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삿짐파손이나 분실로 인한 피해가 줄지 않고 있다. 지난 3년간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피해 사건은 2012년 285건, 2013년 336건, 2014년 9월말 기준 303건으로 나타났다. 작년 9월말까지 접수된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7.9%가 증가한 수치이다. 이와 같이 이삿짐피해는 날마다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별 대책이 없다.

작년 9월말까지 9개월간 접수된 소비자피해 303건의 피해유형을 보면, ‘이삿짐 파손 또는 훼손’이 206건(68.0%)으로 가장 많았다. 품목별로는 가구 85건(41.3%), 가전제품 65건(31.6%), 주택구조물 32건(15.5%) 순으로 조사되었다. 다음으로 많이 입은 피해는 이삿짐업체가 당초 약속을 지키지 않아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이사 당일 일방적으로 계약을 취소하는 사례도 많았다. 이삿짐을 제대로 정리하지 않고 당초 약속한 청소나 소독서비스도 이행하지 않았다. 이러한 ‘계약 위반’으로 인한 피해가 40건(13.2%)이나 되었다. ‘이삿짐 분실’로 인한 피해도 32건(10.6%)으로 나타났다.

또한 추가작업도 없었는데 수고비, 식비를 요구하는 경우도 17건(5.6%)이나 되었다. 소비자가 계약을 취소하면 과다한 위약금을 청구하는 사례도 있었다. 더 중요한 문제는 이러한 피해를 일으킨 업체가 피해보상도 제대로 안해 주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사건들은 모두 피해를 입고도 보상받지 못했기 때문에 신고된 것들이다.

최근 몇 년간 부동산 거래부진으로 이사 수요도 제자리 걸음이다. 그런데 이삿짐피해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정부가 늘어나고 있다는 수치만 발표하고 있다. 그래서 어쩌란 말인가. 정부는 국민을 보호해야 하지 않는가. 늘어나는 수치만 발표하거나 문제를 알리는 것은 시민운동단체나 언론이 할 몫이다.

국가가 문제를 터트리면 국민들이 알아서 피해를 예방하라는 것인가. 이삿짐피해가 느는 것이 확인되면 예방대책을 발표해야 되지 않는가. 정부는 예방대책을 마련할 능력이 없는 것인가. 특단의 변화가 필요하다. 이제부터라도 소비자피해 예방을 위한 국가 역할이 강화되어야 한다.

고위공직자들은 늘 사전예방이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런데 이삿짐피해와 같이 구체적인 사안에 부딪히면 실효성있는 사전예방 대책을 내놓는 사례가 드물다. 이는 국민을 보호해야 하는 공직자의 소중한 사명을 다하지 않는 것이다. 아직도 공직자의 역할이 국민을 다스리고 계몽하는 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공직자들은 국민세금으로 나라살림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한민국 운영요원이다. 국민에게 감동적인 서비스 제공이 이루어지려면 운영요원들의 전문성이 필수조건이다. 이제 전문성 없이 나라살림을 맡는 다는 것은 불가능한 시대가 왔다. 언론과 시민단체를 포함한 국민들이 가만히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 정부는 직업공직자들에게 전문성제고를 위한 교육훈련을 제공해야 한다. 빠른 변화가 있어야 한다. 전문성을 갖춘 인재가 양성되어야 이삿짐피해 예방대책도 마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피해가 증가한다는 정부 발표보다 피해예방대책이 마련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길 바란다.

저작권자 © 컨슈머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