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보우 단국대 교수 -

   
 
포르투갈이 재정부채로 구제금융을 받아야 하는 처지다. 정부지출을 줄이겠다는 긴축안이 부결되면서 마지막으로 유럽중앙은행이나 국제통화기금에 손을 내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으로 몰리는 중이다. 그렇다 하여 세수가 하루아침에 늘려지지도 않을 뿐 더러 경제의 구조조정이 일시에 이루어지기도 어렵다.시장에서는 이미 구제금융을 기정 사실로 하여 신용평가사인 SP나 Moody’s는 국가의 신용등급을 두 단계나 낮추자 국채가격은 신용이 아주 낮은회사가 발행하는 본드(junk bond)에 가깝게 떨어지고 있다. 이달 이후로 거액의 국채가 만기가 계속하여 돌아온다. 연장이 되지 않으면 바로 국가의 부도다. 포르투갈이 구제금융을 받으면 유로 지역에서는 그리스 아일랜드 다음으로 세 번 째다. 규모는 600~800억 유로 예상한다. 이 수치는 그리스의 1,100유로나 아일랜드의 850억 유로보다는 작은 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외환위기 시에 받은 신용한도 210억 달러(약 300억 유로)에 비하면 두 배가 넘는다. 포르투갈의 1인당 국민소득은 약 2만 달러로 우리와 비슷하지만 GDP가 한국의 1/5 수준임을 감안하면 엄청난 금액이다. 빚 걱정이 남의 나라 일만은 아닌 듯하다. 우리의 가계부채가 지난 해 말로 795조원에 이르렀다. 지난 5년 사이에 매년 평균 7.3%늘어 전체적으로는 36.6%가 상승했다. 이중 판매신용을 제외한 가계대출은 746조원으로 그 절반 가량인 380조원이 부동산 담보대출이다. 가계들이 빚을 얻어 집을 사거나 부동산에 투자가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현재 한국의 가계부채 수준(143%, 부채총액/가처분소득)은 경제개발협력기구의 평균(126%)을 웃돈다. 미국(129%) 이나 일본(112%)보다 더 높다. 그런데도 지난 해부터 카드회사를 비롯한 제2금융권에서 경쟁으로 가계대출이 증가가 빠르게 진행 되고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이들 가계부채가 상환기간이 길지 않고, 만기에 일시 상환과 변동금리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는 데 있다. 실제 우리나라의 주택대출 가운데 92.5%가 변동금리대출이다. 이러한 대출구조는 금리가 인상되거나 주택경기가 부진하여지면 대출이 부실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변동금리 하에서 이자가 높아지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가계가 떠안게 된다.이미 저금리 시대는 끝나는 중이다. 각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 풀려난 돈을 거둬 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기준금리가 올라가는 추세다. 고금리 시대에 변동금리의 저주로 부동산이 무너지고 우리의 자산이 위험해진다는 이른바 ‘부채의 습격’을 상기한다.‘쓰나미 습격’을 당한일본을 돕자는 행렬을 보면서 다소 씁쓸해진다. 꼭 이 시기에 남의 나라 섬을 자기 땅으로 우기려는 드는 일이 그렇다. 꼭 과거지사를 끄집어 내려는 게 아니지만, 1978년 외환 부채의 습격으로 황망히 도움을 청하였을 때 얼음같이 차가운 그들의 거절이 떠올라서다. 쓰나미는 자연의 기습이나 ‘부채의 칼날’은 인재(人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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