약간 어색했지만, 선생님께서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대화해 주셨어요. 그 과정에서 제가 연극을 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더니 대구에 있는 극단예전 김태석대표님께 소개해주셔서 연극을 처음으로 배우게 되었어요. 특히 고3 담임이셨던 설희태 선생님께서 많은 응원을 해 주셨기에 학교 생활과 극단 생활을 잘 병행할 수 있었어요. 그렇게 인연이 되어서 연극을 본격적으로 하게 되었어요.

Q. 연극하면서 언제 가장 행복했으며 가장 힘들었던 점이 있다면?
가장 행복한 순간은 완성된 공연을 볼 때보다는, 만드는 과정에서 작가 기획 배우 스탭들과 격렬하게 토론하는 시간이에요.
각자의 논리가 부딪히면서 하나의 목표를 향해 아이디어가 발전해 가는 순간이나,배우들이 땀을 흘리며 열중하는 모습을 볼 때, 육체적으로는 힘들지만 밤새면서 연출로서는 공연기획자와 공연컨셉을 잡아가고, 기획서를 쓰고, 논문이나 영상자료를 연구할 때가 정말 신나요, 아마도 앞으로 펼쳐질 공연에 대한 기대 때문인 것 같아요,

가장 힘들 때는 늘 반복인데, 공연 전 후 각각 약 1~2주 기간이에요. 기획자와 작가와 만나기 전,
연출 혼자 머릿속에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최초의 기간이 있어요.
그 때는 불면증이 와요. 희미한 생각이 뚜렸해지기 전까지 뇌가 쉬지 않고 개구리가 뛰듯이 움직여요. 잠을 못 자는 것이 힘든게 아니라… 미친듯 생각들이 멈추지 않는데 그 생각들이 특별할 게 없을 때에요. 창작자로서 무척 괴로워요. 짧게는 2~3일 길게는 2~3주 가량 불면증이 이어질 때도 있어요. 그게 한편으로는 너무 신나서 흥분상태인 거 같기도 한데… 앞에서도 말했지만, 특별한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으면 직업인으로서 무척 고통스러워요.

그리고 공연이 끝나고 난 뒤에 공포스러운 공허감이 있어요. 마치 실연당한 것처럼 마음을 추수리기가 무척 힘들어요. 십 년 넘도록 해 온 일인데 아직도 극복이 안되어요. 며칠간은 칩거하거나, 두꺼운 책을 읽으며 에너지를 쏟거나, 음악을 들으며 공원산책을 하면서 벗어나요. 작품을 할 때 많이 힘들게 작업한 경우 더 심해져요. 이 감정은 저 뿐만 아니라 많은 연극인들이 공감하는 부분일거에요. 그리고… 뭐… 현실적인 문제는 말 안해도 다들 아실테고 하하하

Q. 맥베스의 여주인공 수잔나를 통해 세상에 던지고 싶었던 말은 무엇인가?
‘다양성에 대한 인정과 공존’을 위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어요. 수잔나는 난독증상이 있지만, 누구보다 창의적이고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이에요. 명랑하고 따듯해서 주위사람들에게 기분 좋은 영향력을 주기도 하고요,

그런데 우리 사회는 정해진 기준에 맞지 않으면 틀렸다고 하거나, 쓸모 없는 사람으로 스스로를 인식하게 만들어요. 수잔나의 아픔이나 성장기를 맥베스라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통해 관객들이 이해하고, 한번쯤 ‘다른 사람’에 대한 입장을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제가 초등학교에 연극선생님으로 1년간 수업을 한적이 있는데, 초등학교 4학년 남학생 중 한 명이 한글을 잘 쓰지 못하는 거예요. 수업시간에 발표하는 것을 보면 똑똑하고, 외모도 사랑스럽고 참 귀여운 학생이었는데 대사를 쓰는 시간에 종이를 구기거나, 글씨를 마구 알아볼 수 없도록 쓰는 거에요. 이유를 알고 보니 글씨를 쓰는 것에 어려움이 있었어요. 수업시간에 글씨를 쓰는 것 외의 활동에 적극적으로 격려 등을 하면서 일년 동안 수업을 했는데, 결국 마지막에 본인의 대본집을 완성하는 발전을 확인했어요. 담임선생님도 깜짝 놀라셨죠.

수잔나를 통해 다양성에 대한 넓은 아량과, 그것을 극복하고 치유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예술이라는 장르라는 것을 느끼게 하고 싶었어요.
예술 작품을 접하면 좋긴 한데 왜 필요한지 잘 모르겠다고 말하는 분들이 있어요.
연극, 음악, 무용, 미술, 건축, 철학, 사진, 만화, 미디어 등등은 바로 마음의 양식이에요. 우리가 된장찌개와 밥을 먹어 몸을 튼튼하게 하듯이, 예술은 사람들의 마음 건강을 튼튼하게 만들어주는 마음의 양식이라는 것을 수잔나의 성장기를 통해 말하고 싶었어요.

 
Q. 연극계에선 창작극이 드물다는 말을 많이들 합니다. 연극인의 한 사람으로 항상 새로운 작품에 대한 고민이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좀 거창하게 들릴 수 있어서 조심스러운 부분인데요. 제가 하고 있는 작품이 다음 세대에 이로운 방향으로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합니다. 아직은 부족한 수준이라서 그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지금의 내가 어떤 작업들을 해 나가야 하는지 늘 고민해요.
국내.외 작품들을 많이 관람하는 편이에요. 좋은 작품을 발견할 때마다, 그 작품이 이미 시대를 초월했다라는 느낌을 많이 받아요. 이유는, 새로운 세계관이 펼쳐지는 희곡 구성이라든지, 하드웨어의 발전이라든지, 혹은 이미 그 나라의 연극사가 한국보다 몇 백 년 앞서 있다든지 나름의 이유들이 있어요. 정말 대단하고 부럽고 분하기까지 한 어리석은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제가 과연 내가 꿈꾸는 그 지점의 연출이 될 수 있을까 늘 의심해요.

그래서 고전을 활용한 창작활동에 관심이 많아요. 제가 청소년 시절 읽은 고전들이 지금까지도 제 삶에 영향을 주고 있어요. 하지만 시대를 관통하는 주제와 메시지를 갖고 있는 이야기가 다소 어렵고 난해하다는 이유로 외면 받고 있는 현실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에, 그 이야기를 쉽고 대중적으로 풀어내고 싶어요. 주제의 품격은 고전이 갖추고, 현시대의 눈높이는 연출적 창조력으로 풀어낸다면 관객들도 만족할 수 있는 작품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기본적으로 연극작업 자체가 ‘창조’하는 작업이지만, 단순한 창조적 작업 이상의 ‘장르개발'을 해내고 싶어요. 아직 진행형으로 연구하고 있는 것이 바로<오페라연극>입니다.

Q. 연출가 이주아에게 가장 많은 영향 을 준 사상이나 예술의 스승이 있다면?
저에게 가장 영향을 주는 것은 자연, 시, 별 그리고 가족이에요. 저에게 영감을 주는 대상이자 단어에요. 저는 산책을 참 좋아해요. 계절이 바뀌고, 온몸으로 습도를 느끼고, 스스로에게 상처내지 않으면서도 반성을 하게 하는 우주와 같은 존재에요.
연극은 정말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배워나가고 있어서 고민되지만… 딱 두 명만 꼽는다면...
가장 처음으로 연극을 가르쳐주셨던 분이에요. 그 당시 대구 극단예전 김태석 대표님이세요. 연극이라는 것을 처음 접했는데 대표님 이하 종석, 여민, 미란, 미정, 경수, 현성, 재곤 선배님 등 정말 사랑으로 길러 주셨어요. 저는 고등학생이라 방과 후 극단 생활을 했기 때문에 막내였어요. 그 때의 추억을 잊을 수가 없어요. 힘들 때마다 그 때를 생각하며 다시 파이팅을 외쳐요! 언젠가 좋은 공연으로 보답할 수 있는 후배가 되고 싶거든요.

두 번째는 박영수 사부님을 존경해요. 학교 강의를 나오는 교수님이셨지만, 동아리 사부님으로 더 많이 배웠어요. 제가 학교에서 ‘전통연희동아리’ 활동을 했었는데 김유경류 봉사탈춤, 한국무용, 승무북, 검무, 사물, 풍물, 장구, 판굿, 타악창작 등등 전통음악과 전통춤를 배우는 동아리였어요. 제가 입학기 전부터 졸업을 한 지금까지 한결같이 제자들에게 가르침을 주시는 헌신적인 분이세요. 비록 저는 실기를 잘 하지 못하는 그룹에서 우두머리였지만…(하하하), 무엇보다 한결 같은 모습을 긴 시간 실천하신 분이세요. 그 분의 올곧음과 헌신이 주는 감동은 어떻게 설명할 수가 없어요. 제가 좀 더 성장했을 때 꼭, 사부님 공연을 꼭 만들어 드리고 싶은 꿈이 있어요.

Q. 연극을 떠나 이주아를 말한다면?
그저 그런 소시민입니다. 별로 할말이 없네요…

Q.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 초연인 맥베스를 마치고 연출자로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아… 너무 많아요… 제가 제일 부족했죠… 그리고… 상세 내용은 가슴에 묻겠습니다…

Q. 앞으로 어떤 연극쟁이가 되고 싶은가?
연극은 위대한 예술이지만, 위대한 예술은 연극말고도 정말 많아요.
텍스트에 묻혀있지 않고 새로운 장르와 작업에 도전하는 마음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선배님들이 잘 닦아놓은 연극인이라는 이름에 먹칠하지 않고 건강한 작업을 지속해 나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Q. 연극의 연출가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나 이건 만은 꼭 명심했으면 하는 점이 있다면 말씀해주시죠.
- 저도 아직 배워가는 단계라서… 제가 요즘 느끼고 있는 것을 말씀드릴게요.
연출이라는 직책이 얼마나 큰 책임이 따르는 자리인지 늘 인지하고 조심해야 합니다. 나의 선택 하나하나가 배우, 스태프들의 인생-행복감과 무기력감-에 어떤 방향으로든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연출가는 대표가 아니라 리더입니다. 긍정적인 영향력을 어떻게 전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합니다. 당장 하고 있는 이 작품에서 작업자들의 관계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거시적인 관점에서 나의 선택과 방향이 내 자신뿐만 아니라 그들에게도 이익이 되는지 늘 고민해야 합니다.
연극적 목표에 도달하는 것만큼, 연출가 자신이 바라보는 삶의 가치관과 알맞게 작업을 해나가고 있는지 치열하게 자기 반성을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도 모르게 내가 닮고 싶지 않았던 그 어떤 폭군이 되어있을지도 모릅니다. 연출가들은 스스로는 권위적이지 않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 자리 자체가 굉장한 권위를 이미 갖고 있는 자리임을 알고, 함께하는 구성원들을 이끌어 나가야 합니다. 후배들이 아니라, 제가 제 자신에게 해야 하는 이야기 입니다.

Q. 본지에서 누구에게나 하는 질문입니다. 본인에게 연극은 무엇인가?
연극은 시처럼 아름답고, 악마처럼 지독합니다.
연극은 제가 얼마나 이 우주에서 작고, 작은지 깨닫게 하는 종교와 비슷합니다.
그래서 연극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 그냥 내 삶의 일부입니다.

Q. 마지막으로 연극을 사랑하는 분들과 애독자에게 한 말씀 부탁 드립니다.
꿈이 있어요. 제 공연이 아니어도 좋아요. 계절마다 한번씩만 극장으로 좋은 공연을 보러 오세요. 365이 중에 딱 4일만 시간을 내어 보세요. 함께 공연을 관람하고 나면 그 분과 행복한 시간을 가질 수 있어요. 그리고 부족하더라도 격려해주세요. 여러분의 격려 덕분에, 그 작품의 연출과 배우들이 10년 후에 멋진 연극인이 되어 있을지도 몰라요. 그리고 애독자 여러분,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극단 크리에이티브필의 연출가인 이주아 “연극을 너무도 사랑하는 그녀”의 솔직 담백한 인터뷰였다.

- 지금보다는 내일, 1년, 5년 후의 모습을 지켜볼 만한 그녀는 “진정한 연극쟁이”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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